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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 [사람살이] 1년 전 10월은 암담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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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전 10월은 암담했네


    _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소장)
     

    1년 전 10월을 돌아봅니다. 그때는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독기어린 탄압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습니다.

    백남기 농민이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있었고, 사체를 압수수색해서 부검하려는 경찰에 맞서서 시민들이 영안실을 지켰습니다. 말도 안 되는 법해석으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강제 해산됐을 때였습니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는 세월호특조위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들과 조사관들의 릴레이 단식농성이 이어졌고, 세월호 유가족 아빠 두 분의 20일 넘는 단식농성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오로지 힘만 믿는 정권, 오로지 권력으로 군림하려는 정권과의 싸움에서 이렇게 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이화여대 구성원들은 학내에 경찰을 투입하고 학생들을 연행한 대학 당국에 맞서서 농성에 들어갔고, 먼저 촛불을 들었습니다. 학내 문제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불법 특례입학 문제로 번져 갔습니다. 9월 20일부터는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겨레>가 최순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로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사체 압수수색영장 종료일은 10월 25일이었습니다. 단 하루를 남겨두었던 10월 24일은 반전에반전을 거듭했던 역사적인 날이었지요. 그날 오전에 박근혜는 국회 시정연설을 하면서 개헌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임기 중에는 절대 개헌 불가를 외치던 입장을 한 순간에 뒤집었습니다. 정치적인 위기를 개헌 카드로 넘기려는 꼼수였습니다. 마침 장기간의 칩거에 들어갔던 손학규가 바로 전날인 10월 23일 개헌 카드를 들고 정계에 복귀한 다음이어서 박근혜가 꺼내든 개헌 카드는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로 작동할 듯했습니다. 그날 하루 모든 언론은 개헌 문제를 주로 보도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기억해야 할 1년의 전의 날들

    그런데 24일 저녁 8시,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피시를 공개했습니다. 지금으로 보면 전체 사건의 1% 정도나 될까싶은, 아주 적은 양의 팩트가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물증 없이 떠돌던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지요. 국민이 선거로 뽑은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이 대통령 노릇을 했음을 확인한 국민들의 분노는 엄청났습니다. 박근혜는 다음날인 10월 25일 오후 3시에 1차 대국민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과하는 자리에서 변명으로 일관하다 보니 도리어 국민들의 분노의 감정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 뒤로 반년 동안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모였습니다. 그리고 끝내 평화적인 시위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습니다. 그러자 세월호가 인양되었고, 새 대통령이 뽑혔습니다. 1년 사이에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암담했던 순간을 넘어서 전혀 다른 국면으로 바꾸어가는 시민의 힘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이게 민심임을, 민심을 거스르는 권력은 민심의 바다에 침몰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는 나날이었습니다.

    역사는 한 순간에 도둑처럼 스며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1년 전의 10월에 누가 이렇게 상황이 급변할 줄 예측이나 했겠습니까. 저는 지난해 연초부터 박근혜가 그 해를 못 넘길 거라는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무슨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온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토대가 있는 것인데, 이를 한꺼번에 수십 년 전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너무 무모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 무조건 막으려고만 하고 유가족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역사는 도도한 흐름과 같다고 했습니다. 역사의 배를 거꾸로 돌리려는 무모함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지라도

    지난해의 경험이 있었음에도 다시 역사를 되돌리려고 무모한 시도를 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사사건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특정 기독교세력들과 그들의 발언에 동조하는 정치인들의 혐오표현을 보면서 그런 무모함을 느낍니다. 원조 기독교 국가에서도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하나씩 인정하는 방향으로 흐름을 잡고 있는데, 성경근본주의를 들고 나선 이들의 광기어린 혐오발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심스럽습니다.

    저는 한 줌 밖에 안 되는 특정 기독교세력에 휘둘려서 인권의 가치에 반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에게 인권을 배울 기회를 주자고 주장합니다. 헌법기관으로서 인권과 헌법의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한 채 오로지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져서 부화뇌동하는 자들에게 꼭 필요한 게 인권교육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의뢰해서 정치인들부터 인권교육을 받게 할 수는 없을까요?

    올해 10월 다시 촛불을 들자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위한 입법들이 혐오세력에 의해서 국회에서 막혀 버렸기 때문입니다. 자유당 세력과 이에 편승한 정당들을 넘지 않고는 지난해 촛불시민들이 보여준 변화의 열망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 있을 뿐,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오지 않았음을 분명히 인식합니다. 올해 촛불을 들고 다시 겨울의 광장에 서야 할지라도, 우리가 시작한 이 변화의 흐름을 멈출 수 없습니다.

    변화의 흐름을 이어가면서 인권운동의 지속가능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인권재단 사람의 발걸음도 늦출 수 없습니다. 11월 20일까지 진행되는 스토리펀딩을 많이 알려주시고 동참을 권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시 신발 끈을 묶고 길에 나섭니다.

      
첨부파일 candles_large.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