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활동119]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장이 있다?

2023-09-15

왜 대구퀴어문화축제는 불허의 대상이 됐을까?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를 가시화하며 차별을 해소해 가기 위해 2009년 6월부터 매해 동성로 등에서 안전하게 개최되어 왔어요. 하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올해 대구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기 전부터 개인 SNS를 통해 성소수자를 혐오, 부정하며 편견과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버스를 우회시키지 않겠다’면서 시민의 생명까지 위협했죠. 

결국 6월 17일,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무려 공무원 500여 명을 대동해 무대 차량 및 무대 부스 차량을 막아서고 폭력행위를 벌인 것이죠. 이는 사실상 지방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국가폭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평화롭고 안전하게 치러져야 할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준비 시간이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고자 한 시민의 안전이 위협되기까지 했죠. 시민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시장이, 오히려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은 것입니다. 성소수자 당사자는 이런 국가의 폭력적 행위를 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 폭력진압을 정당하다며 강변하는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이후 7월 19일,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국가 폭력,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던진 질문’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주제1. 집회의 권리와 장소

  • 발표 :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토론 :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주제2. 도시와 화합의 장

  • 발표 : 조수미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 토론 :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주제3. 인권가치 구현의 행정 

  • 발표 :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토론 : 박재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 중구 지부장)




왜 대구퀴어문화축제가 국가폭력의 대상이 되어야 했을까?

첫 번째 섹션에서 오동석 교수는 먼저 시민이 갖고 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를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국가는 주최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집회를 하도록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고, 집회를 홍보하는 일을 방해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하죠. 그런 점에서 대구시가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물리적으로 막아선 것을 넘어 대구퀴어문화축제 관계자들에게 고발한 점은, 물리적 폭력일뿐만 아니라 권력에 의한 2차 가해에 해당된다고 말했어요. 

이에 대해 필자(서창호)는 대구시만의 일이 아니라 중앙정부도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도심에서 집회를 한다 ⇒ 시민은 불편하다 ⇒ 경찰은 뭐하나 ⇒ 금지해야 한다”

라는 식의 논리가 강화되고 있다고 느꼈고, 집회시위법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한 윤석열 정권의 움직임이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두 번째 섹션에서 조수미 교수는 타국의 퀴어축제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유럽과 미국은 오래전부터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퀴어축제가 진행되어 왔고, 프라이드 행사가 관광 명소화되어 되려 상업화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곳도 있다고 해요. 반면 동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일부 나라는 프라이드를 종교와 유교적 그 나라의 분위기 및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범죄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전체주의적 정권, 전반적인 인권상황이 열악한 지역은 프라이드 행사가 공연보다 시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죠. 타이완(2003)과 일본(2011) 정도만이 성공적으로 정착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시위의 성격은 아니지만 여전히 프라이드를 불온시하는 종교적, 문화적인 태도가 존재하고 있기에 불완전한 모습을 띠고 있다고 말했어요. 프라이드를 바라보는 그 나라의 사회적 기온이 곧 그 나라의 인권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두 번째 발제자 조수미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마지막 섹션의 한상희 교수는 “기본적으로 지자체는 퀴어축제를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성"다수자"라는 이름을 오용하더라도 시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명분이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강력하게 비판했어요.

박재현 중구지부장은 위법한 행정대집행에 공무원이 강제 동원되었다면서, 공무원은 대구시장 개인이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 사람으로, 대구시장이 시키는 대로 행하는 공노비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대구시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공무원 노동조합의 대표로서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기도 했어요. 박재현 중구지부장의 사과는 토론회에 참가자한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참석한 시민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졌을 것입니다.


세 번째 섹션 토론자 박재현 공무원노조 중구지부장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집회시위의 자유, 역사적인 의미, 국가의 책무 등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혐오·차별의 현장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가 갖는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를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관련 기사 보러 가기)


글 | 서창호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 인권운동연대)

편집 | 황서영 (인권재단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