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재단사람

모바일메뉴바 후원하기
홍보마당 자료실
  • [사람살이 / 201702] 우리의 2017년을 서로 응원합시다.
    • 작성일
    • 조회수
    • 588
  • 우리의 2017년을 서로 응원합시다.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
     
     
    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이제 음력으로도 새해입니다. 새해의 꿈은 뭔가요? 새해 계획은 세우셨나요?
    저는 올해의 화두를 ‘알깨기’로 생각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구절이 떠오르지요?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데미안의 이 구절이 지난해 말부터 많이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옛 세계를 부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매주 광장에서 촛불을 밝혀온 지 벌써 넉 달째,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올해는 정치일정이 매우 복잡해집니다. 누구나 예상하고 있듯이 대통령 탄핵이 곧 이루어질 것이고, 그에 따른 조기 대선이 치러집니다. 이번 대선은 단순히 대통령을 누구로 선택하느냐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거악(巨惡)의 구체제를 부수는 일에는 고통이 따르게 됩니다. 불평등, 불공정, 불의로 대표되는 구체제는 수많은 고통을 가져왔습니다. 돈 중심의 질서를 강요하고 사람을 돈의 노예로 만들며 그 돈을 무기로 특권층이 사람들을 지배해온 구체제를 이제 끝내야 한다는 게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구체제를 대표하던 인간 군상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그 정점에 있는 박근혜도 곧 감옥행이리라 생각합니다. 구체제를 넘기 위해서는 이재용, 정몽구, 신동빈, 최태원 같은 재벌총수도 구속되어야 하는데, 이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은 감옥에 가도 재벌총수들은 안 갈 수 있으니까요. 단지 몇몇 재벌총수들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들로 대표되어온 가진 자의 횡포가 용인되는 세상의 질서가 바뀌려면 세상의 폭력을 대표하는 이들의 구속이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을 깰 수 있을까?

    입춘이 지났으니 곧 봄이 옵니다. 우리는 세 번째 슬픈 봄을 맞습니다. 아직 세월호는 동거차도 앞 맹골수도의 거센 물살 아래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 안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홉 명의 미수습자가 있지요. 그들의 귀환을 준비해야 하는 봄입니다. 그리고 그 배를 건져 올려서 진실을 찾아내야 하겠지요. 대선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는 세월호 인양과 선체조사는 시대를 지나는 중요한 상징이 될 것 같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걸어온 3년 가까운 시간은 우리 사회를 지배해오던 철칙을 깨는 과정이었습니다. 대형 참사를 겪고도 돈으로 해결하면 끝이라는 철칙을 깼던 유가족들은 온몸으로 모욕을 견뎌야 했습니다. 죽은 자식 팔아서 돈벌이 한다는 비난에서부터 이제는 지겹다는 말까지, 상처를 헤집는 칼날 같은 말들을 이겨낸 시간이었습니다. 부모이기에, 사람이기에 포기할 수 없는 진실에의 권리를 그들은 애써서 찾아왔습니다.

    그런 유가족들의 곁을 지키며 유가족들이 받는 비난을 스스로 감수해왔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8년 전 용산참사가 났을 때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쳤고, 같은 해 있었던 쌍용자동차 파업 때는 “함께 살자”고 깃발에 적었습니다. 거기에 백남기 농민이 물포에 쓰러져 숨졌을 때는 “사람의 길을 가라”고 새겼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앞장서서 열어온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한 행진에 날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동행했습니다. 그런 힘들은 알게 모르게 축적되어 광장에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그 에너지로 우리는 이제 새로운 세계를 말하고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안에 잠자던 다른 세상에 대한 꿈, 노예로 사는 게 아니라 세상의 주인으로 서는 꿈이 이제 펼쳐지려고 합니다. 그런 길은 다른 고통을 수반할 수도 있습니다. 상상도 못한 난관이 앞을 가로막을 수도 있겠지요.
     
    포기할 수 없는 꿈을 위해

    우리는 광장에 모여서 촛불을 들고 외치면서 새롭게 변하는 우리를 확인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우리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모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세계를 그저 자기 안에 지니고 있느냐 아니면 그 사실을 알고도 있느냐, 그건 큰 차이지!”
     
    데미안에 나오는 다른 구절입니다. 세계를 안에만 갖고 있을 게 아니라 그 세계가 어떤 것인지를 보았고, 이제 그 세계를 향해 우리 스스로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며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의 꿈을 응원합시다. 새롭게 민주주의를 디자인하게 될 올해, 보다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소중하게 가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슬프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이 있어서 따뜻한 봄이 될 겁니다. 올해는 우리 서로를 많이 격려하고 응원해가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