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양여옥, 차지애
인권재단 사람 배분지원팀
1. COVID-19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어려움이 우연한 불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폐쇄 병동에 수용되어있던 장애인은 집단 감염에 방치되었고, 코호트 격리된 요양시설 등에서 노인과 약자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었다는 이유로 기존 환자가 쫓겨나는 등 ‘의료공백’도 드러났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재난상황에서도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코로나19 시대,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이정표로 삼자
전국의 20여개 인권단체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여 코로나19 위기를 모두가 안전하게 넘어서기 위한 방향을 제안했습니다.
코로나가 드러내는 인종차별의 민낯
코로나19 확산 초기 이주민들은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아시나요? 재난 상황에서 이주민의 삶은 더욱 위협받았습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는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이주민의 체류자격, 국적, 출신국가에 따른 차별이 없는 재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코로나19 의료공백, 존엄과 평등으로 채우다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 조사단’은 공공병원 이용률이 높고, 의료정보 접근성은 낮은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이 ‘의료공백’으로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누구든지 아프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 한국이주인권센터
2. 이주민, 난민
법무부에서 발표한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2017)에 따르면 응답자의 45%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2018년 서울시에서 진행한 보건의료서비스 현황에서도 미등록 이주민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이토록 이주민·난민의 건강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데에는 불평등한 의료 서비스 제도의 문제가 있습니다. 2020년, 이주민/난민 건강권 증진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낸 변화를 살펴봅니다.
난민건강UP 지원역량 UP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난민은 선주민보다 의료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고,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도 현저히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에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에서는 난민을 대상으로 건강 정보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고, 의료 통역 봉사자를 교육했습니다. 코로나19로 더욱 취약해진 난민에게는 상담과 의료비도 지원되었습니다.
보호외국인과 미등록이주민의 건강 UP
보호외국인과 미등록이주민은 난민과 더불어 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아시아의친구들’은 국내 최대 외국인수용시설인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보호외국인과 경기북서부의 미등록이주민을 대상으로 긴급한 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아랍·난민여성들의 에너지 UP
한국이주인권센터에서는 다른 문화와 언어 속에서 생활하며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는 이주여성들이 서로의 지지체계가 되어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향’을 소재로 각자의 기억과 마음을 나누며 치유의 계기를 만들었고, 그 과정을 기록하여 우리 사회가 이주 여성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었습니다.
ⓒ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조사단
3. 플랫폼노동
배달 대행과 같이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감이 거래되는 노동의 형태를 플랫폼 노동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손가락으로 휴대폰 몇 번 두드리면 원하는 메뉴가 집 앞에 도착하는 세상에 살고있습니다. 이런 노동 덕분에 편리하고 안전하게 집콕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노동자들은 더 불안정하고 위험해졌습니다. 배달라이더와 쿠팡의 사례를 통해 그 편리함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플랫폼노동자 구술기록 사업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을 통해서만 일거리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최저임금, 4대보험과 같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누릴 수 없습니다. 신속함이 중요하다보니 사고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사고가 나도 피해보상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도 합니다. ‘라이더유니온’이 5인의 배달라이더를 인터뷰하고, 기술혁신과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인권침해를 드러냈습니다.
쿠팡 집단감염, 부천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쿠팡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구성된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 조사단’은 쿠팡의 고용구조와 노동통제가 쿠팡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연이은 노동자 사망의 원인임을 밝히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그러나 기업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법과 정책은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기업과 국가, 우리의 책임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경기도 만들기 도민 행동
4. 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은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함으로써 개인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2020년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고, 법 제정을 위한 인권활동가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차별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소수자의 시선으로 보는 노동/일의 세계
코로나19 확산은 해고나 계약해지 같은 고용불안정 문제, 휴가나 병가와 관련된 차별, 감염인에 대한 낙인과 직장 내 괴롭힘 등 여러 문제를 증폭시켰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평등정책TF가 발행한 보고서 <노동/일의 세계>는 일터에서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을 넘어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 구조의 변화가 필요함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Equality for Migrants!
차별금지법이 모두를 위한 법이라면 우리사회의 차별받는 당사자들이 이 법을 이해하고 제정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할텐데,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난민들은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관련 정보를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주인권운동단체들이 이주민 공동체와 연대하여 차별금지법에 관한 정보를 18개 국어로 번역하여 배포했습니다. 다수의 이주민들이 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알게되었고,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주인권단체들 간의 연대가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에헤라디야 평등이야 어서오라!
코로나19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계속되었습니다. '차별과혐오없는평등한경기도만들기도민행동'은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이해 수원 중심가 거리에서 2명씩 함께 걷는 ‘침묵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현수막과 마스크, 깃발에 쓰여진 염원이 2021년에는 반드시 현실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