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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프로젝트-온] 집회에서의 물포사용 중단과 경찰의 집회관리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국제심포지엄
    • 작성일
    • 2017.02.14
  • 글 / 민중총궐기 국가폭력조사단

    2015년 11월 20일 민중총궐기 인권침해감시단 활동을 했던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민중총궐기에서의 백남기 농민의 사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찰폭력/국가폭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사회적인 진상조사단 활동을 벌였다. 2016년 2월 민중총궐기 국가폭력 조사단 보고대회를 마쳤지만 정부와 경찰은 사과도 없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전무했으며 검찰조사조차 거의 진행이 되는 것이 없었다. 물포의 문제와 백남기 농민의 사건이 잊혀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조사단은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해외사례를 수집하며 사회적인 문제제기를 다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발견한 백남기 농민과 매우 유사한 사례와 영국의 물포 도입 반대 사례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면서 물포 사용의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영국의 단체 리버티(Liberty)에 메일을 보내고 독일의 디트리히 바그너(Dietrich Wagner)씨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리버티에서는 다행히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히고 정책담당자인 샘 호크(Sam Hawke)씨가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바그너씨의 경우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봤지만 직접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바그너씨의 경우 백남기 농민과 매우 유사한 사건을 경험하고 법원에서 승소까지 했기 때문에 한국에 꼭 초대하고 싶었다.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활동가를 통해 3개월 만에 연락이 닿았지만 물대포에 시력을 잃고 고령인 바그너씨는 한국까지 오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바그너씨도 한국에 오지 못하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하며 대신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 프랭크-울리히 만(Frank-Ulrich Mann)씨와 바그너씨 시간을 알리는 활동을 했던 전 슈투트가르트 지방법원 부장판사 디이터 라이헤르테(Dieter Reicherter)씨를 소개시켜줬다. 일정상 디이터씨가 한국에 오게 되었고 아쉽게 참석할 수 없었던 바그너씨와 프랭크씨는 다른 방식으로 참여하고 연대하고 싶다며 영상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국제 심포지엄을 기획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가급적 빨리 진행할 필요가 있으면서도 적절한 시기를 잡는 것이었다. 백남기 농민의 건강상황도 예측할 수 없고 사회적 이슈를 만들기 위한 조건도 필요했다. 6월에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조사 내용이 담긴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었고, 국회에는 청문회나 법안발의를 요청하는 활동을 예정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 6월 말로 시기를 잡고 국제심포지엄을 기본으로 하되 다양한 활동을 추가로 기획하기 시작했다.


    <백남기 농민 대책위 농성장에서 진행된 미사에 참석한 샘 호크와 디이터 라이헤르테>

    6월 26일 입국한 두 사람은 다음날부터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27일 오전에 입국기자간담회를 마치자마자 예정에도 없던 집회에 참석했다. 그날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운동사무소 앞에서‘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강제종료 행정절차 돌입에 반대하고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되었는데 경찰의 방해로 이동이 제한되고 방해받고 있었다.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경찰에게 가로막힌 사람들을 보자 두 사람은 매우 놀라워하며 유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특히 두 사람은 경찰이 사람들을 가로막거나 기자회견장 주변을 둘러싸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이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세월호 유가족들의 정부종합청사 농성장,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천막까지 둘러보고 유가족을 위로하고 분향소에서 조문을 한 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현장을 방문했다. 이어 백남기 농민이 계신 병원을 방문하고자 했으나 면회시간이 맞지 않아 농성장에서 매일 진행되는 미사에 참석하고 백도라지씨와 대책위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현재까지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족을 위로하고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며 연대를 약속했다.

    28일에는 ‘집회에서 물포 사용 문제와 경찰의 집회대응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진행했다. 총 3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는데 1세션에서는 백도라지씨의 발언과 민중총궐기 영상 바그너씨와 프랭크씨의 영상메시지와 바그너씨가 부상을 당했던 당시 영상을 상영했다. 2세션에서 독일의 피해 사례를 디이터씨가 발표하고, 샘 호크씨가 잉글랜드와 웨일즈지역에 물대포 도입을 막아냈던 경험을 발표하였다. 

    디이터씨는 독일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가장 먼저 언급하며 2010년 9월 30일 ‘검은 목요일’이라고 불리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증언했다. 물대포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슈투트가르트 지역에서의 집회는 평화로웠지만, 9월 30일 물대포의 등장과 함께 평화는 깨졌다. 경찰은 합법적인 절차 없이 살수를 시작하고, 부상자를 관리하지 않았으며, 집회에 참석한 모두를 향해 물줄기를 뿌려댔다. 약 400여명이 부상을 당했고 그 중에 바그너 씨도 포함되었다. 그럼에도 독일 정부는 집회 참석자이 불법적인 집회를 했으며 실재하지 않은 폭력이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형사법원은 역시 경찰 대응이 합법적이었다는 잘못된 사법적 견해만을 토대로 피고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정당화하고 행정법원은 소송 절차를 유예시켰다. 그럼에도 독일의 사법부는 물대포 사용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했다. 5년 만에 재개된 소송에서 행정법원은 물대포 사용 전에 따져봐야 할 조건들이 ‘검은 목요일’ 상황에는 어떤 것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의 시위대가 집회의 권리에 의해 보장 받아야 할 집회를 했으며, 일부 참가자들의 개별적인 폭력은 시위에 참가한 다른 많은 사람들의 책임이 아니고, 그 폭력이 평화적인 시위를 폭력 집회로 변질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법원은 집회의 권리 중에는 논쟁이나 논의를 넘어 연좌농성과 같은 형태를 비롯해 비언어적 형태의 표현을 포함한 다양한 집단행동까지 아우른다고 판단했다.

    샘 호크 씨는 영국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은 갈수록 강도가 올라가던 와중에 결국 당시의 영국경찰은 본격적인 진압도구로서 물대포를 도입을 시도했다고 했다. 이에 대응해 리버티를 비롯한 물대포를 막아내기 위한 시민, 사회단체들이 모여 연대체를 구성하고 반대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물대포 반대’라는 연대체가 조직되면서 의회에 브리핑을 하고, 서명전을 벌이고, 35,000건의 탄원서를 받았다. 또한 독일에서 이미 피해를 입었던 바그너 씨를 초청해 물대포의 피해에 대해서 증언할 자리를 마련하고 경찰 내부의 물대포 반대 목소리도 함께 알려냈다. 결국 영국 내무부 장관이 경찰의 물대포 도입 요청을 거부하며 물대포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놀랍게도 영국이 물대포의 위험성을 확인한 것은 독일과 한국의 부상사례였다. 바로 이어 그는 영국 시민과 경찰과의 관계가 합의를 바탕으로 상호 신뢰 증진의 원칙이 있으며 물대포는 이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대포가 위력으로나 위험성으로나 문제적인 것은 물론, 무분별하게 살수하는 속성 역시 큰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평화적으로 집회에 참여한 시위자든 폭력을 사용하는 사위자든 물대포는 가리지 않고 위력을 발휘해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집회 자체를 혼란으로 만드는 속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이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억압한다”고 주장하며 공권력의 역할은 “시위를 막는 것이 아니라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집회에 폭동의 의도를 가진 집단이 있더라도 “불법 폭력 사태의 발발을 예방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억압할 권리를 가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3세션에서는 평화적 집회의 권리와 한국경찰의 집회대응 문제에 대해 살펴봤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호중 교수는 “한국사회의 경찰의 집회통제가 재량권 남용을 넘어서 적나라한 국가폭력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평화적 집회의 평화성은 어떠한 충돌도 없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며 제3자에 대한 방해 효과 역시 원칙적으로 평화적 집회로 볼 수 있으며, 이를 억압하는 경찰의 통제 방식을 비판하며 물대포는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날 수밖에 없는 도구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엠네스티 변정필 활동가 역시 “경찰의 집회 금지선은 사실상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기 위한 정치적 금지선”이라고 비판하며,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선제적 공격대상이 아니며 집회참가자들과 경찰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결국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경찰력 운용은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경찰청에서도 참석하길 요청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참석을 거절했다. 경찰이 물대포와 관련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었고 다른 나라의 사례를 한국 경찰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랬다. 무엇보다도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한 바그너씨의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물대포가 무해하다고 믿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집회에서 물포 사용 문제와 경찰의 집회대응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 중인 샘 호크>

    29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시작되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과 조찬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다. 갑작스런 국회 일정으로 참석 의원이 줄긴 했지만 물포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나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기 위한 집시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이어갔다. 의원들은 가능한 방법들을 모색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고 특히 법안의 발의와 이후 청문회, 특검 등을 통해서 백남기 농민과 관련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뒤에는 백남기 농민 국가배상청구소송 담당 변호사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바그너씨의 사례가 백남기 농민의 사건과 유사하다보니 독일에서의 재판과 관련한 질문들이 많았다. 독일과 한국의 법과 소송체계가 다르긴 하지만 평화적 집회의 권리와 그 권리를 보장해야하는 경찰의 의무만큼은 동일하기 때문에 바그너씨의 승소사례는 유의미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물대포,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토크쇼'가 열렸다. 심포지엄이 정책적이고 전문적인 성격이라면 토크쇼는 시민들과 함께 대화하는 형식으로 기획했다. 두 초청자와 참여시민들은 "신자유주의 경찰국가는 유럽, 아시아를 구분하지 않고 공통점을 보여주지만, 유럽은 '물대포'에 대해 우리와 어떤 다른 모습을 보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참가자들은 <슈투트가르트 21>의 영상을 보며 디이터씨가 전하는 바그너씨 사건을 들으며 한국과 너무나 닮아있는 독일 경찰과 정부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경찰이 불법이었다는 판결이 5년이나 걸렸다는 것에 백남기 농민과 그의 가족들이 떠올랐다. 

    영국의 경우 연대활동으로 물대포 도입을 막은 이야기에 우리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자극도 받았지만 경찰이 물대포 사용을 반대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사회자의 말에 샘 호크씨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경찰 스스로도 물대포 사용이 시위진압에 있어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영국 내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물대포 사용은 오히려 무질서를 만들 뿐이라는 것을 경찰들이 인지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는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한국 헌법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에 관련 경찰들이 형사적으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 또한, 백남기씨와 가족들에게 적절한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져야한다. 독일에서 주지사가 바그너 씨의 일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했듯이 적어도 백남기 씨의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크쇼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