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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레를 볼 수 있는 힘 - 후원회원 초롱잔디(김성호)
    • 작성일
    • 2017-11-07
    • 조회수
    • 36
  • 수레를 볼 수 있는 힘

    _초롱잔디(김성호후원회원


     


    201611, 수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현대사에 길이 남을 촛불혁명을 이루어 가며 광화문 광장을 함께 지켰던 사람, 김성호 후원회원을 만났습니다.

     

    광화문의 기억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사무실 입구에는 인권재단 사람의 소식지가 널찍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인권을 설명하기에 좋은 자료라 붙여놓는다고 하네요.

    저는 촛불 시민운동이 있기 전부터 계속 나갔어요.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제 목소리도 내고 싶었거든요. 당시엔 정권에 화도 많이 나고 오랫동안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촛불혁명은 그야말로 세계사에 대단한 일로 기억될 것입니다. 특히 저희같이 최루탄 냄새를 맡으며 대학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지난 촛불집회는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저는 풀뿌리의 힘을 믿어요. 시민들의 힘으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거든요. 지난주는 녹색당, 이번 주는 대학동문회, 다음 주는 고등학교 친구... 이런 식으로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었죠. 그리고 대부분을 아내와 함께 나갔어요. 1231일이 저희 결혼기념일인데요. 작년 그날도 데이트 겸 저녁 먹고 광화문으로 나와 목소리를 냈었죠(웃음).”

     

    사회복지사로 살다

    그는 19년 동안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왔습니다. 미국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며 누구보다 소수자의 삶을 이해하고 소수 민족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뉴욕한인봉사센터에서 보건파트를 맡아 활동하고, 미국암협회에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암 예방과 검진 및 치료 지원, 금연운동협의회의 활동을 맡기도 했습니다.

    소수민족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투표를 통한 정치력 신장이 가장 효과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시민권이 있어야 되요. 그래서 시민권을 획득하고 미국에서 살려고 했었죠. 미국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는데, 어느 날 친척 어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걱정하게 되었어요. 돌아가실 때 안계시면 후회할 것 같아 곧바로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재단과의 인연

    저는 박래전 열사가 다니던 대학에서 같이 공부했습니다. 그 때부터 박래군 소장을 알았고 멀리서 인권재단 소식을 듣고 있었지요. 한국에 온지 4~5년 되었는데 2기 인권중심 시민학교(2015)를 수강했습니다. 참가 신청을 하는데 이름과 연락처 외에 불필요한 정보는 묻지 않더군요. 그런 점에서 재단이 좋았습니다. 그 때가 첫 인연이었죠. 또 하나는 쌍용자동차, 밀양 송전탑, 세월호 현장에 가면 항상 인권재단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권단체들을 지원한다고 해서 더 호감이 갔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 후원의 밤 행사에 참여하면서 아내와 함께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적은 액수지만 다양한 단체를 후원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인권재단 사람을 후원하는 게 제일 자랑스럽습니다. 이후에 재단을 통해 알게 된 단체들을 추가로 후원하면서 삶이 더 재밌어진 것 같아요.”

     

    초롱, 잔디

    김 회원은 이름 대신 초롱잔디라는 닉네임으로 불려지길 원합니다.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후원하던 단체의 연말 모임에서 들은 얘긴데요. 모임에서 만난 사람의 반려견이 하늘나라로 갔는데 회원소식지에는 반려견 이름으로 계속 소식이 오더래요. 그게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따라했죠. 초롱잔디는 저희 집 반려견 이름입니다. 초롱이와 잔디죠. 저는 동물과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동물과 사람이 공존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우리 삶을 이끄는 생명권과도 연결되어 있지요. 앞으로 인권도 비인간 동물을 비롯한 모든 생명의 생명권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레를 보는 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권하자, 그는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말을 인용합니다.

    어느 회사에서 매일 뭔가를 훔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일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퇴근하는 그를 세워서 그가 끌고 가는 수레를 샅샅이 뒤졌지요.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수레 외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가 훔친 것은 바로 수레였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테러나 구타 같은 눈에 보이는 폭력만이 문제가 아니라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구조가 더 큰 문제입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인 인권침해나 폭력적인 문제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둔감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사고의 틀에 갇혀 전체 구조를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무슨 문제든지 전체 틀을 보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대화 내내 적은 금액을 후원하는데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이 너무나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에게서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활동하며 너무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인권활동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