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달리기가

계속되려면

  by 양여옥

  인권재단 사람 배분지원팀장

우리는 언제부터 “인권”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역사 속에서 인권이 보편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결코 자연스럽지만은 않았습니다. 수많은 상황에서 인권의 영역을 넓히며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온 인권활동가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인권을 말하며 살고 있습니다.


시대별로 처한 상황은 달라도 인권활동가는 없어선 안 될 존재입니다. 엄혹했던 독재정권과 인권탄압의 시기에도, 온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던 시기에도, 코로나19로 모두가 잠시 멈췄던 시기에도 인권활동가는 차별과 혐오에 맞섰습니다. 인간의 많은 역할을 AI가 대체하게 될 미래에도 어렵게 쌓아온 인권의 가치가 후퇴하지 않고 확장될 수 있도록 인권활동가는 존재해야 하고, 인권 활동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활동가는 인권 활동을 ‘거대한 이어달리기’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어달리기의 다음 주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떠나는 인권활동가들


주변에서 활동을 그만두는 활동가들의 소식을 자주 듣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 조사>(2019)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인권단체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단체일수록 활동가 한 명이 감당해야 할 업무는 너무 많고, 그래서 잘 쉬지 못하기도 합니다. 사회문제의 한 가운데에서, 스트레스가 높은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내가 쉬면 동료가 더 많은  일을 하게 될것 같아서 쉬는 것도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라고 합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인권활동가로서의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면, 어려운 조건을 받아들이고 희생을 감수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요. 그러나 인권 활동이 처한 조건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인권 활동가들의 사회적인 역할과 기여를 존중하는 사회라면, 이러한 희생을 당연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권 활동의 구조적인 문제가 단기간에 변화되긴 어렵습니다. 활동가 개인이나 몇몇 단체의 노력으로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고, 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인권재단사람은 인권활동가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두고 지원을 해왔습니다. 인권활동가의 쉼과 재충전을 위한 사업, 3인 이하 인권단체 소속 활동가의 복지 기반을 만드는 사업, 단체의 재정 운영을 돕는 사업, 그리고 추석선물 나눔 캠페인까지 우리가 운영하는 지원사업은 모두 활동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입니다. 2020년에는 활동가들이 자신을 돌보고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 건강 지원사업’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음 건강 들여다 보기


차별과 혐오, 폭력의 피해자와 함께 싸우는 일이 많은 인권활동가는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입니다. 피해당사자의 곁에서 많은 것을 함께 겪으며 고통과 트라우마가 활동가에게 옮겨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태를 살피고 돌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위축되고 후원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 인권활동가들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활동가 50명을 대상으로 ‘마음 건강 검진’을 진행하면서 현재 마음 상태가 어떤지, 아픈 곳은 있는지, 성향과 기질, 성격 특성이 어떠한지 이해할 수 있는 심리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직접 상담사를 만나 결과를 듣는 해석상담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더불어 인권활동가들이 자주 겪는 소진, 트라우마, 쉼 등을 주제로 <내 마음 돌봄의 기술> 공개강연을 총 2회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의 상황에서 이를 관리하고 소진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방법, 활동가의 삶과 개인의 삶의 경계를 찾고 일상에서 여유를 찾아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연습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가들은 이렇게 자신을 돌볼 기회를 얻은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다른 동료활동가에게 추천하고 싶다거나, 앞으로도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는 활동가들이 힘들어서 활동을 중단하기 전에 적절한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활동의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힘차게 나아가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한껏 느슨해지는 때도 있어야 합니다. 인권활동가에게도 평온한 주말을 맞이하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소소한 휴가를 보낼 여유가 필요합니다. 


지금과는 다른 활동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현재 인권운동의 과제입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나갈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 활동가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돌보도록 노력하는 것, 스스로가 어렵다면 서로서로 지지체계가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 쉼과 재충전이 죄책감이 되지 않도록 활동 시스템을 정비해나가는 것입니다.  


활동가들이 쉼 속에서 자기 자신을 살피고 재충전하여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 매서운 공격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힘든 사람에게 넉넉한 마음을 건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저절로 바뀌지 않듯, 여유를 갖는 활동의 문화도 저절로 생기지 않을 테니 활동가 스스로 바꿔나가려는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지지와 응원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인권활동의 다음 주자를 만들어 이어달리기를 가능하게 할테니까요. 

01 - 코로나19 대응

02 - 배분/지원

03- 이어달리기

04 - 인권기행

01 - 코로나19 대응

02- 2020 배분/지원

04 - 인권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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