차별과 입시를 조장하는 상품광고 '이제 그만'

박고형준
2017-12-18

'10분만 더 공부하면 남편의 직업이 바뀐다.', '얼굴이 고우면 공부 안 해도 돼요.' 청소년들의 학용품에 적혀있는 문구들입니다. 공부 시간과 얼굴·직업의 상관관계는 과학적으로나 통계적으로 입증된 게 없는데, 마치 공부만 잘하면 능력 있는 남편과 예쁜 얼굴의 아내를 가지는 것처럼 말하고 있죠. 



이처럼 입시경쟁과 차별을 조장하는 이런 문구류는 꽤 오래전부터 청소년들에게 팔리고 있습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조사결과, 이미 2년 전 같은 건으로 적발된 업체가 소비자에게 사과를 하고 해당 상품을 회수했음에도, 또 비슷한 문구가 적힌 학용품을 팔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청소년들에게 차별을 조장하는 이런 문구는 학용품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서울대 ○명 합격', 대학입시가 끝나면 고교 정문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현수막도 그렇고, '몸매 잘 빠졌다' 같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TV 광고도 허다하죠.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런 현수막은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학생의 다양한 진로 선택을 막는다며 자제를 요청했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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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 조사한 입시조장·차별 광고 현황


결국 이를 보다 못해 학벌없는사회 등 여러 단체는 문구제조 업체 4곳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차별과 입시경쟁을 조장하는 학용품 제조를 금지해줄 것을 정부에게 요청한 것인데요. 기자회견을 통해 이들 단체는 해당 제조업체들이 판매하는 일부 상품은 심각한 차별·입시 조장 요소를 담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들 단체는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상대로도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상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았지만, 제조업체를 대신해 판매하는 간접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문제제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매장은 바로 유명 브랜드인 아트박스, 다이소, 영풍문고인데요. 문제제기 도중 영풍문고는 문제를 인식해 해당 상품을 반품하는 모범적인 선례를 보여주기도 했답니다.



물론 광고·상품의 ‘표현의 자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차별과 비하 문구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절대 쓰지 말아야 될 표현들이 너무 많습니다. 오늘은 자신의 노트를 한 번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혹시라도 성차별을 조장하거나 비인권적 문구를 발견한다면, 그게 왜 잘못된 표현인지 꼼꼼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한국사회는 광고·상품 뿐 만 아니라, 채용·임금·승진·입시·복리후생 등 곳곳에서 학력·출신학교 차별 문제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 제정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데요. 진보/보수, 여/야 상관없이 의원들이 법안을 제출한 것을 보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명에 동참해주실 거죠? 


글 |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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