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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프로젝트-온] 똑똑! HIV와 함께 하고 있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작성일
    • 2017.02.14
  • 글 /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15명의 감염인들의 생애를 담은 기록물이 나왔습니다. 연구자들이 진행한 인터뷰가 아닙니다. HIV/AIDS감염인 당사자가 직접 감염인 당사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것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감염인까지 포함하면 총 27명의 감염인이 함께 만든 자료입니다. 전문가들이 보기엔 서툴고 빠진 부분도 많았겠지만, 인터뷰 과정이 곧 치유의 과정이고, 상담의 과정이고, 경청과 공감의 과정이었습니다. 인터뷰는 ‘어려운 점이 뭐였지?’를 발견하기보다 서로가 만났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 이런 기록물이 없었고, 감염인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의 동료들을 인터뷰한 경험 또한 없었기 때문에 인터뷰 과정과 결과 모두 의미있는 사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녹음된 파일을 들어보면 상대의 삶을 조심스럽게 묻고, 그 질문에 대해 진심으로 대답해주려 노력했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진행되는 과정에 울음이 터져버린 참여자를 채근하거나 질문에 대한 답을 빨리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을 기다려주고 다독여줍니다. 정체성을 깨닫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를 발견하는 과정에서는 함께 웃고 인터뷰 진행자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울고 웃었던 시간은 400페이지가 넘는 기록물이 되었습니다.  

    12월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하루 앞두고 “15명의 감염인, 생애사를 듣다” 보고대회가 열렸습니다. 보도자료를 뿌리고 기자들에게 알렸다면 제법 왔을 텐데 이 자리는 비공개 자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가십거리가 되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자료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에이즈 혐오세력에 의해 악의적으로 재편집되고, 감염인을 악마처럼 표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감염인 인터뷰 진행자들은 인터뷰 참여자들의 신분이 노출되거나 상처받지 않을지 걱정을 더 많이 했고, 복잡다단한 삶의 모습보다 ‘걸어 다니는 바이러스’로 취급할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들만 보여 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습니다. 용기를 내어 감염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이 삶을 드러냈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지기에는 아직도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감염인들의 삶, 미래를 다시 기록할 수 있다면 기쁜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염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병원 문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진료거부 문제,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질병을 가졌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인권재단사람 인권프로젝트-온」은 27명의 HIV/AIDS감염인들에게 인터뷰를 진행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말 할 수 있었던 2시간 인터뷰의 시간을 선물받은 것을 넘어  ‘인권’의 징검다리를 놓아준 것입니다. 다음 인터뷰 페이지에 ‘잘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이 작성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인터뷰 기록물이 발행된 것보다 27명의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5명의 HIV/AIDS감염인 생애사 기록물은 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활동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