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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프로젝트-온] 국가에 의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소송 피해자의 구술 아카이브
    • 작성일
    • 2018.12.14
  •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까?"
    국가에 의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소송 피해자의 구술 아카이브

    글| 한영희(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만약, 당신이 매일 같이 출근하고, 일을 하고, 밥을 먹으며 지내던 직장이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게 더되어, 들어가 볼 수도 없는 곳이 되어 버린다면, 그래서 억울한 마음에 문 닫힌 직장 근처에 집회 신고를 내고 허가를 받아, 집회를 하러 친구들과 함께 집회장소를 찾아가려는데, 바로 앞에서 수천 명의 경찰들이 집회장소로 가려면 다른 길로 돌아가라며 길을 막아선다면, 그런데, 그때 경찰들이 막아선 그 길은 걸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길이었고, 경찰들이 돌아가라고 한  길은 5km를 더 걸어서 돌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당신 앞을 막고 서 있는 경찰들의 말을 따라, 눈앞의 집회장소를 두고, 5km를 돌아서 가겠는가?

    좀처럼 믿기지 않는 이 일은 실제 2011년 6월 22일 아산지역 유성기업이란 공장 근처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걸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의 허가받은 집회장소를 눈앞에 두고 5km를 돌아서 집회장소라 가라는 경찰들의 말에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경찰들과 시비가 붙게 되었다. 이날 있었던 경찰들과의 시비 중에 일부 경찰의 물품이 부서지고 다친 경찰들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집회에 참가하고자 했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대한민국으로부터 1억에 가까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게 된다. 
    당시 경찰들이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막아섰던 이유는 집회장소로 가려면 유성기업 정문 근처를 지나야 하니, 돌아가라는 것이 이유였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고 1심 재판부는 4천여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결에 따르면 당시 경찰들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집회를 핑계로, 유성기업을 무단점거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며, 실제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예측하여 공권력을 집행한 것이 정당했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4천여만 원의 비용을 고스란히 지불했다. 

    우리가 변호사를 통해 들었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손배소송의 구체적인 맥락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변호사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으면서 내 귀를 의심했다. 이런 판결이 상식적인 판결인 건가? 국가손배소송은 대부분 공권력과의 충돌이 발생한 현장에서 폭력행위로 형사처벌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가 많으니, 국가가 폭력행위로 인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대체로 인정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올해 개인적으로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올해 나는 처음으로 폭력행위로 고소당한 일이 있었다. 그 일은 쌍용차 해고자들이 31번째 동료의 죽음을 겪고 대한문에 분향소를 차렸던 첫날에 일어났다. 분향소를 차리던 첫날, 쌍용차 해고자들이 보수단체 참여자들에 의해 둘러싸여 갇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고, 그 현장에서 나도 해고자들과 함께 보수단체 참여자들에 의해 갇혀 있다가 급히 현장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 내 가방을 낚아채려는 행동에 놀라 가방을 잡아당기던 사람을 밀쳤던 것이 폭력행위로 고소당하는 발단이 되었다. 그런 일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그때 내가 했던 행위를 폭력행위로도 볼 수 있구나 라는 사실에 내심 놀랐었다. 더구나 폭력행위로 고소를 당하고 조사를 받으면서 깨달았던 것은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자와 가해를 했다는 피고소인의 상반된 주장만 있을 뿐,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단지 경찰과 검사는 어느 쪽 주장에 손을 들어줄지를 결정하는 일 외에는 없구나 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고소인이 경찰이거나 대한민국이라면 피고소인이 된 사람들은 더 곤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많은 경우, 집회ㆍ시위ㆍ쟁의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행위라 함은 우발적 상황에서 군중이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경우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나보았던 대부분의 국가 손배 대상자들은 형사고소를 당하고 조사를 받고 경찰들의 증언에 따라 처벌을 받고(물론 객관적이라 할 만한 증거자료가 있는 경우도 당연히 있다), 다시 손배 고소를 당하고 재판을 받게 되는 일련의 길고 긴 과정들을 겪으며 한결같이 비슷한 말들을 하고 있었다. 그 분들에 의하면, 국가가 집행하고자 하는 정책에 문제의식을 느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집회ㆍ시위에 참여하고, 현장의 노동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 정부 측에 도움을 요구하기 위해서 쟁의행위를 하는데, 그런 반대의 목소리, 정부 측에 대한 요구에 대해 공권력의 대응은 과연 적법했는가는 왜 따져 묻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 국가의 역할 중 하나인데 국가는 그 역할은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막아선 차벽을 넘어서려는 행동을 했다는 것으로 불법행위라 규정하고 처벌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냐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런 말도 더했다. ‘일상의 삶을 살며 도로 위를 운전하며 지나가는 순간의 나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저항의 목소리를 외치며 도로로 나서려는 순간의 나도 대한민국의 국민인데, 국가는 도로 위에서 목소리를 외치는 순간의 나를 국민으로 보지 않더라. 그 순간의 나를 국가는 적으로 알더라’ 라는 말이었다. 

    무조건 저지에요. 민주노총이 행진을 보장받기 위해서 집회 신고를 곳곳에 낸단 말이죠. 그런데 거의 다 불허가 됐어요. 그 해(2015년) 내내.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면 그때 정권은 위기감을 느끼는 이런 모양새를 취했죠. 사람이 모이는 꼴을 못 봐요. 모이면 자신들을 반대한다고 생각해. 누구의 이야기도 들을 생각이 없어. 그런 의사표현을 경찰들을 통해서 해요 아주 완강한 자세로. 집회 신고도 신고를 내면 다 불허하고. 그 다음에 사람들이 모이면 바로 가로막고. 나는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싶어요. 지금은 우리가 청와대로 행진하잖아요. 뭐가 문제라고. 그 때 모인 사람이나 지금 모이는 사람이나 비슷한 사람들이에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사실 (박근혜)정권이 굉장히 골 때리는 정권이었잖아요. 자신들의 발언을 제외하고는 누구의 발언도 듣지 않고 모든 사회의 입을 다물라고 하는 정권이었다고. 자신들 이야기만 하는 굉장히 일방적인 정권. 그런 것이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굉장히 극단적으로 나타났잖아요. 민중총궐기 하기 전부터 갑호 비상경계령을 때리고 수많은 병력들 배치하고. 그런 조짐은 그해 4월 달. 세월호 집회를 할 때부터였는데, 세월호 집회 때 그 사람들(경찰들) 정말 기가 막혔거든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경복궁 앞에 계셨잖아요. 우리는 유가족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 얘기를 하고. 그 날. 나는 거기서 경찰들이 이성을 잃은 걸 봤거든. 무슨 자랑대회 나온 것 같아. 누가 누가 물대포를 잘 쏘나. 누가 얼마나 많은 양을 뿌리나. 그냥 무차별적이야. 
    세월호 유가족들 입장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당신들이 펴낸 정책 때문에 우리가 죽겠다, 죽을 지경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들을 짓밟아야 되고 때려잡아야 되고 개네들(경찰들)에게 우리는 국민이 아니었어. 민중총궐기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완벽하게 적이었죠. 국민이 아니고 적인데, 곧바로 총칼을 들이대지 못하니 준전시 상태를 만들어서 우리를 대응을 한 거지. 그게 그 해 내내 집회가 그랬던 거죠. 도대체 청와대에 뭐가 있길래. 광화문을 사수하기 위해서 총력을 다 하잖아요. 아니, 무슨 광화문이 사람보다 중요하냐고. 그게. 그게 뭐라고. 그런데 (사람이 중요하다는)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에 민중총궐기 날 백남기 농민 같은 불행한 사건이 터진 거죠. 이건 필연이에요. 필연. 우연이 아니라고 절대로. 그 해 내내 그들의 대응을 보면.

    (배태선, 전 민주노총 조직실장.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로 국가 손배 대상자가 되었음) 


    국가 손배 대상자들의 경험을 중심에 놓고 살펴보면,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지위로부터 배제되는 과정은 고소와 재판, 항소, 다시 재판으로 이어지는 법 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적어도 검찰 측의 주장과는 달리 재판부는 법의 이름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지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배웠던 삼권분립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질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재판부의 움직임을 지켜본다. 그렇기에 우리는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린다면, 의심하지 않고 믿게 된다. 그러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때부터 희망버스 집회, 세월호 집회,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 그리고 쌍용차 해고자의 해고무효확인 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 등은 현재 당시 박근혜 정부의 편의에 맞춰 양승태 전대법관 등이 재판부의 배치 및 판결에 영향을 주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만났던 국가 손배 대상자들은 대부분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과 공권력의 집행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법과 공권력을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을 건넸다. 공권력이 특정 정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자신들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지 않는 한, 저항하는 국민을 적으로 보는 태도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경찰, 기무사. 이들의 입장에서 왜 그랬을까 이런 걸 생각을 해보면요. 그 사람들은 어... 정권과 국가를 구분하지 못하죠. 실제로 국가라고 할 때 그 국가를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주체인 시민들에 대하여 본인들이 어떤 의무를 갖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 정권에 대하여 우리는 어떤 의무를 갖고 있는가를 늘 생각한다는 거예요. 사실 경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경찰은 정권이 뭘 원하는가를 보면서 그대로 행동하는 거잖아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싸움을 싫어하는구나, 그러니까 이걸 막아야 되는 구나 라고 딱 판단하고. 그것이 직접적인 지시에 의해서든 본인들의 판단에 의해서든 그것에 맞게 행동을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실제로는 이 국가를 이루는 시민들의 권리, 시민들의 자유, 이것을 위하여 본인들이 해야 될 역할, 이런 인식이 없다는 거예요. 저는 그런 점에서 유가족을 사찰하거나 하는 경찰의 태도는 어떤 이유를 붙이든 간에 결국은 말 그대로 정권에 의해서 스스로 휘둘리고, 그냥 거기에만 충실한, 말 그대로 이 사회에서의 공적 권력으로서의 주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경찰 개혁의 핵심은 그들이 공적 권력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야 되고 그 때 말하는 공적이란 말은 정부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정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라는 것을 다시 뒤집어서 알게 하느냐는 문제인 것 같아요. 

    (김혜진, 전 세월호 국민대책위원회, 2015년 세월호 집회로 국가손배 대상자가 되었음) 


    국가에 의한 손해배상 대상자들의 구술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가 공권력은 그 크고 막대한 힘에 비해 정말 초라한 실체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면서, 국민들은 계속해서 침묵하기만을 바라는 정부를 향해서만 공권력은 작동할 뿐,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모르는 매우 궁색한 모습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은 정부의 입장에 따라 국민들 앞에서 충실한 ‘완장’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저항하는 국민들을 침묵하는 국민들 사이에서 철저히 분리해내는 정부의 ‘완장’역할 말이다. 



    며칠 전, 다녀왔던 강정마을에서 마을 주민 한분을 만나 뵈었는데 그 분 역시 국가에 의한 구상권 청구 대상자 중 한명이었다.(현재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철회되었다). 그 분은 “똑같은 행동을 했는데 이전 정부에서는 경찰이 연행하고 재판받고 국가에 벌금을 내라고 하더니, 이제 바뀐 정부에서는 똑같은 행동에 대해 무죄판결이 나는데, 도대체 법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마을 분의 말에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행정부가 세워지건, 공권력 집행에 대한 기초적인 원칙과 절차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떠한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나는 어떤 순간의 '나'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란 지위를 온전히 인정해주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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