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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활동119] 더 많이 모이고, 움직이며, 시끄럽게 만들때 가져올 수 있는 변화 - ILO 기본협약과 사회구성원의 권리행동
    • 작성일
    • 2019.06.19
  • 더 많이 모이고, 움직이며, 시끄럽게 만들때 가져올 수 있는 변화
    - ILO 기본협약과 사회구성원의 권리행동은 어떻게 이어져 있나



    글 | 엄진령(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노동자들이 결사의 자유 등 ILO 기본협약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로서 단결하고,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고 투쟁할 권리를 확장해 내는 사회적 배경이 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것으로 한국 사회의 노동권에 대한 기준 자체를 바꾸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ILO 기본협약 비준에 대한 논의는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정부는 협약 비준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 없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비준을 위한 법률 개정 논의를 주문했고, 그 논의에서는 오히려 경영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관련 노동법을 개악하는 쪽으로 결과가 수렴되고 있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이라고 무수히 이야기해 왔지만, 여전히 노동자의 권리는 억압당하고 있고,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사회적 지지가 아니라 이기적이라는 비난이 더 크다. 그런 한국 사회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이라는 계단을 딛고, 그것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아 보고자 했던 노동운동은 오히려 노동법 개악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대로는 협약이 비준된다고 하더라도 권리 확대가 아니라 개악법에 맞선 투쟁이 더 시급을 다투는, 결국 지형 자체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다시 같은 싸움을 반복해야 한다는 우려가 들었다. 어떻게 하면 ILO 기본협약 비준이 노동권 확장에 제대로 된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노동자, 노동조합, 노동문제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한국사회의 인식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할 텐데, 여전히 노동자의 문제로만 명명되어서는 그런 확장을 꾀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 속에서 토론회가 기획되었다. 노동조합 아닌 곳, 노동조합은 아니지만 특정 의제를 가지고 행동하며, 사회를 향해 권리를 외치고 있는 이들이 모여보자. 그 이야기를 통해 결사의 자유라고 하면 오로지 ‘노동조합’만 떠올리는, 그래서 특정 세력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것’을 모두의 것으로 제기해 보자. 그렇게 결사의 자유가 보편의 권리로 되새겨진다면, 노동조합 설립신고필증을 노동부로부터 받아내기 위해 시작부터 결사(決死)해야 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결사의 자유를 가지고 노동조합이든 아니든, 권리를 위해 행동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노동자의 권리와 시민의 권리가 다르지 않다”
    “모여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권리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다”
    “결사의 자유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권리이다”
    “노동자, 청소년, 성소수자, 예술인, 주민, 어떤 이름으로든 우리는 모이고 행동할 자유를 가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7개의 모임이 발표문을 내고 토론회에 참석했다. 첫 발표를 맡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성상민 발표자는 방송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만들며, 노동권 보장만이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ILO 기본협약 비준 등 노동권 확장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표를 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발표자 대용은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조직활동의 경험을 토대로 모여서 말할 때 각자의 경험이 집단의 경험이 되고, 그렇게 모여서 말할 수 있을 때 ‘권리’가 우리의 감각 속에 새겨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결사의 자유라는 것은 ‘노동조합’과 같은 형태로 드러나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런 과정 자체가 우리의 권리이고 자유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발표자 윤민정 학생대표는 비정규직 문제에 단지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으로서 자신의 과제로 연결해, 모든 공간에서 모이고 말하고 행동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를 최근에 있었던 서울대 중앙도서관 난방파업 사례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며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 7곳 모임, 단체의 활동가들이 발표를 하였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의 오승재 노동권팀장은 노동조합의 안팎에서 회원들이 활동을 하지만, 그런 가운데 성소수자 노동인권에 대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는 결사와 행동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물었다. 다양한 권리 행동 참여의 기회가 노동운동 안팎에 마련되어 있어야 성소수자처럼 드러나지 않기에 존재도 인식되지 않는 이들이 없이, ‘모든 노동자’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의 홍명근 사무국장은 2030세대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2030세대는 현재의 불안정 노동 문제의 한가운데 있지만, 그럼에도 노동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담거나 주체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공론장을 통해 시끄럽게 하고, 더 많은 연결을 찾아 나서고, 더 쉽고 재미있게 ‘노동’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2030세대가 자신의 노동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에 소속될 수 있게 하는 연결하는 역할을 바꿈의 활동 속에 담고 있었다.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의 따이루 운영회원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사회의 기준에 따른 능력과 무관하게 목소리를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며, 투명가방끈의 활동처럼 모이는 것 자체가 사회적 저항의 메시지로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밝혔다. 모이고 시위하는 것을 문제적 행동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이며, 결사의 자유에 대해 교육하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대다수가 불안정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투명가방끈의 회원들이, 그리고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더 자주, 더 많이 모이고 움직이기 위해서 동네네트워크와 같은 가까운 공간의 설정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노동연대의 오경미 사무국장은 예술인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법제도의 부재가 비극적인 죽음을 만들어 온 과정을 돌이키면서, 시혜적 방식으로 예술인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에 맞서 노동자로 선언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온 과정을 언급했다. 또 예술가임을 강조하면서 권리를 빼앗고, 권리를 주장하는 활동이 노동이데올로기에 세뇌되었다는 식으로 왜곡되어 온 과정도 돌이켰다. 노동자는 자격을 증명해 받아내는 이름이 아니라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고, 예술인 노동자들이 더 많이 모이고 외치는 것을 통해 낡은 법과 제도를 바꾸어 나가는 활동을 앞으로도 문화예술노동연대가 이어갈 것이다.

     
    ▲ 발표를 들은 참석자들이 결사의 자유에 대해 '더 시끄럽게' 이야기 하고자 토론을 했다.

    7곳의 모임 또는 단체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더 많은 발굴과 드러내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더 많은 권리를 낳고, 지금은 일부의 것으로만 여겨지는 결사의 자유라는 것도 그런 과정을 통해 모두의 권리로 확대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발표에서 다루어졌던 것처럼 ‘더 시끄럽게’ 더 많이 이야기를 해야 권리행동을 특정한 집단의 떼쓰기 정도로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그에 앞서 무엇보다 ‘노동’, ‘권리’, ‘결사’에 무지하도록 만드는 교육현실에 대해서도 많은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교육제도 안에서 조직하고 행동하는 경험을 갖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경험이 확대되어 사회 전체의 권리 기준이나 인식을 높여내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라는 이름은 누가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라는 조직 형태 역시 누군가가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모여서 행동하고자 할 때 그것은 법적 절차와 무관하게 이미 노동조합이고, 노동자의 조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법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자꾸만 따져서 누구는 노동조합이라 하고, 또 누구는 노동자도 아니고 노동조합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 분리가 노동의 문제를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노동자들의 집단 행동을 특별한 것, 이기적인 것 등 별스러운 것으로 낙인찍는다.

    그러다보니 모두의 권리가 위축되고 있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변화와 진보를 위해, 평등과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자 할 때 우리에게 보장된 것이 서울시청광장이나 광화문광장에만 국한될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들의 변화를 위해 모이고 행동할 자유가 있다. 가족의 변화, 일터의 변화, 지역사회의 변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변화를 위해 다양하게 말하고, 움직이며 서로의 권리행동으로 다시 만날 권리. 그렇게 서로 나아가서 다시 엮이고 만나면서 우리는 이 사회를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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