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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동가닷넷] 2016 평화캠프: 트레이너를 위한 트레이닝
    • 작성일
    • 2017.02.14
  • 촛불과 비폭력, 비폭력 트레이닝


    글 / 오리 (전쟁없는세상,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망치>)


    <망치>는 비폭력 트레이닝이 사회운동에서 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트레이너들의 네트워크이다. 비폭력 트레이닝이란 말이 낯설어 뭐 대단한 것이 있는가 싶지만 사실 형태나 방식은 강의형 아닌 참여형 워크숍을 생각하면 된다. 대신 내용적인 면에서는 사회운동의 전반을 다룬다. 사회의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구상하며 요구사항을 마련하고 캠페인의 전략을 개발하고 구체적인 행동의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며 평가하는 과정까지 모두가 비폭력 트레이닝의 주제가 된다. 트레이닝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 조직은 역량이 강화되고 사람들이 사회운동에서 더 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우며 사회운동이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성과 문제들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우리 운동의 한계를 넓힌다. 왜냐하면 트레이닝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실험하고 개발하거나 경험을 분석하고 평가할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트레이닝을 통해 우리는 사회운동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사회가 우리에게 가르친 파괴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를 잊게 하는 참여적 교육을 경험하게 한다. 평등하게 함께 활동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조직을 강화하고 공동체의 유대를 발전시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을 하면서 혹은 구체적인 직접행동을 할 때 생기는 걱정, 두려움 등의 감정을 나누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즉 비폭력 트레이닝은 개인들이 다양한 방식의 집단행동에 효과적으로,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망치>는 2012년에 결성되어 지금까지 사회운동과 관련한 각종 자료들의 발간, 초심자를 위한 트레이닝, 조직별 맞춤형 트레이닝을 진행해왔다. 2016년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역량이 한계에 이른 것을 인식하였고 2016년 한 해를 역량강화를 위한 해로 보내기로 하였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가 시도했던 다양한 프로그램 중 좀 더 개발해야 할 것들을 중심으로 좀 더 파고들어 공부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결정된 6가지 분야가 ① 비폭력 트레이닝이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 ② 건설적 대안 만들기 ③ 젠더와 비폭력 ④ 임파워먼트(empowerment) ⑤ 창의적인 비폭력행동 ⑥ 좋은 트레이너 되기-퍼실리테이팅의 모든 것이었다. 첫 번째와 여섯 번째 트레이닝은 트레이너들끼리의 스킬쉐어(skill share)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여기에선 나머지 4개 트레이닝을 중심으로 소개할까 한다.

    건설적 대안 만들기

    이 트레이닝은 먼저 ① 왜 '예스(YES)'와 '노(NO)'를 함께해야 하는가? 사회 부정의와 억압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무언가를 건설하는 운동이 왜 필요한가? ② 권력과 비폭력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건설적 대안 만들기로 귀결되는가? ③ 건설적 프로그램이 왜 파워-오버(power-over)에 도전하고 파워-위드(power-with)를 촉진시키는가? ④ 건설적 프로그램은 어떤 식으로 구조적 폭력에 대항하는가? ⑤ 대안학교가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처럼 건설적 대안이 특권적(특정) 계층(그룹)에만 해당하는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⑥ 왜 반군사주의 운동이 건설적 대안 만들기를 전략으로 삼아야 하는가? 라는 6가지 질문에 관한 소그룹 토론으로 시작하였다. <망치>가 이 주제를 가지고 트레이닝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한국 사회에도 저항(NO)하는 운동과 대안을 건설(YES)하는 운동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고 사회운동의 열쇠가 이 두 가지 방식의 운동이 적절히 잘 조화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각자의 운동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 것인지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에서였다. 또 예스 운동이 급격히 국가의 정책으로 흡수되거나 직업 창출이 기회쯤으로 폄하되는 것을 교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 질문들에 대한 생각을 나눈 후에는 본격적으로 건설적 대안의 4가지 요소(① 평등 ② 환경, 땅, 자원(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 ③ 경제 회복력(경제적 자립) ④ 해방 교육)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후 이 4가지 요소들을 실천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고려해야 할 지점들은 무엇인가? 에 관한 생각들을 나누었다. 사례연구로는 스페인의 사회주의 유토피아 마리날레다 사례를 자세히 살폈다. 위의 4가지 요소들을 어느 정도 충족하면서도 여전히 직접행동이나 불복종 등 활발한 활동을 전재하고 있는 마리날레다 마을의 사례는 우리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 충분했다. 한국의 사례들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을 것에 아쉬워하며 앞으로 우리의 과제로 남겨두었다.



    젠더와 비폭력

    이 트레이닝은 ①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 전략 ② 남성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여성 only 그룹 ③ 퀴어문화축제 애프터파티의 청소년 참여 제한이라는 주제를 두고 차별인지 아닌지 생각해보는 차별 스펙트럼이라는 토론 툴로 시작하였다. 스펙트럼은 토론을 촉진하고 참가자들의 생각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게임으로 어떤 상황에서 적용하더라도 괜찮아서 트레이너들이 무척 사랑하는 트레이닝 툴 중 하나이다. 이후 ① 젠더는 무엇이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② 젠더는 권력 및 정의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③ 젠더 관점이 우리 활동에 왜 중요할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소그룹 토론을 진행하였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이런 내용을 강사한테 들은 적은 있지만 자신들 스스로가 생각해서 말해본 경험이 적었다는 점에 새삼 놀라기도 하였다. 이어서는 사례연구로 콜롬비아의 No More Femicide 캠페인, 터키의 반군사주의 페미니스트 그룹인 ANFEM, 이스라엘의 반군사주의, 퀴어 운동 그룹인 New Profile의 사례까지 살펴보았다. 이어서는 젠더의 문제를 사회운동에 더욱 구체적으로 접목하여 ① 우리가 어떤 캠페인을 시작하려 정보를 모을 때 주로 어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② 당사자(캠페인 이슈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현실과 욕구가 캠페인(준비, 이행, 평가)의 전 과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③ 사회 혹은 주변의 관습이 우리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④ 이런 관습들을 강화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⑤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 정보 접근, 시·공간적 접근, 언어 사용, 역할 분담 등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열려 있는지에 대해 토론하였다. <권력의 꽃>이란 연습활동을 통해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 자신의 권력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임파워먼트

    이 트레이닝에서는 먼저 <파워(power)와 임파워(empower)>라는 연습활동을 통해 권력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고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권력)과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지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vs디스임파워먼트(dis-empowerment)>라는 연습활동을 통해서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이 영향력이 있다(powerful)고 느꼈던 순간과 자신이 무력하다(powerless)고 느꼈던 순간들을 표현해보았다. 이 활동은 개인들이 경험한 영향력이 있던 순간과 무력하다 느꼈던 순간에 대해 알아보는 동시에 이러한 개인적 경험을 통해 현존하는 정치권력의 대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후 우리는 힘(권력)의 종류로 ① 지배하는 권력, 통제하는 권력, 파워-오버(power over) ② 더불어 행사하는 권력, 파워-위드(power with) ③ 내적인 힘으로서의 권력, 파워-위드인(power within)에 대해 배웠다. 운동은 파워 오버를 이해하고 그것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파워 위드와 파워 위드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운동이 다루려고(무너뜨리려고) 하는 ‘거시적’ 파워 오버뿐만 아니라 공동체나 조직 내 내부적 파워 오버로 드러날 수 있는 억압과 폭력도 잊지 말고 직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하였다. 마지막으로 운동은 개인적으로는 스스로의 정체성, 자립,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통해 파워 위드인을 함양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동체에게 운동은 새로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관계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결론내렸다. 사례연구로는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섬의 미군기지 반대운동에 관한 영상을 보고 그 운동에서 임파워먼트의 요소를 찾아보았다. 우리가 어떤 캠페인을 볼 때 혹은 평가할 때 임파워먼트는 그 기준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그룹토론을 통해 ①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하거나 기존의 캠페인을 개발 혹은 평가할 때 임파워먼트가 고려되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논의되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지 ② 임파워먼트는 그저 새로운 유행어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운동에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을지 ③ 임파워먼트를 강조하는 것의 문제점은 없을지 ④ 집단 정체성(예를 들어 여성, 퀴어 등)을 가지고 임파워먼트 하는 것의 단점은 없을지 ⑤ 두려움 혹은 공포를 매개로 사회운동을 조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회운동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다뤄야 적절할까? 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다. 

    창의적인 비폭력행동

    이 워크숍에서는 사람들이 보다 창의적인 행동을 고안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방법들이 시도되었다. 먼저 진 샤프(Gene Sharp)의 <비폭력 행동의 198가지 방법>으로부터 출발하여 이 리스트 중 ① 내가 하지 않을 혹은 하지 못할 행동 ② 적절한 지원이 있다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행동 ③ 어쨌든 할 혹은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이후에는 이 40년 전 리스트에 없는 새로운 방법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인터넷이나 SNS 등의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행동들이 많이 논의되었다. 이후에는 창의적 행동의 구체적 형태, 최근 전 세계에서 벌어졌던 번뜩이는 행동들이 사진과 영상자료를 통해 소개되었다. 마지막으로 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혹은 소개하고 싶은 창의적 행동은 무엇인지 ② 창의적 행동을 생각할 때 핵심적 요소들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③ 우리 사회의 창의적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등을 얘기해보았다. 

    2016년 말 우리 사회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촛불 정국으로 타오르고 있다. 매우 긍정적이게도 촛불의 힘은 기존의 대의제적 가짜 민주주의를 부수고 시민의 힘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1차적으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하며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촛불과 같은 직접행동이 민주주의를 실제로 강화한다는 사회운동가들의 이론이 이곳 한국에서 실현되고 있다. 비폭력이 법 테두리 안의 질서정연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실에 존재하는 법의 부당함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진짜 민주주의 방식으로 더욱 진화하려면 위와 같은 비폭력 트레이닝과 트레이닝에서 토론되었던 질문이 더욱 활발히 열리고 논의되어야 한다. 저들이 가진 돈과 공권력의 위력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운동은 더 고민되고 준비되고 정교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