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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 [박래군의 사람살이] 다시 "여기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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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여기 사람이 있다.”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소장)




    5시간 30분 동안 음식을 참고 앉았다가 교대하는 '릴레이 단식'. 그냥 연좌농성이라고 하면 모를까, 이것을 단식이라고 말하니 기이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조롱을 해댔습니다. "그것도 단식이라면 나는 한 평생 단식하며 살아왔다"라고 말이지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굶기를 죽는 것만큼이나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 굶어 놓고 수십 일 굶은 듯합니다. 원내대표였던 김성태 의원도 그랬고,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당 대표였던 이정현 의원도 그랬지요. 평소에 좋은 음식으로 섭생을 너무 잘해서인가 봅니다.
     
    며칠 전 한겨레신문 유레카에서 ‘인간 생존의 333법칙’을 소개하더군요. “사람은 숨을 쉬지 않으면 3분, 물을 마시지 않으면 3일, 음식을 먹지 않으면 3주를 버티기 힘들다.” 단식투쟁은 그만큼 요구하고 주장하는 바가 절박하기에 하는 것입니다. 보통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단식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특히 활동가들의 단식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단입니다. 밥 한 끼 늦게 먹자는 게 아닙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릴레이 단식은 단식투쟁을 모욕하고 희화화하는 짓이었습니다.
     
    하늘로 오르는 노동자들

    저는 지난 연말부터 23일 동안 단식농성을 했습니다. 굴뚝에 올라간 노동자들이 살아서 내려오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연말연시를 단식으로 보내고 맞이했는데, 23일 만에 접어야 했습니다. 부정맥 증세가 심해져서 의사들이 단식 중단을 권유했기 때문입니다. 저와 함께 단식을 시작했던 나승구 신부, 박승렬 목사, 송경동 시인은 25일 동안,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은 33일 동안 단식을 했습니다. 우리 재단 후원회원인 김우 님도 19일이나 단식에 함께했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 11일 파인텍 노동자들이 굴뚝에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굴뚝에 오른 지 426일 만이었습니다. 현장을 지켜보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노동조합의 인정과 단체협상이라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지키라는 요구를 관철하기가 왜 이리도 힘든지요. 지난 26일까지 510일간 고공농성을 했던 전주의 택시 노동자 김재주 씨의 요구도 법에서 보장하기로 한 택시노동자 완전월급제였습니다.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권리를 주장하면서 하늘로 올라야 하는 걸까요? 
     
    다시 “여기 사람이 있다.” 

    지난 20일은 용산참사 10주기였습니다. 용산참사는 지금도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불타는 망루, 불길 속에 죽어서 내려온 사람들…지켜본 우리들, “사람이 있는데 어떡하냐"라는 울부짖음, 망루에서 불길이 스러지고 난 뒤의 그 참상, 그리고 가족의 생사를 알지 못하고 아우성치는 식구들과 사람들의 모습 가운데 어느 하나도 이 세상의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저는 용산참사의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이명박 정권과 싸우다가 수배생활과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10년 안에 해결하겠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아직 진상 규명조차 못해냈습니다. 용산참사 때 옷을 벗었던 김석기는 10주기 다음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금 같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을 불에 태워 죽인 강제진압, 안전을 뒷전으로 팽개치다 사람을 죽인 짓을 되풀이하겠다 합니다.

    10년 전 참사의 현장에서 들었던 구호가 “여기, 사람이 있다”였습니다. 이 구호를 다시 외쳐야 할 것 같습니다. 장기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동계 철거 위협에 시달리는 마포 아현동 철거 현장에, 한겨울 집도 없이 거리에서 살다 죽어가는 그 거리에, 죽음의 위협이 도처에 깔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업현장에, 성폭력과 폭력에 고통받는 학교 미투와 체육계 미투 현장에, 차별과 혐오에 우는 소수자들이 있는 현장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소외받아 눈물짓는 정치와 사법의 현장에 다시 들려야 할 구호가 아닐까요?

    많이 나누는 돼지해 

    올해를 황금 돼지해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황금은 황금만능주의가 연상돼서 거부감이 생깁니다. 황금만 쫓다가 망가져 버린 세상인데 황금 돼지라고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누군가 독점하고 있는 황금을 고루 나누는 해이면 어떨까요? 

    돼지해 첫 달에 우리 재단은 외국에서 사는 동포가 보내준 기금으로 ‘지구촌 기금’을 만들었고, 법무법인 원에서 기탁해준 기금으로 ‘원 마음치유기금’을 만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더 기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발이 좋지요. 재단은 인권현장을 뛰는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밀착해 올해도 지속 가능한 인권 운동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려고 합니다.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은 응원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절망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는 그런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해, 그래서 같이 웃는 해이면 좋겠습니다.



    * 2019년부터 <박래군의 사람살이>는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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