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재단사람

모바일메뉴바 후원하기
지원활동 지원활동 생생후기
  • [인권프로젝트-온] 제주지역 성소수자의 삶을 읽다
    • 작성일
    • 2018.12.19
  • 작은 무지개 이야기

    - 제주지역 성소수자의 삶을 읽다


    글 | 김기홍(제주퀴어문화축제)



    이 사업을 기획한 것은 '제주퀴어문화축제' 제작의 목적인 "공식적이고 안전한 장을 마련하여, 퀴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동체의 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를 달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공식적이고 안전한 장으로 축제 현장 뿐 아니라 학술적 가치를 지닐 수 있는 문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퀴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으로 직접 이야기를 듣고 배포하는 방법, 공동체의 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문서의 공식적 배포라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찾던 중 '인권재단 사람'의 <인권프로젝트-온>에 응모하였고, 다행스레 선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축제가 아닌 다른 형태로 퀴어의 목소리에 귀를 이울이고, 공동체의 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공식적이고 안전한 장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신청하며 목적으로 크게 세 가지를 두었습니다. 첫째, 제주지역 성소수자 인권 현황 연구를 위한 자료 제작입니다. 둘째, 제주지역 성소수자 커뮤니티 형성 욕구 충족시키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성소수자 가시화와 지역 사회의 편견과 혐오에 맞설 자료 제작입니다.


    첫째 목적인 '성소수자 인권 현황 연구를 위한 자료 제작'은 성소수자라는 집단이 갖는 특성상 구술자 모집 대상 선정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구술자 모집을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광고를 사용했고, 도달율이 꽤 높았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모집에서 응답자는 도달율에 비하면 아쉬운 수인 8명에 불과했습니다. 그 응답자 중 표본의 다양성을 기준으로 나이, 지정성별, 연령 등을 고려하여 구술자 5명을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제주지역 출신 혹은 제주 거주 퀴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4명과 긴급 상황인 1명을 추가 선정하여 최대한 인권 현황 연구를 위한 다양한 표본을 마련하려 노력했습니다.


    둘째 목적인 '제주지역 성소수자 커뮤니티 형성 욕구 충족'은 물론 축제를 통해서도 가능한 일이지만, 더 다양한 경로가 필요했습니다. 지역에서 화제성 있는 행사라 많은 분들이 알고 찾아오지만, 아웃팅이나 혐오 세력의 폭력 때문에 찾아오기 힘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축제 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만들기 위해 구술자들과 직접 만나거나 라포(상담, 치료, 교육 등 상황에서의 상호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홍보도 했습니다. 제주 지역 퀴어 커뮤니티의 존재 여부뿐만 아니라 현황을 알려 다양한 방법으로 커뮤니티를 찾거나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외에도 인터뷰에 응한 구술자들이 함께 모이는 간담회를 열어 직접 안전하게 모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술자 중 창작가로 활동하거나 활동하려는 사람 사이에 교류가 있었습니다. 또한 모인 구술자들의 커뮤니티나 다양한 활동을 함께 안내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목적인 '성소수자 가시화와 지역 사회의 편견과 혐오에 맞설 자료 제작'은 구술자의 말에서 나오는 내용 자체도 중요했지만, 인터뷰만 싣는 것은 자료로서 너무 나열되기만 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내용을 몇 가지로 나누어 발췌하여 묶었습니다. 정체성, 커밍아웃 문제, 퀴어 커뮤니티 참여 문제, 청소년기 교육과정에서 문제를 나누어 편견과 혐오 상황에 맞설 수 있게 정보로 재구성하였습니다.




     

    ▲ 간담회 모습. 구술자의 개인 신변 안전 문제 등으로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정체성의 경우 정체화 시기와 각 범주별 정체화를 묶어 언급했습니다. 정체화는 13~14세에 자연스럽게 된 경우가 많았고, 정체화 과정의 경우 지식을 접하거나, 어떤 사건이 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1이요...(중략)...처음에는 제 첫사랑이 남자여서, 그때는 되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쯤에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겨가지고, 그게 또 좋아하다가, 중학교 1학년 때 그 친구한테 고백한 거에요.”


    커밍아웃, 정체성 공개와 그 이후의 경우 많은 구술자들은 청소년기에 친구를 통해 최초로 커밍아웃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체성을 완전히 공개하는 경우 대부분 성인기에 이루어졌습니다. 정체성 공개의 이유는 당사자 운동, 커뮤니티에 대한 욕구 등이었습니다. 최초 커밍아웃 이후 정체성 공개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폐쇄적인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커밍아웃 이후의 위협 또한 많았습니다. 주변인들로부터의 고립감, 실제 혐오발언과 위협까지 다양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고등학교 때 누군가에게 처음 했다, 하면 친구고요...(중략)...오픈리 퀴어들이 오픈리로 살려고 오픈리로 살게 된 경우가 아닌 경우가 많단 말이죠. 그냥 활동하다 보니깐 누군가의 얼굴은 필요하고, 누군가의 서류상 이름은 필요하고 하니깐. 나는 괜찮다. 무던하다 싶은 누군가가 항상 있다는 건데 저는 그 무던한 누군가 중에 한 명이었던거죠.”


    “서울에서의 감각하고 제주에서의 감각이 너무 상반돼서. 그러니까 서울에서는 그냥 다 오픈리인데, 제주에서는 아무래도 신경쓰이는 부분이 좀 있고, 그 원인이 뭘까? 친척들도 있겠고 엄마한테 이렇게 커밍아웃은 했지만, 그 이후에 엄마가 더 신경을 쓰는 거에요. 그렇게 행동하면 다들 알아볼 것이다.”


    ※ 오픈리(Openly) - 타인 또는 사회에 자신의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젠더 이력 등을 스스로 드러낸 성소수자


    퀴어 커뮤니티 참여의 경우 연령대에 따라 다음카페, PC통신으로 시작한 경우와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얻고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제주지역 내 퀴어 모임들은 타 지역에 있는 퀴어 모임에 대한 선망, 안전한 장소에 대한 갈증을 통해 자발적으로 형성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청소년기 교육과정에서 퀴어 문제의 경우 공통적으로 청소년기에서 성별 고정관념 주입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겪었다고 구술했습니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학교 내 규정 타파와 정체성 혼란을 겪는 청소년을 위해 교육과정 내에서의 관련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선도부, 학생부. 그 쪽에다 내고 허가를 받아야, 바지를 입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애들 거의 다 무시하고 바지 입다가 저희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강당에서 ‘교복바지 입은 여자애들 다 나와.’ 해서 맞고, ‘투블럭 한 여자애들 다 나와.’ 해서 맞고. 그런데 2년 전이니까,”


    “학교에서 투블럭이나 숏컷한 여자애보면 ‘혹시 너 레즈야?’ 물어보는 부류.”


    자료 제작은 이후에 아쉬움이 없을 수 없지만, 이후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커뮤니티 욕구 충족의 경우 책이 발간되어 판매된 이후에 다양한 교류가 생기면서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모든 운동이나 활동이 다 마찬가지지만, 목적과 목표 달성은 하나의 사업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자료를 읽히고, 더 많은 이야기가 오고갈 수 있도록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권프로젝트-온>은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고, 인권의 가치를 제고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인권재단사람의 지원사업입니다. 더 많은 인권활동을 지원하려면? 365기금에 후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