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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살이 / 201708] 일단 쉬고, 자신도 돌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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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쉬고, 자신도 돌보며

    _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소장)

     


    오늘 아침 두 명의 다큐멘터리 감독을 생각합니다한 명은 위암 판정을 받고 오늘 병원에 입원합니다.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연분홍치마에서 여성주의 시각으로 다큐를 만들어왔고, 우리에게는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김일란 감독은 이후에도 용산참사 출소자들을 다룬 <공동정범>을 만들었고, 내년 초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른 한 명은 죽음의 문턱 앞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 홈리스, 장애인과 같은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영상에 담아왔던 박종필 감독은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수색작업 영상촬영 작업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가서야 간암 말기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틀 전에 그가 요양하고 있는 강릉의 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채 한 달도 안 지났는데 그는 앙상하게 뼈만 남았습니다. 그의 손을 잡고 그가 숨 고르며 띄엄띄엄 하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힘들 텐데도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나 봅니다.


    두 감독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를 만들어서 같이 책임져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겨울에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미디어팀에서 같이 일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영상작업을 하는 일은 무척 괴로웠을 겁니다. 울부짖는 유가족들, 그들이 겪는 모욕의 현장에서 눈물을 삼키며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고 김관홍 잠수사의 얘기도 담았지요, 김일란, 박종필과 같은 다큐 감독들은 다급하게 쏟아지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밤잠을 설치면서 작업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매주말 광화문 집회에 올릴 영상 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그 일들은 제가 책임져왔습니다. 어쩌면 저는 후배 다큐 감독들을 과로로 내몰고, 책임감 강한 그들은 제 요구대로 작업하느라 골병이 드는 것도 모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너무도 훌륭한 작업을 해내는 그들을 쉬게 하거나 그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일에는 소홀했습니다. 독촉만 하는 위치에 있었지 그들에게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사주지도 못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운동


    인권운동은 한 마디로 사람을 살리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 힘없고 가난하고 권력에 당하는 사람들의 편에서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면 당사자들이 겪는 차별과 혐오에 공감하면서 같이 울고 같이 아파하고, 그러면서도 그 일을 풀어가야 한다는 강박을 갖는 게 인권활동가의 운명 같은 것이었습니다. 두 감독도 카메라를 든 인권활동가였습니다. 같이 인권의 현장을 지켜왔던 그들의 목숨을 단축하는 일을 해온 건 아닌가, 그들의 열정과 노동을 착취하는 일을 해온 것은 아닌가 하고 자책하는 나날들입니다.


    인권활동가들에게 쉼이 있는 활동조건을 보장해줄 수는 없을까, 자신의 건강도 돌보면서 몸이 힘들 때는 교대도 해가면서 할 수 있는 조건은 만들 수 없을까, 인권활동가들이 제 때 밥이라도 먹으면서 활동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은 어떻게 만들까, 이런저런 고민이 많습니다. 두 명의 활동가들이 덜컥 아프고 나니 더욱 간절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인권재단 사람에서는 8월부터 <오마이뉴스>와 함께 인권활동가들의 삶을 드러내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기사들을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으로 연결합니다. 인권운동에 전념하는 당사자들과 인권활동가들의 고단한 삶과 그들의 활동 모습을 시민들이 알아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연재가 시작되면 후원회원님들도 SNS 등을 통해서 많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번 달 23일부터 34일 동안 지리산 실상사 주변에서 인권활동가들의 쉼 여행 무념무상을 진행합니다. 모든 경비는 재단에서 지원합니다. 활동가들이 쉬면서 마음을 살피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데, 막상 신청을 받고보니 참여가 저조합니다. 쉬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활동 조건 때문일 겁니다. 겨우 34일이지만 자신이 사무실에서 빠지면 일이 펑크 나기 때문에 몸을 못 빼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재단에서는 쉼이 필요한 활동가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니 잘 될 겁니다.

     

    쉼이 있는 삶을 위해


    사실 쉼이 필요한 이들은 인권활동가들만이 아니겠지요. 우리 사회를 피로사회라 합니다. 쉬지 못하고 일만 하는 사회,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이 무너져도 치유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경주마처럼 달리다 용도 폐기되는 삶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입니다. 이런 경쟁과 효율만 쫓다가 결국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제발 쉬면서, 자신도 주변도 돌아보면서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달에 이 글을 쓸 때는 김일란 감독이 수술 잘 받고 퇴원했다는 소식을, 그리고 박종필 감독이 기적처럼 일어나서 요양 중이라는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두 기원해 주시겠지요


    ※ 인권운동을 든든하게 지원하는 365기금 후원하기 : http://www.hrfund.or.kr/load.v2.asp?subPage=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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