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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쉬고] 일본에서 살자! 쉬자! 느끼자!
    • 작성일
    • 2018.12.14
  • 일본에서 살자! 쉬자! 느끼자!

    글 | 박철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0대 때 살짝 꿈꿔왔던 것이 있었다.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했던 것처럼, 언젠가 일본도 전국일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소망. 그러나 일본의 물가나 이후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 머나먼 꿈처럼 느껴졌다. 일본은 여러 번 가긴 했지만, 특정 지역을 방문하는 형태의 여행이었기에 일본 전국을 누비며 떠나는 여행은 기억에서 지워져 가는 꿈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인권재단사람 활동가 쉼 지원 사업으로 그것은 갑자기 현실로 다가올 수 있었다. 모든 비용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일본까지 왕복 비행기값과 일정 중 절반 정도의 숙박비나 철도 패스 경비를 살 수 있는 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전장연에서 장애인 운동을 3년 동안 해 왔지만,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 혹은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이 들던 차에 이번 기회는 마치 오아시스에 물 한 모금 마시라는 게시 같았다.

     

    일본에서의 한 달은 그야말로 천천히 젖어가는 가랑비처럼 차츰차츰 한 달을 휴식, 그리고 되돌아봄을 채워 갈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도 하지 않았던 올레 하이킹을 일본 큐슈에서 네 시간동안 비를 주섬주섬 맞아가며 걸었을 때부터 그 채움이 시작되었다. 일본 열도 최남단 지역에서 보이는 작은 후지산 같은 산, 그 밑에 비를 맞아가며 성장을 준비하는 넓디넓은 콩밭,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들이 인상적이었다.

    오사카 근교에서 운행하는 일본 최장거리 시내버스를 6시간 30분동안 타고 이동했던 것도 기억난다. 두메산골을 굽이굽이 돌면서 사람이 썩 많이 타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산골지역을 일일이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려는 시내버스와 그 버스를 타던 학생들, 어르신들 혹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6시간까지 하나의 로드무비 같았다. 

     

    나고야에서 오래 전에 연이 있었던 장애공동체 왓빠와 함께 했던 5일도 잊을 수 없다. 새롭게 진행하는 협동조합 가게 및 모임 공간에서 사람들의 북한 여행 강연회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나고야 북구 지역에서 진행하는 페스티벌에 함께 극단으로 참여해 춤추고 노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쉬는 기간이지만 왠지 일하는 기분이 드는 왓빵 판매 부스에 함께 한 것도 좋았다. 한국에서 장애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처럼 일본 지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열정과 헌신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살짝 흐린 날에 후지산을 보러 갔는데, 도착하니 활짝 맑은 날이 되어서 후지산을 아주 티클 한 점 없이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신이 있다면 신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마지막 홋카이도에 갔을 때 일본 최북단인 소하곶에 갔던 것도 잊을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불이 나게 겨우 하루에 한 번 밖에 없는 열차를 타고 왓카나이에 도착해서 다시 버스로 소하곶에 도착했을 때 느낌은 엄청나게 벅찼다. 멀리 사할린섬이 희미하게 보이는 차가운 바다와 바닷바람, 그리고 소하곶의 여러 풍경들이 그 한달동안의 여행을 마무리 짓기 딱 좋았다. 일본에서 한 달 동안 보고 느끼고 체험했던 것을 소하곶 바다를 바라보며 다시 정리하고, 이 느낌을 한국으로 가져가서 열심히 활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열심히 사람의 세상을 만드는 사람에게 있어 활동만큼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도록 일정 구간에 쉼을 잘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한 달의 쉼은 그 쉼표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 달 동안 보았던 풍경, 사람들, 그리고 자연의 외침이 여행을 다녀온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도록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 그 외침이 계속 한국에서  차별과 배제 없는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열심히 나아가겠다. 

     인권재단 사람,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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