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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활동119] 버마(미얀마) 총선거 참관기
    • 작성일
    • 2016.03.15



  • 변화를 원한 버마 민중들의 열망, 이제 시작

    -버마(미얀마) 총선거 참관기


     (인권과 평화를 위한국제민주연대:www.khis.or.kr

    강은지(국제민주연대 기업인권팀장)

     

    지난 2016224, 버마(미얀마) 88세대 평화와 열린 사회(88 Generation Peace and Open Society Group, 버마 1988년 군부독재 반대 항쟁을 이끈 인사들이 감옥에서 나온후 만든 단체) 지도부 중 한 명이자 전 정치범인 닐라 테인(Nilar Thein)이 평화행진법 제18조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지난해 교육법 개정 반대 학생 시위를 지원했다는 혐의였다.

    얼마 전 한국에 다녀가기도 한 남편 죠 민 유(Kyaw Min Yu, 짐미(Ko Jimmy)로 더 잘 알려져 있는)와 함께 1988888888항쟁에 적극 참여한 일로 1990년 처음 구속된 이래 닐라 테인은 수차례 수배, 구속을 반복했다. 가장 최근 구속되었던 것은 2008년으로 20078월의 샤프란 항쟁에 참여했던 일 때문이었다. 2005년에 결혼한 남편 짐미가 2007821일 먼저 구속되었고 갓 태어난 딸을 친척집에 맡기고 수배생활을 하던 닐라 테인도 20089월 결국 잡혔다. 부부는 나란히 6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121월 버마 민주화 흐름 속에 대통령의 정치범 사면으로 풀려났다.

    닐라 테인과 짐미를 비롯해 20058888항쟁의 주역이었던 학생운동 세대들이 모여 결성한 88세대 평화와 열린 사회를 중심으로 수많은 이들이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온 덕분에 2015118일 총선거에서 아웅산 수찌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ational Laegue for Democracy, NLD)이 압승을 거두면서 정권 교체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역사적인 50년 만의 민주적 총선거 3개월여 만에 들려온 닐라 테인의 구속 소식은 민주화를 위한 버마의 진정한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듯만 하다.

     

    8888항쟁 이후 치러진 1990년 선거에서 승리하고도 정권을 잡지 못했던 민족민주동맹(NLD)이 과연 25년이 지난 이번에는 정권 교체를 이뤄내고 버마/미얀마의 민주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아시아 NGO인 아시아자유선거네트워크(ANFREL)에서 조직한 국제 선거참관단의 일원으로 2015111일부터 10일까지 버마/미얀마 선거 참관활동을 하는 내내, 아니 귀국해서 최종 선거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내내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제 선거참관단으로는 유럽연합(EU), 미국의 카터재단, 아시아자유선거네트워크(ANFREL) 3개팀이 준비를 하였고 버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들과 MOU를 체결하여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 국제 선거참관단은 총 1천여명, 국내 참관단을 포함하면 총 1만여명이 참관단으로 활동하였다. 이 중 우리가 참가한 ANFREL 참관단은 52명으로 약 2달간의 장기팀과 10일간의 단기팀이 있었다. 국제 선거참관단의 활동은 여러 지역으로 나뉘어 파견되어 투표 전 선거운동기간에 대한 감시, 투표 당일, 그리고 개표 과정에 대한 감시로 이루어졌는데 한국 참가자 5(국제민주연대 최미경, 강은지 활동가, 참여연대 이영아 간사, 대학원생 문기홍, 송유림) 중 국제민주연대 팀은 구 수도이며 버마의 제1도시인 양곤 내 한 지역으로 배정되었다. 버마의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는 이 소중한 기회는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하였다.

     



    (△선거인명부 확인하는 사람들)



    25년 만에 이루어진 자유 총선거에 대한 기대와 불안은 선거운동기간에서부터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유권자명부와 사전투표 과정에서 소소하지만 결코 그냥 넘길 수만은 없는 부정선거 의혹들이 여기저기에서 확인되었다. 투표에 참가하려면 사전에 유권자명부 확인을 통해 이른바 유권자 카드를 받아야 하는데 수백, 수천 명이 유권자명부에서 누락되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투표 자격이 없는 사람들 앞으로 유권자 카드가 발급된 경우도 있었다. 우리팀이 참관활동을 진행한 양곤의 한 타운십(한국의 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에서는 종교인(이것 자체가 황당한 규정이지만 미얀마 헌법에 따르면 승려, 목사, 신부 등 종교인은 투표권이 없다), 사망자, 부재자 앞으로 발급된 유권자 카드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투표일 당일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배정된 선거구에서 투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전투표 및 부재자투표에서도 사전투표 명부의 부적절한 기재, 투표함 미비 등 다양한 절차 위반이 곳곳에서 확인되었다.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봉인이 규정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다른 타운십에서는 사전투표 자격이 없는 사람이 투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전투표 마감 시간 전에 사전투표를 종료해야만 하는 일도 있었다. 사전투표와 부재자투표를 둘러싼 의혹은 전국적으로 너무나 많이 제기되었기 때문에 아웅산 수찌 여사도 투표 전 계속 이런 이야기들이 들어오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을 정도였다. 더 나아가 누가 어디에서 어떤 환경에서 투표했는지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가 실제로 개표해보면 여당 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전해지는 해외 부재자투표가 투표 마감 시간 이후에도 끊임없이 도착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이 시간 이후 도착하는 해외 부재자투표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투표기다리는 사람들)



    전반적으로 차분한 가운데 진행되었지만 투표일 당일에도 여러 문제들이 확인되었다. 투표 개시 전 주요 정당 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이 비어있음을 확인하고 봉인해야 하지만 참관인 없이 봉인한다거나 봉인 없이 투표를 개시한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투표권이 원천적으로 박탈된 로힝야족 문제 외에도 법적으로 투표권은 주어졌지만 사실상 행사하지 못한 소수민족의 사례들도 있었다. 미얀마에서는 인구의 일정 수준 이상을 차지하는 소수민족은 자기 민족 대표를 뽑을 수 있다. 양곤의 경우 카렌족과 라카인족에게 민족 대표를 뽑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는데, 문제는 상당수 투표소에 소수민족 투표함이 아예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사실상 소수민족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개표 과정에서도 의혹은 계속 이어졌다. 앞서 사전투표 부정 의혹 때문에 마감 시간 전에 투표를 종료해야 했던 타운십은 선거관리위원장이 투표 종료 시간까지 사전투표함을 각 투표소에 전달하지 않아 전체 15개 투표소 중 13개 투표소에 해당하는 사전투표가 무효화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후 무효화된 사전투표를 검토한 결과 사전투표인 명부에 기재된 수보다 투표함에 남아있는 투표수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되어 사전투표 조작 시도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며칠 후 선거결과 중간발표에서는 실제로 그 지역의 몇 개 투표소에서는 사전투표에서 적은 표 차이로 여당 후보가 당선이 되는 일이 있었다.

     



    (△개표모습)



    이러한 문제들은 한편으로는 너무나 오랫동안 제대로 된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선거관리 실무자나 유권자 모두 선거를 어떻게 관리하고 치러야 하는지에 미숙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군 부재자투표에서 100% 여당표가 나온다거나 무자격자에게 발급된 유권자 카드나 투표인명부보다 많았던 사전투표용지에서 짐작할 수 있듯 투표 조작 시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 확인될 때마다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했을 뿐이라고 해명하던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절차와 규정 준수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고 소수민족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 몇몇 개인에 대한 것이라며 중요시하지 않는 등 개인의 인권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25년만에 이뤄진 자유총선거는 전반적으로 체계가 부실하고 곳곳에서 소소한 조작 시도가 벌어지는 불안한 가운데 진행되었지만,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 있었기에 아웅산 수찌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의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사전투표 조작은 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투표 시작 시간인 아침 6시가 되기 한참 전부터 와서 줄 서서 기다리는 유권자의 표는 조작할 수 없었다. 해외 부재자투표 조작은 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정전으로 불이 꺼진 상황에서도 손전등을 비춰가며 개표 내내 꼼짝않고 지켜보고 개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페이스북으로, 트위터로 전해지는 메시지를 조작할 수는 없었다. 개표가 끝난 투표용지의 관리가 아무리 허술해도 혹시나 자신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개표가 끝난 후에도 밤 새워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눈을 조작할 수는 없었다. 오랜 군부독재 치하의 유산인 관료주의와 총체적 관리 부실의 한계를 극복하고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를 이루어낸 힘은 분명 다른 무엇도 아닌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한마음이었다.




    (△선거관리위원회 도장)



    그런 점에서 어쩌면 아웅산 수찌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에게는 지금부터가 더 힘든 과제가 될 것이다. 선거공약을 묻는 질문에 변화라고, 어떤 변화냐고 묻자 모든 것의 변화라고 답했던 한 민족민주동맹 후보자의 말처럼, 이번 선거결과는 어쩌면 민족민주동맹에 대한 지지나 기대 이전에 못 살겠다, 바꿔보자라는 절실한 염원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변화, 국민들이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민족민주동맹이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인지, 국민들이 바라는 변화의 모습과 민족민주동맹이 계획하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 얼마나 일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서 지금 아웅산 수찌 여사를 향한 국민들의 애정과 찬사는 계속될 수도, 또는 배신감에서 나오는 신랄한 비판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번 총선과 정권 교체를 계기로 이제 지금까지 경제제재를 계속해왔던 유럽과 미국 등은 앞다투어 투자에 나설 것이고 한국의 투자도 늘어나 노동 이슈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민간 투자뿐만 아니라 한국 등 여러 나라로부터 버마로 들어가는 개발기금 역시 증가할 것이다. 2012년 대대적인 정치범 사면이 있었지만 20152월과 3월의 학생시위 때 구속된 학생이 많아 정치범 숫자는 다시 늘어났다. 최근 구속된 닐라 테인의 경우처럼 학생시위 배후조정을 이유로 더 많은 민주화 활동가들이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전환기인 버마는 이제 한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아웅산 수찌 여사와 민족민주동맹, 그리고 모든 민중들이 함께 나서서 만들어가야 할 진정한 민주화를 위한 싸움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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