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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지개인권프로젝트-온]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
    • 작성일
    • 2018.01.11
  •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
    '퀴어 아이가'


    글 |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


    부산퀴어문화축제는 모두의 축제이다.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이 나라에서 광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비록 그것이 편견과 혐오와 차별로 인해 자신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성소수자에게라도. 

    부산퀴어문화축제는 부산에도 성소수자가 있음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기존에 Pride Parade가 있던 서울과 대구 이외의 지역에서도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길 바라는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 올해 2월 첫 준비모임을 가졌고, 7월 인력을 더 모집한 후 기획단으로 전환, 본격적으로 부산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해 나갔다. 준비하는 인력 대다수가 이 행사에 대한 준비경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실무를 맡아 한발 한발 나아갔으며,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여 안전하고 즐겁게 축제가 열리기 위해 힘써나갔다. (이 과정에서 인권재단 사람, 비온뒤무지개재단, 구글코리아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매우 큰 힘이 되었음을 밝히며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수월하게 준비가 된 부분도 있었던 반면 난항을 겪었던 부분도 있었다. 행사장 및 개최일 선정이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였다. 구남로광장의 사용과 관련하여 끝끝내의 순간에 우리는 행정구청으로부터 충분한 협조를 얻지 못한 채로 축제를 개최해야 했으며, 행사장 철거에 대비하여 당초 예상했던 9시 반부터의 준비시간을 내부 회의를 거쳐 7시로 당겨야 했다. 다행히 강제 철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그마저도 부스 사용에 관한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통보로 인하여 부스 행사시간을 30분 단축시켜야 했다. 행정기관의 협조가 너무나도 절실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부산퀴어문화축제에서 우리는 연결되었다. 

     
    10시부터 시작된 부스 행사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구남로 광장을 찾아왔다. 총 45개의 부스에서 각자가 준비한 프로그램들로 바쁘게 운영되었고,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부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저마다의 물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성소수자’가 무엇인지도조차 아직은 인지하지 못하는 이 부산/경남권 지역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대구에 이어서 처음으로 비수도권에서 열리는 지방의 퀴어문화축제를 보러 오기 위해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 하나의 점으로 존재하던 사람들이 연결되어가고 각자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들이 해운대 구남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부산퀴어문화축제는 빛나고 있었다. 

     
    아울러, 첫 부산퀴어문화축제가 열린 9월 23일은 양성애 가시화의 날(Bisexual Visibility Day)이었고, 부산퀴어문화축제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손에는 무지개 깃발 뿐만 아니라 자주, 파랑, 보라로 이루어진 양성애자 깃발 또한 들려있었다. 퍼레이드의 행렬에는 대형 무지개 깃발과 함께 휘황찬란하게 물결치는 바이 플래그의 모습 또한 그 당당함을 어디에 견줄 바가 없었다. 

    부산퀴어문화축제는 아름다웠다. 

     
    정세일(스카웨이커스), 비크루, 보수동 쿨러, 아는 언니들 합창단, 바나나몽키스패너, 블랙스완, 큐캔디 그리고 쿠시아 디아멍과 샬롯 굿이너프가 보여준 무대에서의 공연들은 참가자들의 흥을 달아올려 주고도 남을 시간을 선사해주었다. 특히, 드랙 퍼포먼스를 보여준 샬롯 굿이너프의 무대에서 “너 자신이 되어라(Be You)”라는 노래는 여러 혐오와 차별로 인하여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을 참가자 대다수에게 위로가 되는 동시에 자긍심을 고취시켰으리라.    

    부산퀴어문화축제는 당당했다. 

     
    퍼레이드 이전의 모든 행사가 끝나고 나서 무대 옆으로 준비된 두 트럭을 따라 퍼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해 너도나도 함께 당당하게 뛰어나왔다. 당초 2천명 정도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끝없이 밀려나오는 사람들의 물결에 눈 앞의 광경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끈질기게 행렬을 따라오며 무단촬영을 하던 혐오세력의 집요함에도 불구하고, 퍼레이드에 참여한 약 5천명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뽐내고 마음속에 간직해오던 자신들의 바람을 외치며 해운대 및 동백로 일대를 완주해 나갔다. 

    우리는 부산퀴어문화축제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행사를 끝내고 떠나가는 트럭 위에서 멀어져가는 행렬 속에 다양한 얼굴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낸 데에서 오는 숨통이 트인 듯한 쾌감, 단 하루의 짧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 조금 더 자신있게 살아갈 당당함,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슬픔까지도. 그렇게 만감이 복잡하게 교차하던 광장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고 있다. 이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했던 모두가 각자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언젠가 다시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서로를 다함께 외쳐나갈 것을  확신한다. 이 해운대 구남로 광장에서, 부산퀴어문화축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