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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 [사람살이] 촛불은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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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은 계속 되어야 한다

     

    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소장)

     

    220161024, 정치적 위기에 몰려 다급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 개헌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바로 전날에도 손학규 씨가 정계에 복귀하면서 개헌을 언급한 터라 하루 종일 개헌 이슈가 언론을 뒤덮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다 가기 전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피시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태블릿에는 박근혜의 연설문을 최순실이 손 봤다는 결정적인 정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다음날인 1025, 박근혜는 1차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 사과가 도리어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말인 1029, 비 내리는 가운데도 청계광장에는 3만 명 넘는 시민들이 몰려나와서 박근혜 퇴진을 외쳤습니다.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침 1025일 자정이 백남기 농민의 시신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만료되는 시점이었고 그 다음날은 박정희의 37주기 기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도 못했던, 박정희 신화를 무덤으로 다시 안장시키는 일을 그의 딸 박근혜가 해내는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급반전을 이루었던 1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박근혜는 구속되어 감옥에 갔고,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59일 조기대선이 치러져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만약 박근혜가 탄핵되지 않고 그의 집권이 계속되었다면 어땠을까요? 학생들은 엉터리 친일미화 역사교과서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공부했을 것이고, 세월호는 인양되지 못했을 것이며, 5.18에 대한 재조사도 없었을 것입니다. 19171114일 태어난 박정희를 기리는 온갖 박정희 미화 행사가 진행되었을 테고, 박정희의 무덤과 동상 앞에서 대선 후보들이 머리를 조아렸을 것이며, 대선에서 적폐세력의 후보가 1위를 달리는 참담한 대선 상황을 맞이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촛불시민혁명이라고 하는 위대한 항쟁을 추운 겨울을 지나 올 봄까지 해냈습니다. 그 가운데서 벅찬 연대와 존중의 문화가 광장을 채웠습니다. 각자의 곤궁한 처지들을 무대에서 발언하고 우리가 바라는 방향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한탄과 분노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하길 바라는 열망을 표출했습니다. 그런 요구들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으로 집약되었습니다.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그렇지만, 1년이 지난 지금에서 돌아보면 개혁의 소리는 요란하고 국정원, 검찰, 경찰 등에 개혁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적폐청산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지 못합니다. 오히려 과거 적폐세력에 둘러싸여서 개혁이 실종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과감한 조처는 보이질 않습니다. 증세를 통한 사회복지를 강화할 예산의 확보도 미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양극화를 해결할 방향은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중증이라 체질개선을 해야 하는데, 갈수록 소수의 재벌과 부자들에게 쏠리는 부의 집중현상을 타개할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청년 실업은 최고점을 찍고 있고 가계부채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처럼 불안하기만 합니다.


    국회 상황을 보면 더욱 답답합니다. 적폐세력이기도 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들의 집합이기도 한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제1야당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 정당에 바른정당 의원들도 합류하려고 합니다. 국회가 입법과 예산 확보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해야 하는데, 국회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국회는 그간 혐오발언과 혐오표현의 경연장처럼 변질되었습니다. 이런 국회를 바꾸지 않으면 지난해의 촛불은 다시 좌절할 수 있습니다.

     

    평등의 촛불을 들어야 할까


    109일에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강력한 권고를 쏟아냈습니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영역에서 인권보장의 의무를 무시해온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일에 대해서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입니다. 그중에서 한국 기업이 국내외에서 벌이는 인권침해를 시정할 것,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할 것 등 3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18개월 이내에 이행계획을 수립해서 유엔에 보고하라고까지 했습니다. 유엔이라는 인권 무대에서 인권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받아든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유엔의 권고를 수용하고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아직 입장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사회 양극화의 문제도 해결될 텐데 말입니다.


    지난해의 촛불시민혁명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거대한 촛불을 지켜본 세계 시민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세계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요?


    변화는 보다 근본적이어야 합니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해지는 상황을 넘어서, 광장의 평등과 존중의 정신을 일상에서 구현해가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그런 방향에서 다시 세워져야 합니다. 이 겨울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지난해에 시작한 촛불을 추억하고만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고민이 깊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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