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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프로젝트-온] “어쩌다 청소년인권활동가” 집단상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 작성일
    • 2020.01.31
  • “어쩌다 청소년인권활동가” 
    집단상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글 | 쥬리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는 지난 7월 총 4회차의 ‘청소년인권활동가를 위한 집단상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며 부딪히는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며, 활동가들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프로그램을 마무리한 후, 참여자 중 일부가 다시 모여 참여 소감과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글로 정리했습니다.

    <회차별 프로그램>
    7월 10일 - 비정상/비주류로 살아가기: 우리가 놓친 것들
    7월 17일 - 다른 길: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7월 24일 - 무능력: 나는 충분한가?
    7월 31일 - 세상은 크고 운동은 작을 때: 그래도 다시 한 번




    ≪어쩌다 청소년인권활동가 -집단상담 프로젝트》 참여 소감은?

    A: 온전하게 나로 말하는 법, 현존하며 듣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전에도 심리상담을 받아 봤는데, 이번 프로그램이 가장 좋았다.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복기하기보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B: 다른 참여자들의 고민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아쉬웠던 건 청소년인권운동과 직접 관련된 고민은 충분히 나누지 못했던 거 같다. 오히려 개인적인 진로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기는 하다. 시간이 좀 더 충분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C: 프로그램상 4회차 중 회차별로 각각 주제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 주제들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많이 못 나눈 것 같다. 예상보다 참여 인원이 많았으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던 것 같다. 참여하면서 깨달았던 건, 내가 생각보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이었다.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까 있는 그대로 다 말하기가 어려웠던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거기서 배운 기법들, 예를 들면 ‘두 팔의 비폭력’ 같은 것들이 앞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내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고, 단체 안에서 다른 활동가들과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 나는 청소년인권운동을 시작한 지 2, 3년 밖에 안 됐지만, 그동안엔 이런 자리가 없었다. 활동가들의 복지를 위한 프로그램을 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다들 건강하게 활동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비정상·비주류처럼 느껴질 때

    C: 청소년인권운동이라는 것이 인지도가 너무 낮고, 활동가라는 직업 자체도 생소하게 여겨진다. 우리 사회에서는 ‘꿈’ 이라고 하면 바로 어떤 직업을 가질지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직업 중에 청소년인권활동가나 사회운동활동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류에서는 빗겨나는 것으로 취급되는 것 같다. 밖에서,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정도가 적어서 그런 게 아닐까.

    A: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활동가로서 자긍심이 더 생겼다. 이전에도 장래희망에 ‘청소년인권 전문가’라고 적었었다. 사람들이 “그게 뭐냐” 물어봐도 “너 이거 몰라?”라고 좀 더 뻔뻔하게 얘기했다. 주변 사람들이 “나는 그런 일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인데.”라는 식으로 말하더라. 

    F: 병원이나 미용실 같은 데서 처음 보는 사람이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뭐라 답해야 할지 난감하다.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할까봐 위축되고 그래서 그냥 “대학생이요” “취준생이요” 대답할 때는 비참한 느낌도 든다.

    D: 나는 오히려 저를 대학생으로 소개하기 싫어서 활동가라고 소개해왔다. 나도 한동안 내가 비정상이란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활동가들이 좀 특이하지 않나. 다른 사람들이 다 괜찮다고 하는 것에 안 괜찮다고 하고, 남들 웃는 거에 안 웃기다고 하고. “그래, 내가 비정상이야” 하고 마음먹기가 오래 걸렸다.

    C:  내가 하는 운동이 좀 더 사회적으로 알려지면 좋겠다는 마음, 청소년인권운동이 무엇인지 내가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해왔다. 

    A: 사회가 요구하는 똑같은 삶이 너무 재미없어 보인다. 남들은 유머라고 하는 폭력적인 상황에 내가 웃지 않을 때, 자신에게 큰 안도감이 든다. 내가 남들처럼 저거에 웃었으면 실망스러웠을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길을 고민했던 순간들

    A: 내가 상근활동가가 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상근자라는 역할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고, 그렇다보니까 고민이 된다. 안정적인 상근자리도 없는 청소년인권운동의 상황 상 활동가들이 한 가지 역할만을 하기도 어렵다. 

    E: 만약 내가 고등학교를 계속 열심히 다니고 대학을 갔다면 어떻게 살게 됐을까 상상해보곤 한다. 하지만 결국 청소년인권운동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에 제과·제빵 자격증을 땄다. 다른 길을 가려면 지금도 갈 수 있다.

    F; 지금 활동하고 있는 단체에서 상근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원사업 심사를 받고 있다. 만약에 선정이 안 돼서 상근자를 둘 수 없게 된다면 뭘 할 수 있을지,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른 직업을 가지기 위한 준비를 한 게 없다.

    G: 사실 지금 여기 와 있는 게, 부모에게는 자격증 시험 준비하러 도서관 간다고 하고 온 거다. 나는 사실 이렇게까지 활동을 빡세게 할 생각이 없었다. 사실 지금도 활동가로 살겠다고 확정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원래 어떤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참고 사는 성격이 아니라서, 어떤 식으로든 운동에 참여할 것 같다. 이제까지도 늘 그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해서 만족한다.


    무능력에 절망했던 순간들

    C: 활동가는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E: 학교 다닐 때 성적이 굉장히 좋았다. 그때는 성적이 좋으니까 내가 굉장히 능력 있는 사람처럼 대우받았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활동을 시작하고 보니 내가 가진 역량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엑셀이나 워드도 할 줄 몰랐고, 너무 무능력하다 하는 자괴감이 빠졌던 적이 있다.

    F: 개인의 역량 문제라기보다는 운동의 상황이 역량을 키우기 어려운 여건인 게 사실이다. 역량을 키우려면 같이 일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하는데 청소년인권운동 단체들은 안정적인 상근자리가 없거나 혼자 상근을 하니까. 엑셀이나 워드 같은 건 강좌 듣거나 책 보면서 할 수 있는데, 그런 개별적인 기술 말고 운동에 필요한 역량이라는 건 책 보고 강좌 듣는다고 알 수 없는 게 많아서 막막함에 계속 부딪혔다.

    C: 경험이나 활동연차에 따른 차이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이유

    B: 요즘 번아웃이 자주 찾아온다. 운동하다보면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다. 활동을 계속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누군가는 활동가들의 상호 지지를 얘기할 수도 있을 거고, 운동의 정당성이나 비전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을 거고. 

    E: 운동을 지속하는데 이유가 너무 명확한 것도 오히려 힘들지 않을까. 예컨대 어떤 사람들은 그 일을 왜 하냐고 물어보면 명확하게 “돈 벌려고 한다” 그러는데, 그런 것도 좀 좌절스럽지 않을까.

    A: 계속 화가 나서 운동을 하는 것 같다.

    F: 이런 운동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데 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나라도 해야지 뭐, 이런 마음인 것 같다.

    C: 나는 요새 좀 오기와 자부심이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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