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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살이 / 201705]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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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꿈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


    요즘 조기 대선이 한창입니다. 이 글을 읽어보실 때면 아마도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었겠지요. 희망을 얘기할 것이고, 새로운 시대를 말할 것입니다. 촛불시민혁명의 결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선출된 대통령이니 그러해야 마땅하겠지요.

    이게 나라냐!”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때 들었던 구호를 지난 겨울 광장에서 다시 들었습니다. 그 말이 저에게는 비명소리처럼 들립니다. 사람이 죽겠는데 뜬 구름 잡는 소리나 늘어놓는 이들에 대한 항의로도 들립니다. 새 정부의 대통령이라면 촛불의 요구를 들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일자리와 관련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정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비명소리처럼 들리는 이게 나라냐!”

    한국은 OECD 자살률 1위의 오명을 십 수년째 뒤집어쓰고도 정부나 사회나 둔감하기만 한 나라입니다. 1년이면 14천 명이 죽어나가는데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사람들이 자살하는 나라, 자살하는 이들이 너무 조용히 죽어가서일까요? 1년이면 산업현장에서 2,400명이 산재로 죽어갑니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돈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안전 설비하는 것보다 사람 목숨 값이 더 싸니까 그리 합니다.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2~3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 가긴 어려웠어요.”

     

    지난해 10,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씨가 자살하면서 남긴 유서입니다. 화려할 것만 같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 현장의 노동실태는 참혹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신입 조연출가로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하고도 욕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열악한 노동에 지친 노동자들을 채근해야 했습니다. 그는 급여를 받아서 416연대를 비롯한 단체들에 후원금도 보내던 사람이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8개월째 직장폐쇄로 싸우고 있는 갑을오토텍 노동자 김종중 씨가 자살했습니다. 그는 동료들에게 SNS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이렇게밖에 못해서살자고 노력했습니다. 절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행복하세요.” 노동조합 동료들은 회사가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분개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서 별별 수단과 방법이 동원됩니다. 노조파괴 전문 업체가 버젓이 활동하고, 억울해서 파업이라도 하면 수십억의 손배가압류가 청구되고, 법원이 이를 인정해줍니다. 법원이 불법해고라고 해도 회사는 듣지 않거나 일단 복직시켰다가 다시 해고합니다. 기업은 법 위에서 법을 한껏 조롱합니다. 노동자들에게 그 법은 지나치게 가혹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늘어놓자면 끝이 없습니다. IMF 이후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너무 유연해서 탈인데 더욱더 유연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는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임금은 제자리인데 물가나 세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전월세, 교육비, 보육비 등을 댈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출산율도 덩달아 세계 최저를 기록합니다. 아프기라도 하면 어떨까요? 노후 생계도 막연하기만 합니다. 이런 사회가 바뀔 수 있을까요?

     

    노동하기 좋은 나라는 불가능한가

    노동이 즐거워야 하고, 노동하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 노동은 안전해야 하고, 동일노동은 동일한 가치로 대가가 주어져야 합니다. 노동을 통해서 자신과 가족의 미래도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당한 휴식과 여가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언제까지고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노동으로 마른 수건 쥐어짜듯이 해서는 사람답게 살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친기업,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같은 구호로 대표되는 기업중심의 경제를 추구해왔습니다. 그 결과는 지금처럼 지옥과도 같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친 노동, 워킹 프렌들리, 노동하기 좋은 나라로 바뀔 수 있을까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이 허구가 되거나 무시되지 않는 나라만 되어도 좋겠습니다. 새 정부에서 노동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야 촛불시민혁명이 헛된 게 아닐 수 있겠지요.

    오는 528일은 구의역에서 죽어간 19살 노동자의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식사도 하지 못했던 노동자가 남긴 가방에는 컵라면이 들어 있었습니다. 짬을 내서 먹어야 했던 컵라면조차 먹지 못하고 죽었던 노동자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리고 지난 1LGU+의 협력업체 욕받이부서에서 일하다가 자살했던 노동자도 19살이었습니다.

    그들을 기억하면서 새 정부에서는 일자리가 없어서 죽는 사람도, 일이 힘들고 너무 비인간적이라서 죽는 사람도, 돈보다는 안전이 뒷전에 밀려서 죽는 노동자도 없이, 사람의 노동을 존중하는 그런 변화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광화문 광고판에서 단식 농성하는 노동자들이 무사히 내려오고, 다시는 자신의 노동권을 주장하기 위해 하늘로 오르는 노동자들이 없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모두의 노동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꿈꾸어 보는 푸른 5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