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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프로젝트-온] 마음과 마음을 잇다 – 우리동네 은둔주민 함께살기 프로젝트
    • 작성일
    • 2020.01.30
  • 마음과 마음을 잇다
    우리동네 은둔주민 함께살기 프로젝트




    글 | 최고운 (부산반빈곤센터 대표)


    부산반빈곤센터는 빈곤층의 권익옹호를 위해 2010년 4월 설립되었고, 상담, 교육 등을 비롯한 각종 권익옹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노인, 장애인, 1인가구 주민들의 비중이 높은 부산 동구 초량동으로 이전하며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보다 더 주민들과 접촉면을 늘려서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권재단사람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인권프로젝트-온>은 올 해 처음으로 참여를 하게 됐네요. 지난 3월 20일, 인권중심사람에서 있었던 업무수행간담회와 협약식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돌아보니 그 자리에서 평소 알고 있거나, 또는 처음 뵙는 분들을 만나며 사업소개를 했던 것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네요. 그 이후 재단과의 인연은 부산경남지역 한올모임, 활동가 조사사업 인터뷰 참여, 후원의밤 참여까지 이어졌습니다. 재단의 역할이 지역의 활동가들에게도 세심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 모임의 목적에 대해서 토론한 내용 “우리는 더 나은 생활을 목표로 한다”

    저희가 이번에 진행했던 사업은 아주 특별하거나 기발한 사업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오래 전 빈민지역에서 시작된 생산공동체(또는 생산자협동조합)를 낮은 수준에서 복원하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도권 내의 자활사업과 여타의 사회복지 사업과의 차이점은 아주 느리게 진행되더라도 당사자가 스스로 말하고 행동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당사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같이 밥을 먹고 안부를 묻는, 최소한의 공동체성을 회복해 나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그 주민들이 동네의 1인가구의 멘토가 되고 아주 사소한 고민이라도 있을 때 서로 만나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관계가 형성된다면, 행정이 속속들이 알 수 없는 기초적인 영역에서 고독사 예방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취지였습니다.


    ▲ 5월 23일, 故 최윤복 님의 장례를 함께 치르는 모습

    주민들은 필요성을 느꼈고,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정도가 정기적으로 모였습니다. 특히 이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일상적으로는 낮시간에 ‘갈 곳이 있는 것’과 작게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소일거리’ 부분이었고 전생애적 관점에서는 공동체적 장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가족이 해체되거나 가족과 떨어져 오랫동안 홀로 살다보니 자신의 죽음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장례를 치러주며 이들은 자신의 장례를 떠올렸고, 비로소 공동체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흔히 고독사(무연사)에는 두 가지가 없다고 합니다. 영정과 조문객이 없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고독사 한 주민의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확대하여 영정을 만들고, 단 하루 단 몇 시간이라도 함께 조문객이 되어주자고 결심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대다수 명절에 갈 곳이 없는 분들이다 보니, 명절에 함께모여 먼저 가신 쪽방주민들을 추모하는 자리도 참 의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열악한 주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도배를 직접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주거가 열악하고 생계가 어렵지만 살고 있는 낡은 그 집이 자가소유라 안 되는 경우, 연락이 닿지 않는 자녀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유공자 연금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쪽방에 월세를 내며 살고 있지만 장기간 거주하는 경우 보통은 건물주가 관리를 해 주지 않는다는 관행으로... 여러 가지 이유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서 주거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저희 쪽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도배를 통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그리고 주민들이 스스로 효능감을 느낀다는 것도 좋은 효과였지만 그렇게 만나게 된 주민들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인연이 되었습니다.

    ◀ 6월 10일, 집이 좁아서 골목에서 풀칠 작업을 하는 모습(왼쪽) ▲ 8월 30일, 보수동 한 주민의 집에서 도배를 하고 있는 모습(가운데) ▶ 11월 20일, 새로 구입한 도구를 이용해서 풀을 개는 모습(오른쪽)

    모임의 힘만으로는 하기 힘든, 큰 재정이 소요되는 김장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이름하야 ‘협동김장’. 벽에 붙이는 글씨를 협동김장이라고 붙여놓고 보니 갑자기 협동이 잘 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탓이겠지요 ㅎㅎ 힘을 모으니 역시 김장은 후딱 끝납니다. 하이라이트는 뒷풀이~ 아, 그런데 뒷풀이가 길게 이어질 수 없는 이유가 있지요. 열심히 김장한 김치들을 갖다주러 가야 하니까요. 이번에는 우리가 도배를 했었던 분들의 집으로 김장배달을 해 드렸습니다. 어떤 분은 전화기를 붙들고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가족도 이렇게까지 챙겨주지 않고, 여러 복지제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데 김장을 해 온다니... 하면서요. 그 분은 여러차례 무릎수술을 하셔서 겨우 집 안에서만 거동을 하시는 어르신이셨습니다. 연금으로 인한 소득이 있다보니 이런저런 서비스에서는 배제가 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번에 느낀 것은 사각지대는 발로 뛰어서 찾지 않으면 결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김장을 하는데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김장김치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었다는 점이 참 놀라웠습니다. 소득과 재산, 전산망에서 숫자로만 보는 삶과 실제의 삶은 차이가 너무나 큽니다. 

    ◀ 12월 7일, 공간달품에서 모여 김장을 했습니다.(왼쪽) ▲ 손이 불편해서 치대기를 할 수 없는 분은 박스포장을 하셨고요.(가운데)
    ▶ 그렇게 완성된 김장은 도배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은 주민에게 전달이 됐습니다.(오른쪽)

    그렇다고 계속 일만 한 것은 아닙니다. 친목을 돈독히 하기 위해서 야유회도 가고, 등산도 가고, 식사도 했지요. 그 덕에 저도 주민들과 참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서로 안부를 묻는 정도를 넘어서서 이들이 1인가구의 멘토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같은 처지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해결해 주는 공동체적인 관계가 형성이 된다면... 아직은 거기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이제 이들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고, 더 이상 수동적인 복지의 수혜자로만 남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꾸준히 만나고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기여하는 삶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 5월 16일, 청도 운문산에서(왼쪽) ▲ 같은 날 청도의 한 식당에서(가운데) ▶ 청도 와인터널 구경!(오른쪽)

    애초 계획은 이들이 기술훈련을 받거나 권리교육을 이수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부분은 주민들의 상황을 관찰한 결과 이후 별도의 사업으로 이어져야겠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도중에 지원사업 내용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그룹을 형성한 주민들 외에도 공간달품 바로 옆에는 고물상이 있어서 폐지줍는 어르신들이 많이 방문을 하십니다. 그래서 항상 달품 앞에는 주인없는(?) 의자가 세 개가 놓여있지요. 처음에는 버리는 것이냐, 내가 가져가도 되는 것이냐 묻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분실된 적이 없습니다. 자물쇠로 잠궈놓은 것도 아닌데도 말이죠^^ 여튼 하루에도 수 명이 그 곳에서 쉬어가시는데 요즘 살림살이는 어떠신지, 폐지 줍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기초연금을 받고는 계신지 그런 소소한 대화들을 나누었습니다. 이후 이 대화의 내용은 저희 소식지를 통해서 기록으로 남겨질 예정입니다.
     

    ▲ 오고가는 주민들과의 소소한 대화타임. 유인물의 내용 중에서도 ‘공동체장례’가 가장 인상깊었다는 쪽방에 거주하시는 1인가구 주민분.

    이러한 주민들과의 만남, 실천활동 외에도 관련해서 실천지식을 익힐 수 있는 자리들도 있었습니다. 그 중 제일처음 시작한 사업은 <은둔이웃 마을로 초대하기>라는 이름의 워크숍이었습니다. 부산지역에 시민사회단체와 사회복지 기관에 공문과 웹포스터 등으로 홍보하여 참가자들을 모집했고요, 대다수 은둔이웃, 1인가구와 관련한 실제 사업을 진행중인 분들이었습니다. 총 15명이 참석을 했고요, 복지관, 중독관리센터, 구청 공무원, 생명의전화 자원활동가,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소속은 다양했습니다만 '은둔이웃'이란 관심사는 동일했습니다. 준비과정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강사님이 워낙 유능하시고 바쁜 분이라 섭외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네요^^ 그런데 그만큼 양질의 워크숍이었고요~ 현장경험과 진료, 자문경험이 많으신 분이라 배울 점이 참 많았습니다. 이렇게 상세하게 문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집 밖으로, 집에서 지역사회로 단계를 나눠서 지식을 체계화한 것도 놀라웠고요. 무엇보다,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라는 이슈가 있기도 전인 2000년부터 일본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히키코모리’ 연구하셨다 하네요. 청소년대안학교를 만들기도 하셨고요. 

    당사자들의 특성을 알았다면 이제 어떻게 서로를 연결해야 할지도 알아야 겠죠. 그 부분을 배우기 위해서 <타임뱅크로 사람과 마을을 잇다>라는 이름의 후속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노동에 대해서 어떻게 지역사회는 그 노동을 발굴하고 연결할 것인가가 주요한 주제였네요. 무엇보다 모든 사람의 1시간의 노동은 1시간이라는 단위로 해서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철학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인간과 노동의 가치에 대한 큰 통찰력을 주었습니다. 우리동네의 주민들도 질병, 장애, 노령, 실업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있는 경우 코프로덕션과 코어경제의 영역에서 어떻게 만날 것인지 이 부분은 계속 이어지는 고민이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내미는마음 주민들이 가장 관심있는 주간에 ‘갈곳이 있는 것’, ‘소일거리’와 관련되는 것이기도 하지요.

    마지막으로, 도중에 지원사업 내용 변경 신청서를 작성하여 권리교육을 대체하게 된 <‘로컬의 오늘’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타임뱅크를 통해서 우리가 가진 무형의 자산을 검토했다면, 이번에는 지역사회 내에 위치한 물리적인 공간을 매개로 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공동체가 이어지고 또다시 그것이 사회운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해 보았습니다. 양천, 강서지역 민중의집은 드물게 실험이 성공한 경우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요. 그 성공의 요인은 무엇인지 꼼꼼히 들어보고 오랜시간동안 질문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가들의 역량,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주변의 입지와 환경, 재원이 있는 노조들의 지원과 지지가 성공의 요인 중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더군요. 지역도 다르고 처해진 상황도 달라서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렇게 글로 정리하고 보니 많은 일들을 한 것 같기도 한데, 아쉬운 점도 참 많습니다. 주민들의 역량을 좀 더 끌어낼 수 있었는데 부족했다는 점, 워크숍을 통해서 만난 활동가들이 그룹핑이 되어서 공통의 목표와 과제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 ‘어쩌면 너무 높은 목표를 세웠던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모든 목표를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기쁘고 바쁘게 살아온 지난 8개월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든든한 지지와 지원을 해 주시는 ‘인권재단사람’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5월 25일, 은둔이웃 마을로 초대하기(왼쪽) ▲ 9월 20일, 타임뱅크로 사람과 마을을 잇다(가운데) ▶ 11월 29일, ‘로컬의 오늘’ 저자와 함께하는 북토크(오른쪽)

    <인권프로젝트-온>은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고, 인권의 가치를 제고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인권재단사람의 지원사업입니다. 더 많은 인권활동을 지원하려면? 365기금에 후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