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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활동119] 2018 부산 아이다호 문화제
    • 작성일
    • 2018.06.22
  • 혐오야, 물렀거라! 무지개가 나가신다.
    2018 부산 아이다호 문화제

    글 | 차별금지법제정 부산연대




    2018년 5월 19일, 토요일 오후 부산 제일의 번화가 서면은 무지개로 물들었습니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아이다호 데이를 기념하는 아이다호 문화제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번 행사는 포괄적이고 실효성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하여 부산지역의 인권/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들이 모인 ‘차별금지법제정 부산연대’가 주최하고 인권재단 사람의 후원으로 열린 행사였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 부산연대와 함께하는 많은 단체들 소속 회원들과 아이다호 데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모인 성소수자들, 주말 오후 서면을 지나가는 많은 부산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진 따뜻하고 활기찬 문화제였습니다. 

    사회자가 아이다호 데이에 대한 소개를 하고, 문화제는 바로 전날이 5.18.이었던 만큼 민중의례와 함께 시작하였습니다. 다소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서로서로 입을 맞춰가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였습니다.

     
     보수동쿨러 / 박철 목사님

    본격적인 문화제는 밴드 ‘보수동쿨러’의 공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봄날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보수동쿨러의 사운드와 어우러져 문화제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의 긴장된 마음을 녹여낼 수 있었습니다. 다소 세게 불었던 바람마저도 보수동쿨러의 무대장치로 느껴질 만큼 자연스럽게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공연이 문화제의 한 축이었다면, 다양한 발언들도 문화제의 또 다른 한 축이었습니다. 그 첫 번째 시간은 전국 목회자 정의평화협회 상임대표 박철 목사님(좁은길 교회)가 해주셨습니다. 성소수자 혐오 반대를 기념하는 문화제에 웬 목사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으실 테지만, 그런 만큼 박철 목사님의 발언 시간은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문제였습니다. 사랑을 말하는 예수님을 따르는 교회에서 혐오와 차별이 더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목사님은 그렇게 몇몇 교회의 혐오선동에 상처받은 성소수자들에게 사과하셨습니다. 박철 목사님의 발언에 이어서, 교육계에 몸담고 계시는 정상규님과 당일 신청받은 참석자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 B크루 / 이화

    그 다음은 댄스팀 B크루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크지 않은 무대였지만 무대를 꽉채운 B크루의 퍼포먼스는 서면을 지나가는 부산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B크루의 공연으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에서 활동하는 지수님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지수님은 최근에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체화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을 중심으로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인정해 왔는지, 그 과정속에서 혐오와 어떻께 싸워왔는지를 떨리지만 강한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성소수자 스스로의 이야기에 이어,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님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자녀를 향해 혼자 고민하게 둬서 한없이 미안해하시다는 어머님의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 준태 / 고숙희

    그 다음은 문선공연이었습니다. ‘열사가 전사에게’라는 강렬한 노래에 맞춰 힘있는 몸짓으로 무대를 가득채워 주신 박준태님의 공연은, 노래가사처럼 함께 싸우는 사람들의 결의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강렬한 문선공연에 이어지는 발언은 이 사회의 차별에 저항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였습니다.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의 최은순님과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고숙희님이 차별에 저항해 온 생생한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  바나나몽키스패너 / 2018 부산 아이다호 선언문 낭독

    이어지는 공연에서 밴드 ‘바나나몽키스패너’의 힘찬 사운드와 저항정신은 문화제의 취지와 맞닿아 아이다호 문화제의 열기를 점점 고조시켜 갔습니다.  

    두 시간 넘게 달려온 문화제는 이제 슬슬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이번 문화제를 주최한 차별금지법제정 부산연대의 상미님은 포괄적이고 실효성있는 차별금지법을 제정의 필요성과 그 뜻을 함께하기 위하여 모인 차별금지법제정 부산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상미님의 발언이 끝나고, 차별금지법제정 부산연대 소속단위들의 깃발들이 하나 둘씩 무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모든 단위들의 깃발에는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뜻을 살려 무지개가 수놓아져 있었습니다. 다같이 2018 부산 아이다호 선언문은 나눠서 낭독하고,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부산시민의 의지를 천명하였습니다.

    선언문 낭독 후 아이다호 몸짓패의 몸짓공연이 있었습니다. 아이다호 문화제를 위해 결성된 몸짓패는 아이다호 문화제의 취지-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함께 준비하는 문화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화합의 장이었습니다. 

    2018 부산 아이다호 문화제의 피날레는 부산드랙의 드랙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성소수자만의 문화로 인식되어오던 드랙 퍼포먼스는 모든 부산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흥겨운 무대가 되었습니다. 


    ▲ 부산드랙

    이렇게 “혐오야, 물렀거라! 무지개가 나가신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2018 부산 아이다호 문화제의 막이 내렸습니다. 성소수자이든 아니든, 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하여 모였든 지나가다 모였든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문화제를 위하여 수고해주신 모든 분, 무대 및 음향을 훌륭하게 준비해 주신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인권재단 사람, 문화제를 즐긴 모든 부산시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모든 혐오와 차별이 없는 부산을 위한
    2018 아이다호 선언

    지난 5월 19일은 세계보건기구에서 동성애를 정신병의 목록에서 제외한 것을 기념하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이었다. 그 영문 이니셜을 따서 아이다호 데이라고 하기도 한다. 동성애자를 비롯한 다양한 성소수자에 대한 오랜 혐오와 차별에 대하여 저항하고 평등과 인권의 길을 향한 전 세계의 의지가 담겨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음이 자명하다. 차별적인 군형법은 여전히 효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빌미로 한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하여 처벌한 것이 바로 작년의 일이다. 동성결혼과 그에 준하는 파트너쉽 제도는 요원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오랜 국제인권기구의 권고와 국내적 제정움직임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도록 지체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보수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혐오선동은 성소수자의 삶의 반경을 제약하고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정치권은 또 어떠한가? 혐오와 차별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보수정당이 여전히 혐오정치를 자행하고 있고, 시민의 촛불로 만들어진 정권조차도 사회적 합의를 들먹이며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혐오선동에 일조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혐오선동세력과 보수정당의 눈치를 보는 지방의회 의원들은 각 지역의 인권조례에서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금지’라는 문구를 빼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부산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현재진행형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약속을 철회했다. 해운대 구청은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의 구남로 사용신청을 차별적으로 불허했다. 그나마 제대로된 인권조례가 있던 해운대구의회, 수영구의회는 인권조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차별금지조항을 삭제했고, 남구에서는 인권조례폐지를 위한 주민발의가 진행 중에 있다. 인권을 수호해야 하는 부산 경찰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의 정보를 수집하다가 걸려서 석연찮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작년 해운대 구남로를 가득 채웠던 무지개의 함성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성소수자도 바로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선명한 외침에 대하여 이제는 부산시민사회가 ‘성소수자를 비롯한 이 사회의 모든 소수자들 옆에 우리가 함께 있다’고 응답할 차례이다. 

    차별금지법제정 부산연대는 평등과 인권을 지지하는 모든 부산시민과 함께 국제성소수자혐오의 날을 맞이하여 차별과 혐오의 움직임에 대하여 그 누구도 그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 배제 또는 괴롭힘을 받지 않은 권리가 있음을 확인한다. 우리는 혐오를 선동하고 차별을 자행하며 소수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그 모든 시도에 함께 저항할 것이다. 포괄적이고 실효성있는 차별금지법은 이 사회를 더욱 평등하게 만드는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며, 더 나아가 이 사회가 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실질적으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는 그 길에 이 사회의 모든 약자와 소수자와 함께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도록 우리는 이 곳 부산에서 함께 소리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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