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봄까지만 해도 인권 기행을 책으로 내는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책에 들어갈 역사 현장 답사를 마치고 4월부터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다 모든 것을 뒤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집필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그해 4월 16일, 세월호참사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날 오전에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들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날은 마침 남영동 대공분실 탐방 안내를 맡았던 날입니다. 대공분실에 들어가기 전에 식당에 들러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 때 모인 사람들이 세월호 승객이 전원 구조되었다는 보도를 전해 주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조선 강국이라더니 정말 잘 됐다.”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2시간 동안의 탐방 안내를 마치고 난 뒤에 핸드폰을 켰습니다. 전원 구조 소식은 오보였고, 세월호는 선수만 보인 채 구조가 불가능하다는 암담한 소식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한국 사회는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간절하게 한 명이라도 돌아오길 바랐고, 기다렸고, 같이 아파했습니다. 저도 그런 상황에서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를 결성해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진상규명 싸움에 나섰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2019년 가을, 더 이상 미루었다가는 책 쓰는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겠다는 절박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때부터 그동안 다녔던 현장 중에서 추려서 목차를 정했습니다. 이번에 담지 못한 얘기는 2권에 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집필을 완성했고, 책이 나왔습니다. 책이 나올 때는 출판사에서도, 우리 재단에서도 책에서 소개된 현장을 사람들과 답사하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했습니다. 책의 서문에도 썼지만, “독자들이 이 책에 소개된 현장들을 찾아가보는 것”을, 그 현장에서 아픈 역사를 만나고 그 역사적인 사건에 휘말렸던 사람들을 생각하기를 바랐습니다. 매달 한 번은 꼭 답사를 갈 것을 생각했지요.
그런데 공식적인 북 콘서트를 한 번 하고는 기획한 답사는 모두 포기해야 했습니다. 몇몇 모임들에서 소소한 답사를 하기는 했지만 주로 야외 현장을 몇 번 다니는 정도였습니다. 그 외에는 몇 번의 대면 강의와 영상 강의를 통해서 독자들을 만났지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1년 넘도록 지속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직접 대면하고 만나는 일에 엄격한 제한이 따랐습니다. 이런 속에서 답사 여행을 가는 것은 염두에 두기 어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