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재단사람

모바일메뉴바 후원하기
지원활동 지원활동 생생후기
  • [일단, 쉬고] 그림 같았던 순간 NEW YORK, NEW YORK ♪
    • 작성일
    • 2019.09.20
  • 그림 같았던 순간 
    NEW YORK, NEW YORK ♪ 



    글 | 재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우연한 기회에 그림 보는 것을 소소한 행복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안식 휴가 중 ‘일단, 쉬고’ 사업 지원을 받는 행운이 찾아왔을 때 별다른 고민 없이 그림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그림 때문이든 다른 이유든 뉴욕으로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7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고 느꼈던 점을 나누고 싶다. 


    소중했던 미술관


    이번 쉼에서 가장 우선 했던 건 당연히 미술관 투어였다. 뉴욕의 대표적인 미술관들은 미국의 부자들이 천문학적인 돈으로 그림을 사들인 덕분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런던, 파리 등 도시에서는 없는 고흐, 샤갈, 마티스, 피카소 등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내가 방문했던 미술관은 뉴욕에서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는 현대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메트로폴리탄이었다. 다녀온 곳 중 현대미술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바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반짝거렸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이 그림 앞에서는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파리에는 루브루, 뉴욕에는 메트'라고 해서 갔던 메트로폴리탄에서는 19~20세기 유럽 작품들 중심으로 보았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고 해서 아침 일찍 그림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더니 밀짚모자를 쓴 고흐의 자화상이 나를 반겨주었다. 30분 정도 그 넓은 곳에서 혼자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미술관은 밤에 일찍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야 한다. 참 뉴욕의 미술관은 다른 도시의 미술관들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비청소년 기준 약 25달러). 그래서 관광객들은 뉴욕의 주요 여행지를 할인 된 가격, 대기 줄 없이 입장이 가능한 패스를 사서 이용한다. 나 역시 이 패스 덕분에 미술관과 전망대를 편하게 다녀왔다. 


    뉴욕을 한눈에 담았던 곳


    뉴욕의 상징 중 하나로 불리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탑 오브 더 락〉 전망대에 갔다. 103층 빌딩에 관광객이 모여 있다 보니 가방 검사를 두 번에 걸쳐 꽤나 엄격하게 받고서 올라 갈수 있었다. 참고로 뉴욕의 주요 관광지는 대부분 가방 검사를 하기 때문에 가방을 가볍게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셀카봉은 절대 사용 금지라 가져온다면 버리던가 10달러가 넘는 유료 라커에 보관해야 한다. 전망대 이야기로 돌아오면, 어느 관광지에서 전망대에 간다는 건 촌스러운 느낌이 있다. 〈탑 오브 더 락〉으로 갈 때 별 기대 없이 갔었는데 거기는 달랐다. 한쪽에는 내가 꿈꾸던 뉴욕이 한 눈에 들어오고 한쪽에는 회색빛 도시를 녹색빛으로 바꿔주는 센트럴파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낮부터 가서 일몰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하늘이 내게 아름다운 노을을 선물했다.


    여전히 그리운 그곳


    또 하나 내게 중요한 계획이 있었다. 바로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를 직관하는 것이다. 여행 날짜를 정할 때 고려 한 것들이 있었다. 미술관에서 특별전시를 하는지, 뉴욕양키스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하는지였다. 경기 시작은 오후 1시였지만 꼭 가고 싶었던 곳이라 이르다 싶을 정도로 아침 10시에 나섰는데 세상에 큰 착각이었다. 지하철엔 온통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마음이 놓였다. 뉴욕 여행 중 힘든 순간을 꼽으라면 지하철 탈 때였다. 워낙 노선이 다양하고 가는 방향에 따라 입구도 다르고 환승할 때 역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게다가 구글맵 반응이 느리면 몇 번을 헤매야 했다. 
    자리에 앉아서 점심으로 그 유명하다는 미국 야구장 핫도그를 먹었다.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사실 맛을 느낄새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4층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야구장 풍경만 봐도 배가 불렀다. 매번 TV 중계로만 보던 곳에 내가 와 있다니. 혼자 간 여행이라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본 경기는 부상으로 못나오는 선수를 제외하고는 보고 싶었던 선수들이 모두 나왔고 무난하게 9회말 2아웃에서 경기가 끝났다. 경기가 끝나면 허무하고 아쉬울 것 같았는데 마지막 순간이 최고였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New York, New York' 음악이 나오더니 관중들이 다 같이 일어서서 떼창을 불렀다. 그전까지는 몰랐다. 경기가 이기는 날에는 관중들이 세레모니로 이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나는 지금도 이 노래와 함께 길을 걸으면 야구장 한 켠에 있다는 착각이 든다.


    몸과 마음의 양식을 쌓았던 시간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브루클린 브릿지와 덤보 다리를 다녀왔다. 이 날만은 같이 다리를 건너면서 사진을 찍어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동행 친구를 만나 같이 다녀왔다. 영화에 나왔다는 카페도 가 보고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가방, 옷 가게에서 쇼핑도 했다. 
    아는 클래식 음악이라고는 가끔씩 라디오로 듣는 KBS 클래식 채널이 다지만 뉴욕에 왔으니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인 필하모닉 콘서트를 가려고 한국에서 미리 예매했었다. 콘서트는 시즌 중에는 매일 열리는데 주제가 굉장히 다양했다. 나는 그나마 친숙한(?)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에로이카 공연을 선택했다. 좌석은 3층 좌석이었는데 41달러 정도를 냈다. 참고로 클래식 공연에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관광객들을 위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공연 당일 오후 리허설을 아주 저렴한 티켓 가격으로 오픈한다. 그래서 저녁에 시간이 없거나 저렴하게 공연을 관람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 시간대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참, 뉴욕하면 재즈라고 해서 재즈바에도 갔었는데 코앞 거리에서 연주자들의 음악을 듣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내가 갔던 곳은 스모크 재즈바로 빨강색 무대가 아주 근사했다. 공연이 끝나고 연주자들이 바에 있는 손님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는 영어를 못해서 박수와 웃음만 보냈다. 이럴 때 언어의 장벽이 아쉽다.
    여행중 하나가 먹는 재미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혼자가는 여행에는 맛집을 찾는 거 보다 하나라도 더 구경하고 놀자라는 생각이라 찾아다니지는 않았다. 그나마 찾아간 곳이 있다면 쉑쉑버거를 파는 매디슨 스퀘어 공원정도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피해서 간다고 오후 3시쯤 갔는데 한 시간은 넘게 기다렸다. 그밖에 여행을 다녀 온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할랄가이즈 길거리 음식, 파이브가이즈 햄버거, 조스 피자를 먹었다. 스타벅스는 한국보다 저렴해서 수시로 다니며 체력을 보충했다.

    여행이 끝나고 지금은 밥먹고 청고하고 운동하고 책보면서 차분하게 안식휴가를 보내고 있다. 때론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생각해 보고 있다. 그런 순간순간에 뉴욕에서의 기억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살면서 가끔 그곳이 그리워질 때 이 글을 찾아와야 겠다. 


    <일단, 쉬고>는 쉼과 재충전을 위해 활동가 스스로 기획한 여행, 취미활동 등 인권활동가 개인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더 많은 인권활동가를 지원하려면? 365기금에 후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