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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프로젝트-온] 2019 장애해방열사배움터 ‘기억하라, 투쟁으로!’
    • 작성일
    • 2020.01.30
  • 2019 장애해방열사배움터 
    ‘기억하라, 투쟁으로!’




    글 | 최진영 (장애해방열사_단 활동가)


    노동운동의 전태일 열사, 통일운동의 문익환 목사, 학생운동의 이한열 열사가 있듯이 장애인운동에도 열사가 존재한다. 1984년 ‘서울 거리의 턱을 없애주시오’라는 장문의 유서를 서울시장 앞으로 남기고 자결한 김순석 열사(지체장애), 1995년 서초구청의 극악한 노점 단속에 분신으로 항거한 뒤 ‘4백만 장애인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죽어도 좋다, 복수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신 최정환 열사(지체장애), 장애인의 노동권과 조직화에 헌신하다가 과로로 짧은 생을 마감한 정태수 열사, 그리고 잘못된 사회구조 속에서 희생된 김주영 동지 등 40여 분의 열사·희생자들이 그들이다. 

    장애해방열사배움터란 장애인운동에 헌신하다 돌아가신 분들과 사회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사망한 분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장애해방열사들의 삶을 톺아보다 보면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진보 장애인운동의 역사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주최한 장애해방열사_단에서는 현재 열두 분의 열사와 30여 분 희생자의 뜻을 기리고 정신을 나누며, 매년 각 기일에 그녀/그들을 추모하고 있다.

    매년 첫 강의를 맡아주시던 김명운 전 의장님의 추천으로 올해 1강 ‘왜 추모해야 하는가’는 전태일노동대학 김승호 대표님이 진행하셨다. 전태일 열사의 삶과 정신에 거의 평생 외길 삶을 걸어오신 강사의 깊이 있는 강의가 돋보인 강의였다. 강의를 듣고 나선 전태일 평전을 꼭 다시 읽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바쁘신 일정 때문에 순서가 바뀐 2강 박경석 대표의 강의는 늘 힘을 준다. 박흥수, 정태수, 최옥란 열사를 강의해야 하는 박 대표는 매년 장애인운동의 현안으로 강의내용이 바뀌어 준비팀이 애를 먹기도 했는데 올해는 세 분의 열사에 집중했다. 세 분의 열사와 동시대를 살아온 박 대표는 열사들을 만났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열사를 고정된 박제화가 아닌 때론 화도 내고 때론 울부짖는 ‘사람’으로 되살려놓는다. 

    올해 3강을 맡은 김도현 연구활동가는 ‘차별에 저항하라’, ‘장애학의 도전’ 등 여러 책을 쓴 글쟁이다. 김 연구활동가는 1980년대 말 장애인문제연구회 울림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장애인운동의 큰 흐름을 잘 설명했다. 수강생들이 2강에서 들었으면 더 장애인운동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강의 전반을 들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강의였다.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김병태 회장은 이현준, 박기연, 정정수, 박일수, 우동민 열사 등 9명 열사의 삶과 정신을 강의하느라 매년 애를 먹는 편인데, 올해는 준비를 튼실하게 해오셔서 잘 진행되었다. 서로 공통점이 상대적으로 덜한 분들의 삶과 정신을 설명하려면 더 촘촘하고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현 활동가는 배움터 강의가 올해 세 번째인데 강의 내용이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이다.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뒤 집에 난 불로 사망한 고 김주영 동지,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에 역시 불이 나 사망한 지우 지훈 남매, 지적장애로 열심히 살다 배웅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떠난 고 김준혁 동지 등 10여분 동지의 삶과 정신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배움터 최고의 명강사로 등극한 지 오래인 임소연 사무총장은 무려 14명의 열사·희생자 삶을 이야기해야 하는 부담감 속에서도 수강생 모두가 몰입하게 만든다. 때론 눈물짓게 한다. 탈시설 운동의 열사를 시기별로 나누어 설명할 때는 그 운동의 흐름과 성과를 한눈에 이해하는 안목을 갖게 한다. 

    실내 강의를 떠나 일곱 번째 강의는 열사를 직접 뵈러 묘역을 참배하는 ‘장애해방열사 지도 만들기’다. 올해는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을 찾았다. 인천 아암도에서 노점 단속 투쟁 중 의문사한 이덕인 열사, 조직화에 헌신한 정태수 열사, 국가인권위 점거 농성 뒤 인권침해 상황 때문에 떠나야 했던 우동민 열사 등이 잠든 곳이다. 영상활동가 고 박종필 감독도 하단에 모셔져 있다. 편의시설 문제로 정태수 열사 묘역까지만 가야했는데 올해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수강생들도 비장애인 수강생 등의 도움으로 이덕인, 전태일, 문익환 목사님 등의 묘소까지 올라갔다. 고 김용균 동지의 묘역도 참배했다. 묘역마다 국화 몇 송이 놓아드리고 추모연대 김명운 전 의장님의 능숙한 설명에 수강생 모두 귀를 기울였다. 



    8강 ‘우리들의 죽음, 죽음이 묶어세운 우리’에서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상임활동가는 다시 세월호를 이야기했다. 첫 강의가 왜 추모해야 하는가로 시작했다면, 이 죽음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마무리가 잘 됐다. 개별적인 죽음이 아니라 사회의 죽음으로 바라보고 했던 물음도 참여자들에게 던졌다. 열사라는 죽음의 개념이 멀게 느껴지는 것에서 현재의 죽음과 연결시킴으로써 그 죽음이 현재 사회적인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보여주었다. 

    마지막 강의 ‘무엇을 할 것인가’는 장애해방 열사·희생자의 삶과 정신을 배우고 이제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내용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대표가 강의에 나섰다. 많은 수강생이 울컥울컥하고 공감했다. 장애여성 당사자로서 당신이 살아온 삶의 역사를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했다. 어떤 어려운 내용으로 채운 강의가 아닌, 장애인 당사자들과 동료상담을 하는 듯한 내용으로 감동을 주었다. 

    마지막 강의에 이어 수료식도 진행했다. 올해는 총 17명의 수강생이 8강 이상을 출석해 수료증을 받았다. 어느 해보다 높은 수료율이었다. 으뜸 수강생들에게는 매년 수여하는 들불상, 횃불상, 열사의 길을 따라상 등도 수여했다. 



    2019 장애해방열사배움터를 통해 활동가들이 장애인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열사의 삶과 정신을 통해 주체적인 활동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지나간 이야기이고, 다소 무거운 이야기일 수 있어서 참여가 적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첫 강의에 꽉 찬 강의장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소가 급작스럽게 416연대 강당으로 변경되어 걱정되기도 했지만, 총 9강 내내 어느 해보다 수강생들이 강의를 집중해서 듣는 모습을 보면서 열사·희생자들의 정신이 우리 안에 살아 있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장애인도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힘을 얻었다. 열사들의 그 의로운 죽음 앞에 우리의 활동을 반성하고, 독려하며, 함께하기를 다짐하면서 강의를 잘 마무리했다. 수강생들은 이제 각자의 현장에서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으로 올해 장애해방열사배움터를 잘 마칠 수 있었고,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장애해방열사를 추모하고 그 정신을 실천할 큰 힘을 얻었다. 사람에 고마움을 전한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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