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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활동119] 세계인권선언70년 연속토론회
    • 작성일
    • 2018.12.20
  • 세계인권선언70년 연속토론회
    문제적 인권, 운동의 문제

    글 | 랄라(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다산인권센터)


    문재인 정권 2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촛불항쟁 이후, 한국사회는 기존의 체제를 넘어서는 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를 통해 한국사회 변화를 이야기 합니다. 미투·페미니즘 등 한국사회에 등장한 익숙하지만 낯선 이야기들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 된 급변하는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준비할 시간 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불평등이 구조화 되어 터져버린 갑질 논쟁은 헝클어진 사회질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는 한국사회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공정함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열쇠일까? 혐오, 백래시 등 평등을 거부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움직임들이 더욱 거세지는 이유는 뭘까? 평화체제 그 이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구조화 된 불평등을 넘어설 수 있는 시작은 무엇일까?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인권운동은 어디쯤에 서 있을까? 인권운동이 마주한 질문들 앞에서 인권운동의 현재를 짚어보고, 공동의 지혜를 모으는 자리로 연속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인권운동에 익숙한 주제(안전, 평등, 노동, 연대, 평화)에 대해 인권활동가들이 공통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질문과 고민들을 꺼내놓고 토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8월 28일 위험한 안전, 불온한 안전으로 시작해 8월 30일 평등은 평등으로 가고 있는가, 9월 6일 ‘을’ 노동의 돋보기인가 지우개인가, 9월 12일 평화보다 먼저 온 질문들, 9월 13일 피해자의 자리와 연대의 거리를 마지막으로 총 5강의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과 심도 있는 고민으로 풍성한 토론회를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1강 위험한 안전 불온한 안전

    가원(인권운동사랑방)
    나에게 안전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권력의 위계와 평등의 문제와 연관되는데, 이를 신체의 안전 혹은 위험의 문제로만 연결 지으려고 하니, 국가에게 바랄 것은 그저 내 안전 혹은 안위를 위협한 개인에게 높은 형벌을 가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일로 수렴되었다. 그래서 토론회 내내 ‘안전’이 과연 인권의 언어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자문했다. 평등이라는 인권의 언어로 충분히 안전의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림보(인권교육센터 들)
    국가나 기업이 안전을 내세우고 안전제일을 말할 때, 안전을 빌미로 감시와 통제를 마주하게 되는 국민/노동자가 있다. 오히려 이럴 때 국민/노동자는 내가 안전하기 위해 국가나 기업이 해야할 것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한국 근현대사의 경험이 확인해주는 바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세월호 참사 이전에 안전을 인권의 언어로 적극적으로 다루지 못/안했던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안전’을 요구하는/말하는 주체가 누구인가는 중요해 보인다.

    2강 평등은 평등으로 가고 있는가

    미류(인권운동사랑방)
    어쩌면 운동이 공정한 기회를 확대하는 것 이상을 제시할 전망이 없다는 점이야말로 시급한 과제는 아닐까? 공정성이 “각자의 정당한 몫을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배분하는 것에 연결된 감각”이라면(날맹), 문제는 분배 정책이나 기술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동체다. 

    난다(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만약 우리 삶이 충분히 여유롭고 안정적이라면,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낀다면, 다른 사람/다른 삶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면, “다 힘든데 쟤는 왜 안 힘들어?” 이런 마음은 덜 가질 수 있을 텐데. 이 억울함에 대해 충분히 공감이 되면서도, 그 감정이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을 향한 비난과 혐오가 되는 현상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3강 ‘을’ 노동의 돋보기인가 지우개인가

    한상규(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만약 ‘갑을 관계’나 ‘갑질’이라는 ‘말’이 그저 ‘언어’에만 계속해서 머물고, 노동자들로 하여금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난을 통해 자위에만 머물게 한다면, 결국 갑을이라는 말은 노동의 돋보기가 아닌 지우개가 되고 말 것이다.

    대용(인권운동 사랑방)
    그저 권력관계에서 약자이기 때문에, 또 대처 방법을 찾지 못해서 당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서 참는 것이 남는 것이라 당해주고 마는 선택을 하고 있다면, 질문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이 어떻게 견딜까?’가 아니라 나와 내가 속한 운동, 더 넓게 인권은 이들에게 어떤 선택지를 줄 수 있는지 묻는 방식으로 말이다.

    4강 평화보다 먼저 온 질문들

    평화는 그냥 다가오지 않는다(인권운동사랑방 어쓰)
    현재 한국 사회에 3만 명이 살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 떠오르지는 않는 존재들에 대한 많은 고민과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서로 편을 가르는 분단 체제의 낡은 인식틀을 벗어나 탈북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한 시도가 중요하다고 확인했으나, 바로 그 낡고 오래된 분단 체제의 습속을 벗어던지기 힘들다는 사실 역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탈북 후 남한에 입국하는 과정에서부터 탈북인은 국가의 검증과 감시를 받습니다. 이후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안에도 국가는 탈북인에게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이 과정에서 체제와 국가 권력은 탈북인을 시민사회와 분리시켜 왔습니다. 서로 만나고 알아갈 기회는 사라져 버렸고, 여전히 동정의 대상이나 인생승리의 아이콘으로만 탈북인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탈북인은 남한에서 권리를 요구하는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5강 피해자의 자리와 연대의 거리

    피해자의 자리에 정박시키는 것을 넘어(인권운동사랑방 민선)
    인권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피해경험 당사자들을 만나왔다. 언제나 피해자와 어떻게 관계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됐던 것 같다. 이슈화하기 위해 피해경험을 ‘전시’하면서 피해자로서만 대상화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며 피해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고 전해야 할지는 늘 맞닥뜨리는 문제였다. 최근 논란이 된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판결에서 ‘피해자다움’을 잣대로 삼는 재판부에 대해 문제제기도 있었다. 고정된 ‘피해자’ 상을 갖고 그에 부합하는지 여부로 접근하는 것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피해경험을 납작하게 만든다. 그리고 ‘피해자’로서만 접근하는 것은 피해경험을 해석하고 발화하기까지 긴 시간을 통과한 후 다시 삶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전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번 토론회는 ‘피해자의 자리’를 키워드로 연대의 방향, 운동의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궤적을 넓혀가는 의존의 연대로!(장애여성공감 은지)
    어쩌면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성공적인 경험이 아닐 수도 있고, 때론 내가 손해 보는 것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은 만나서 실패를 쌓아가며 서로에게 의존할 수 있는 동료가 되는 것이 피해를 넘어선 연대로 궤적을 넓혀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그랬을 때 제도적 요구 외에도 우리의 권리를 더 폭넓게 나눌 수 있는 언어를 쌓아가면서, 더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있는 세상이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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