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나마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몇 해 동안 재단의 이사로 ‘그럭저럭’ 지내다가, 지난 5월 어느 날 이사회에서 ‘느닷없이 얼떨결에’ 이사장이 되었습니다.
‘그럭저럭’이니 ‘느닷없이 얼떨결에’니 하는 심경을 밝힌 것은, ‘인간의 존엄’과 ‘인권들’에 관한 평소의 생각 때문입니다. 저는 ‘인간의 존엄’을 ‘대지’에, 그 대지 위의 무수한 생물을 ‘인권들’에 비유하곤 합니다.
대지는 ‘인간의 의지와 그 활동’으로 더 비옥해질 수도, 더 척박해질 수도 있습니다. 대지가 비옥하면 생물은 다른 생물과 함께 생(生)을 누릴 것이고, 척박하면 생물은 다른 생물과 함께 사(死)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리 보면, 대지(공간)와 매 순간(시간)은 ‘생물’의 ‘생’과 ‘사’의 그 갈림 조건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의 존엄’인 그 대지를 비옥하게 가꾸어, 그 대지에서 매일 ‘인권들’인 생물들이 함께 ‘생’을 누리도록 땀을 흘립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일꾼’입니다.
물론 사람한테는 그 대지를 척박하게 훼손하려는 이기적 성향이 있고, 실제로 그것이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 사회를 나쁘게 구조하기도 합니다. 그 나쁜 결실은 인권들인 ‘생물들’의 ‘사’를 초래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약탈자’일 수도 있습니다.
인권재단 사람은 ‘대지’를 가꾸는 ‘일꾼’이며, ‘생’을 가리키는 이정표(里程標)이면서, 동시에 ‘사’를 경고하는 경계표(警戒標)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새 ‘일꾼’으로서 여러분께서 이미 묵묵히 땀을 흘리고 계신 그 대지로 나아가, 곁눈질하면서 여러분을 닮아가면 될 뿐입니다.
그래서 ‘그럭저럭’ 지내다, ‘느닷없이 얼떨결에’ 새 일꾼이 된 박동호 신부가 여러분께 다시 인사를 올립니다.
2022년 6월 1일,
인권재단 사람 이사장
박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