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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래군의 사람살이] 빵과 장미 그리고 #미투 와 #위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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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과 장미 그리고 

    #미투 와 #위드유

     

    _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소장)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생소했던 컬링 경기가 단박에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여성 컬링팀의 김은정 선수가 경기중에 동료 영미를 부르는 소리는 많은 사람들이 패러디하며 따라하기까지 했습니다. 한 신문은 심지어 영미를 동사로 소개할 정도였습니다.

    영미[동사] 1. ‘영미~’(스위핑을 시작하라) 2. ‘영미야~’(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려라) 3. ‘영미야!!!’(더 빨리 스위핑을 하라) 4. ‘영미영미영미~’(더 이상 스위핑을 할 필요 없다)”

    한쪽에서 그렇게 영미를 부르는 동안 이 나라의 다른 한쪽에서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부터 시작된 미투는 연극계의 대부로 불리던 이윤택에 대한 폭로를 넘어 영화계, 연예계로 나가고 있고, 전 분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투 와 함께 #위드유(Withyou) 운동도 다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직장과 삶의 현장에서 짓눌린 여성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세계 최강 팀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연승 행진을 하는 당당한 여성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남성은 권력자였고, 피해자들은 위계관계 속에서 자신이 당한 피해조차 대놓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자리까지, 그리고 이후 미래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쥔 선생님의 더러운 손과 말을 거부하지 못하고 10, 아니 수십 년 동안 고통을 당했습니다. 그런 여성들이 어렵게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이 봉기한다는 것은 인류가 봉기한다는 것


    38일은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190838일 미국의 여성노동자 15천 명이 뉴욕 럿거스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였던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미국의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은 빵과 장미’(Bread and Roses)란 시에서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시위를 노래했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의 삶은 착취당하지 않아야 하지만

    마음과 몸 모두 굶주린다. 우리에게 빵을 달라. 장미를 달라.

    (중략)

    여성이 봉기한다는 것은 인류가 봉기한다는 것.

    더는 틀에 박힌 고된 노동과 게으름.

    한 명의 안락을 위한 열 명의 혹사는 없다.

    삶의 영광을 누리자. 빵과 장미, 빵과 장미

     

    먼지가 가득한 곳에서 하루 12시간에서 14시간의 가혹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여성노동자들은 결국 한 사업장에서 화재로 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자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습니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달라는 의미였습니다. 여성은 노동조합도 만들지 못하고 선거권도 없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역사적인 시위였습니다. 그 후 각국에서 이 날을 기념하다가 1975년 유엔이 여성 지위 향상의 날로 지정했고,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1985년부터 기념행사를 열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34, 용기 있게 나선 이의 곁에

    그간 여성의 지위는 향상된 듯 보이지만 2014년 한국의 성 격차 지수를 보면 총 142개국가운데 117위로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제참여와 기회 124, 교육성취도 103, 건강과 생존 73, 정치권한 부여 93위 등으로 나타나는 각종 데이터들은 한국사회가 여성들에게는 지옥임을 말해줍니다. 이런 조건들 속에서 여성들은 쉽게 착취의 대상이 됩니다. 착취는 노동착취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성추행 등을 당해도 항변 한 번 제대로 못하는 구조 속에서 갇혀 있습니다. 여성혐오적인 표현이나 범죄는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미투 운동은 110년 전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시위만큼이나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운동은 #위드유 운동으로 발전되고 확산되어야 합니다. 여성혐오가 판을 치고 성평등의 가치가 외면당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로막히는 현실에서 어렵게 형성된 이런 기회가 소멸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투 운동이 다른 정치적 사안들에 묻히지 않고 지속적인 운동으로 발전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부터 참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권재단사람도 부스를 차립니다. 34일 광화문 광장에서 2018년 지금 빵과 장미의 행진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그곳에서 #미투 운동의 지지자로 서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방조자나 침묵하는 다수에 속하는 게 아니라 용기 있게 나선 이의 곁에 나란히 서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당당한 여성으로, 아니 다양한 성정체성을 지닌 존재들이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서로 동등하게 존중받는 성평등의 세상을 다짐하는 3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월에 불어오는 봄바람은 차별을 날려 보내고 평등을 앞당기는 훈풍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