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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즐거워야 운동도 즐겁다 - 인권재단 사람 최현모 사무처장
    • 작성일
    • 2018-01-08
    • 조회수
    • 114
  • [인터뷰] 


    내가 즐거워야 운동도 즐겁다

     _인권재단 사람 최현모 사무처장





     

    인권재단 사람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최현모 사무처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2017년 12월까지만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고동락했던 활동가로서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후원회원이기도 한 그를 만나봅니다.



    재단활동을 마무리하는 심정이 어떠세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감정이에요. 2011년 초였어요. 당시 박래군 소장님과 함께 활동가들의 삶과 미래 뭐 그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나요. ‘인권활동가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했죠. 그 때부터 우리 재단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항상 고민해온 것 같아요. 우리 재단은 가능한 한 인권현장의 활동과 밀착해서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언제든 인권활동가들이 편히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랐어요. 그런 뜻을 실현해보고자 사무처장으로서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봅니다만 모든 게 만족스러울 수는 없겠죠. 계획했던 일들을 온전히 마무리 짓지 못한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네요. 앞으로 더욱 발전하리라 믿지만 후배 활동가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떠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큽니다.”


    재단 활동뿐 아니라 이주인권운동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을 이주인권운동에 헌신하셨어요. 지금도 이주노동자 인권문제로 출입국사무소를 다녀오시곤 하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오랜 시간동안 몸담았었기에 기억에 남은 일이 참 많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투쟁현장이네요. 지금도 종종 안타까운 소식을 듣지만 제가 일하던 당시엔 토끼몰이식의 무차별 단속에 내몰리다 희생되거나 좌절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단속추방의 공포에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다름없었죠. 무참히 짓밟히는 인권을 지키고자 거리의 농성장 한뎃잠을 마다하지 않고 수개월씩 저항하며 함께 싸웠던 활동가들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함께 했던 모든 활동가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아직도 이주민들의 인권상황은 열악하네요. 더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동고동락했던 활동가들이 많이 현장을 떠났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힘든 현실이 그들로 하여금 현장 활동가로서의 삶을 견디기 어렵게 했을 겁니다. 이주인권상황이 열악한 만큼 이주인권활동가들의 삶도 어렵거든요. 우리 재단이 신경써야할 지점이네요.”


    투쟁에 대한 기억을 듣다보면 늘 처음이 궁금합니다.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80년대 중후반에 대학을 다녔어요. 그때의 기억과 경험이 엄청 강렬했어요. 어떻게 사는 게 인간답게 사는 길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고민의 결론은 늘 같았어요. 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가로 사는 거였죠. 다른 모습으로 사는 걸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근데 변한 것은 있죠. 그저 깃발 들고 앞장서서 뛰는 것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주변에 있는 선배나 동료 그리고 후배 활동가들을 보게 되었죠. 저를 포함해 활동가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때가 많아졌어요. 선배 활동가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하고 닮고 싶은 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어요. 제 모습에서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발견합니다. 본받고 싶은 활동가의 상은 어떤 것일까? 생각이 많습니다.”


    요즘 시민사회계에서 활동가 사이의 세대 차이에 관한 고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세대 간의 차이는 어느 시대에나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시민사회운동 내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어요. 과거의 틀은 새로운 세대 활동가들에게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회변화라는 운동의 대의를 실천하는 길에서 개인의 사정은 쉽게 간과되었던 운동문화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활동가 각자가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어요. 새로운 세대들의 소통방식은 과거 어느 때보다 수평적입니다. 개개인의 생각이 모두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랍니다. 기성의 활동가 선배들이 사회변화를 위해서는 운동의 길이 험난해도 견뎌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새로운 세대는 운동의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이 즐겁지 않다면 무엇을 위한 사회변화인가 하고 묻습니다. 현재 서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행복한 삶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그 운동이 추구하는 변화조차 허구일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리 시민사회운동이 경청해야 할 목소리입니다.”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재단과 활동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전해주세요.

    “인권재단 사람은 지난 3~4년간 인권현장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영역을 확연히 성장시켜 왔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며 달려왔다고 봅니다. 2018년은 반 박자 정도 느린 호흡으로, 뛰기보다는 걷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간의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활동가들 간에 많은 대화가 오고가기를 바랍니다. 천천히 돌아보면 그동안 해온 많은 일들 속에서 발견되는 것들이 있을 거라 봐요. 지나온 우리의 모습들 하나하나 살피면서 좋았던 것, 부족했던 것 함께 찾아내서 둘러앉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서 1년을 보내면 2019년에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멋진 도약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물론 인권현장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필수이구요.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쉼에 인색하지 말라’입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그때 내려놓고 쉬어야 합니다. 쉼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오래오래 활동할 수 있어요. 사회를 돌보고 있지만 자신의 삶은 돌보지 못하는 활동가들이 자신의 삶과 사회를 함께 돌볼 수 있다면 이 세상을 바꾸는데 더 크게 기여할거라고 봅니다.”


     

    그를 이대로 보내기는 아쉬운 마음에, 12월 27일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조촐한 송별회를 진행했습니다. 인권중심 사람을 열고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최현모 사무처장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