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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프로젝트-온] 유미야, 미안해 ― 삼성반도체 집단백혈병 진상규명 투쟁의 기록
    • 작성일
    • 2020.01.30
  • 유미야, 미안해 
    삼성반도체 집단백혈병 진상규명 투쟁의 기록




    글 | 권영은 (반올림 상임활동가)




    작가 홍은전이 반올림 황상기 위원장을 첫 번째로 인터뷰한 것은 2019년 4월, 비가 막 올 것 같은 오전 무렵이었다. 홍은전 작가는 황상기, 박상옥(황유미 씨 어머니), 정택용(사진 작가) 등과 함께 황유미 씨의 유골이 뿌려진, 강원도 속초 설악산의 어느 언덕을 찾았다.

    “억울한 마음에 유골을 그 사람들 얼굴에 확 뿌리고 싶은 생각이 여기까지 차는데, 눈물이 나서, 내가 그 앞으로 가니까, 둘인가 있었는데, 나를 피해서 돌아가더라고. 삼성 인사과에서 나온 사람들. 얼마나 억울한지 눈물이 막. 얼마나 억울한지. 그 사람들 면전에다 확 뿌리고 싶었는데 그때는 자신이 없어갖고. 그땐 누가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유미 씨를 만나러 가는 길,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그 언덕길 초입에서부터 황상기 님은 반올림과 함께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은 크고작은 언론사 기자든, 적고 많은 대중이든, 누구든지 만나면 시작하는 얘기였다. 그만큼 한이었고, 그만큼 다시 되돌아가고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반올림은 2007년 11월 20일 삼성반도체 기흥 사업장 앞에서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과 노동 기본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며 시작하고 2018년 11월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까지 그는 수천번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짧고 길게. 그렇다고 전체를 온전히 구술한 적은 없다. 그만큼 사안이 복잡했고, 세월이 길었고, 그도 나이가 들었다. 

    '반올림'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그간 많이 바뀌었다. 연대체로 시작한 반올림은 인권단체, 정당, 시민사회단체, 노동안전단체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현재에는 상임 활동가 4명으로 구성되어있다. 외부에서 반올림이 누구냐, 심지어 교섭에 나선 삼성조차 파악하기 힘든 반올림은 때로는 함께하는 시민들이 그 이름이 되었고, 황상기가 내가 반올림이 되기도 했다. 

    반올림의 역사를 정리하는데, 오랜세월 앞장서 목소리를 내 온 황상기 님의 목소리는 빼놓을 수 없으며 고장난 테잎처럼 반복되던 그의 말이 왜 그럴지, 어느 부분에 유독 맺쳤을지, 지금은 어떤지 살펴보고싶었다. 하나의 커다란 싸움을 지내오며 그의 삶은 어떠했고, 그는 어떠했는지, 운동이 그에게 묻지 못한 안부를 묻고 싶었다. 일단 녹취는 남았다. 그리고 그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남았다. 

    이제 작가는 그의 말에서 무엇을 건져올리고, 어떻게 마음에 담아 세상에 꺼내놓을까. 

    그의 구술에 작가는 활동가들을 만나며 피해자와 함께한다는 것은 이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반올림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으나 다른 부분도 있었을 것을, 그 안의 고민과 소회와 또 보람을 덕분에 짚을 수 있었다. 여전히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구술집이 완성되어 세상에 나와, 이 책을 많은 이들을 읽고 생각도 행동도 바뀌어  위험천만한 작업장이 바뀌고, 내 삶도 바뀌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건 불가능한 꿈같다. 다만 황상기 님이 반복하던 대목이 좀 더 행복하고, 안온한 삶으로 옮겨지기 바란다. 아울러 반올림과 함께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바라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인권프로젝트-온>은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고, 인권의 가치를 제고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인권재단사람의 지원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365기금 중 '금돌기금'으로 지원하였습니다. '금돌기금'은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인터뷰하고 '창비'가 만든 책 금요일에 돌아오렴》 판매 수익금 전액이 기탁되어 조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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