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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지개인권프로젝트-온] “퀴어+페미니즘+인권”을 잇는 지역 순회 아카데미
    • 작성일
    • 2018.01.11
  • “퀴어+페미니즘+인권”을 잇는 지역 순회 아카데미


    글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2009년 센터에서 퀴어아카데미를 시작한 이후, 더 다양한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것은 센터의 큰 목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우리도 아카데미를 진행해 봐서 알지만, 강의료를 높게 책정하지 않는 한, 지역까지의 강사들의 교통비와 강의비까지 충당하며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게다가 센터의 사무실도 서울, 대부분의 활동도 서울을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역에서 홍보를 어떻게 잘 해야 할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게 더 좋을 지 등등은 아무래도 지역의 활동가들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망설이다가 지난 1월 부산 퀴어아카데미를 진행했었다. 부산의 QIP와 함께 공동주최로 행사를 진행하면서 지역 아카데미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슬쩍 엿볼 수 있게 되었고, 그 기세를 몰아 인권재단 사람에 <“퀴어+페미니즘+인권”을 잇는 지역 순회 아카데미>란 제목으로 기금 지원을 하고, 선정이 되었다.

    사전에 지원 신청을 하면서부터 미리 몇 지역을 염두에 두고 지역의 단체와 소통을 시작한 상태였지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지역을 갈 수 있을까, 더 많은 강좌를 제공할 수 있을까는 기획의 시작부터 끝까지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더 많은 지역을 계속 염두에 두면서, 강좌 진행 중간 중간 예산을 다시 체크하고, 결국은 초기에 기획했던 대구, 대전, 광주에서 제주까지 네 지역을 방문하여 강좌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 대전 퀴어아카데미 

    첫 강좌의 시작은 대전이었다. 대전은 아무래도 거리상으로는 가까운 곳이라서 하루에 강의를 몰아서 하지 않고 총 3회에 걸쳐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전체 지역 순회 아카데미의 시작이라 긴장하기도 했지만, 늘 시작이란 즐거움을 동반하는 것이 아닌가! 첫 강좌부터 북적북적한 사람들의 참여를 보니 절로 힘을 내며 강의가 진행될 수 있었다. 처음에 긴장했던 참가자분들도 3주째에는 앞의 2강을 머릿속에 잘 복기시키며 소화를 시키고 나니 궁금한 점들이 많아졌는지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는 질문이 쇄도하여 강사님이 오래도록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게 되기도 하였다. 좋은 시작이었다.


     
    ▲ 대구 퀴어아카데미

    그리고 옮겨간 대구는 7월 29일,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끝난지 딱 2주가 되는 시점이었다. 퀴어뽕이 아직 채 빠지지 않았던 시점 이어서였을까, 대구 퀴어아카데미에는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셨다. 심지어는 막판에 강의 장소를 더 큰 곳으로 변경하게 되기까지 했으니, 우리의 초반 기대보다 더 많은 호응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대구의 나쁜페미니스트는 이미 1월 부산 퀴어 아카데미 때부터 활동가들이 찾아와 대구에서도 퀴어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을 했던 단체이기도 했다. 단체 내부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세미나를 계속 하면서 퀴어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왔었고, 대구에서 페미니즘 관련 강의는 그래도 들을 수 있었는데, 퀴어 관련 강의가 없었던 터라 꼭 아카데미를 대구에서 하자고 제안해준 나쁜페미니스트들 덕분에 어쩌면 우리는 좀 더 용기를 내서 지역 아카데미를 기획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대구의 강좌는 그래서 신이 났다. 우리도 신이 났고, 나페 활동가들도 신이 났고, 당연히 참가자들도 신이 났다. 활발하고 날카로운 질문도 많아 질의응답이 너무 뜨거운 아카데미였지만, 시간 제약 때문에 모든 질의응답을 소화할 수 없어 아쉽기도 했다. 


     
    ▲ 광주 퀴어아카데미

    광주의 퀴어아카데미는 뜨거운 여름 8월에 진행되었다. 방학 중의 토요일인 약간은 한산한 대학 교정, 커다란 소강당이 우리만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전남대 성소수자모임 라잇온미와 행성인 소모임 전국퀴어모여라는 광주로 기획을 잡으면서부터 센터에서 공동주최 요청을 보낸 곳이었다. 서울에서 조금은 가까운 대전, 이미 퀴어문화축제가 있는 대구와는 달리 광주는 생각보다 퀴어 관련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물론, 아카데미 이후에 퀴어라이브가 성황리에 진행되기도 했지만, 이것은 아카데미가 지난 후, 11월의 일이다. 
    저 두 단체는 정당 성소수자위원회를 제외하면 거의 광주에서 유일한 성소수자 모임이다. 그만큼 아직은 성소수자 운동이 활발하지 않은 광주에서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것은 세 단위 모두에게 약간은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누구도 크게 기대를 안했던 광주인데, 전체 신청자 수가 제일 많은 곳이 광주가 되었다. 열정적으로 홍보를 진행한 전퀴모와 라잇온미의 활동가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해준 광주여성민우회가 있어 홍보가 더 많이 퍼질 수 있었고, 그 결과로 무려 59명이라는 신청이 들어왔다. 아마도, 광주에서 성소수자 관련 행사로 이렇게 사람이 모였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11월 진행된 퀴어라이브에서 이 기록은 기쁘게도 금세 깨져버리고 말았다) 함께, 진지하지만 즐겁게 들었던 아카데미는 특히 라잇온미에게는 용기를 주는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퀴어아카데미 이후 학내 대자보를 붙이거나, 여성영화제에 부스를 차리고, 퀴어라이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는 라잇온미의 평가는, 우리가 기대했던 바로 그것이기도 하여 가장 기쁜 평가 중의 하나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 제주 퀴어아카데미

    마지막 아카데미는 제주. 결국 제주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제주는 올해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를 진행하였다. 제주에서 퀴어문화축제라니. 언젠가 제주에서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게 올해가 될 줄은 정말 몰랐던 일이다. 그래서 이번 퀴어아카데미가 우리에게는 더 뜻 깊은 순간이 되기도 하였다. 제주 아카데미는 제주퀴어문화축제 바로 직전인 10월 26일~27일로 결정되었다. 아쉽게도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28일의 축제준비에 한참일 수밖에 없어 공동주최가 어려웠고, 그래서 이번에는 공동주최단위 없이 우리끼리 잘 해보자! 라는 결의로 아카데미를 진행하게 되었다. 강의는 제주언니들이 만든 달리도서관에서 진행했다. 기꺼이 장소를 내어준 달리도서관 덕에 소규모였지만, 가장 집중도 높은 강좌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한명 한명 눈을 맞추고, 강의처럼, 대화처럼 진행할 수 있었던 강의는 그동안 퀴어 강좌에 목말랐던 사람들에겐 꿀 같은 시간이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네 군데 지역을 다니며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나니 벌써 겨울이 왔다. 아카데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우리는 더 다닐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었다. 모든 지역이 아카데미가 필요했다 말하고 앞으로도 필요하다 말한다. 이번에는 강좌를 들었지만, 다음에는 같이 기획하고도 싶다고 이야기 한다. 이번에는 기금을 받아서 좋았지만, 혹시 다시 기금을 못 받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강좌를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자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모든 행사에 아쉬움은 있게 마련이지만, 이 아쉬움이 분명 내년의 아카데미에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 다들 아쉬움을 어떻게 보완할 지를 이야기 한다. 

    이번 기금으로, 퀴어아카데미로 동지를, 친구를 만났고, 활동과 고민을 나눌 수 있었고, 지속적인 연대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되었다. 
    무지개인권프로젝트 온, <성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한 교육 및 지역운동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라는  지원 목표에 잘 매치했다고 확신한다. 
    감사하고, 기쁘고,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내년에는 꼭 더 많은 지역에 찾아갈 수 있기를 오래오래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