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재단사람

모바일메뉴바 후원하기
지원활동 지원활동 생생후기
  • [인권프로젝트-온] 외국인보호소 정기방문사업
    • 작성일
    • 2018.01.08
  • 우리는 떠나는 사람들을 마중하러 갑니다.
    - 외국인보호소 정기방문사업


    글 | 김대권(아시아의친구들)

    경기도 화성시에 외국인보호소라는 법무부가 관리하는 시설이 있습니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와 맞붙어 있는 시설인데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있어 나름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옆에 있는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아마 모르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아니면 외국인'보호'소라고 하니까 노숙자나 유기견 보호시설처럼 갈 곳 없거나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을 도와주는 시설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보호'의 사전적 의미가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봄"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사상에 '자유'가 없듯이 외국인'보호'소는 외국인을 '보호'하는 곳이 아닙니다.


    '보호'없는 외국인'보호'소

    화성외국인보호소

    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추방)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을 가둬두는 구금시설입니다. 이들을 가둬두는 이유는 강제로 출국을 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 등에서 복역하다가 이리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단순히 체류기간을 넘어 체류했거나 체류자격 외의 활동을 하다가 단속이 되어 오는 사람들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공장이나 기숙사, 농장 등에서 단속되어 이곳으로 왔습니다. 중소기업이나 건설현장, 농어촌 등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며 살아온 평범한 노동자들입니다. 한국정부는 이들을 긴급히 '보호'하여 '강제퇴거'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지만, 이들은 한국경제의 필요 때문에 들어와 노동력이 부족한 곳에서 노동을 제공한 일밖에는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댓가를 치르기 위해 이곳에 갇혀있는 것이 아닙니다. 소위 '불법체류자(미등록외국인)' 강제추방이라는 정부의 행정목적 달성의 편의를 위해 갇히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외국인보호소는 우리나라에서 1992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미등록외국인 강제추방이라는 정부의 행정목적이 정당한가도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정부의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이렇게 사람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구금시설에 가둬두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 헌법은 "체포 · 구속 ·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12조 3항)"고 밝히고 있습니다. 체포, 구속과 같은 인신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행정당국에만 맡기지 않고 법원의 통제를 받도록 한 것입니다. 하지만 미등록외국인의 단속과 보호소구금은 여기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미등록이주자 단속은 법원의 체포영장 없이 단속공무원이 소지한 법무부장관의 명령서만으로 이루어집니다. 단속은 공장, 기숙사, 농장, 길거리, 시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주간 뿐 아니라 야간에도 시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됩니다. 함정단속, 토끼몰이식 단속과 같은 용어들이 사람을 잡아들이는데 사용되며 인간사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단속된 사람들이 마지막에 갇혀있게 되는 곳이 바로 외국인보호소입니다.
    외국인보호소에 '보호'하는 것 역시 법원의 구속영장 없이 법무부장관의 '보호명령'만으로 이루어집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보호명령'이 법무부장관의 승인만으로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형사범은 구속기간이나 형량을 알아서 언제 자신이 풀려나게 될지 알 수 있지만, 보호외국인은 내가 언제 풀려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금 화성외국인보호소에는 5년 넘게 구금되어 있는 외국인도 있고 전국적으로 100여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1년 넘게 장기 구금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보호소는 교도소나 구치소와 같은 교정시설이 아님에도 그와 다를 바 없이 지어져있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보호외국인은 철창으로 막힌 20평 남짓한 보호실에서 15~20명이 함께 24시간 생활해야 합니다. 보호실 밖의 통로는 항상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그 밖은 다시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서 감시카메라와 경비인력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보호외국인은 보호소에서 지급한 단체복만 입어야 하며 사복은 입을 수 없습니다. 보호소 내 운동장에서의 운동은 일주일에 2~3차례 30분씩만 허용되며 그것이 외부공기와 햇볕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법무부의 설명처럼 외국인보호소가 구금시설이 아니라 출국을 위한 대기장소라고 한다면 그에 걸맞는 대폭적인 시설과 운영의 개선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활동

    아시아의친구들은 2016년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은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을 통해 방문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한 이유는 그곳에 구금되어 있는 보호외국인들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보호외국인들 중에는 장기간 구금되어 있어 찾아오는 가족이나 친구 없이 외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이후 외국인보호소문제가 불거져 나왔지만 그 동안 이 문제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만날 보호외국인을 찾을 수가 없어서 다른 단체 소식지에 실렸던 보호외국인 인적사항을 보고 무작정 방문해도 되냐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10여 통의 편지를 보냈고 그 중 3명이 와달라는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3명으로 시작된 방문활동이 지금은 12명 정도로 늘었고 가장 많을 때는 20명일 때도 있었습니다.

    지난 1년간 우리가 만난 보호외국인은 총 39명이었습니다. 남성이 37명이고 여성은 2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여성들 중에는 장기구금자가 적고 기존에 만나던 분들이 대부분 남성이다 보니 여성들과 연결될 수 있는 루트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만나게 되는 분들 대부분이 기존에 우리와 만나고 있던 다른 보호외국인들을 통해서 저희를 알게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적별로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콩고 순이었습니다. 국내체류외국인의 국적별 숫자는 중국, 베트남, 미국, 태국 순이지만, 장기 구금자 들이 대부분 난민신청자 들이다 보니 난민신청을 주로 하는 국가들의 순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연령별로는 30대와 40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유학생들도 가끔 있었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보호외국인들은 이주노동자로 일하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구금기간 별로는 6개월~1년이 가장 많았고(10명), 1년~2년(8명), 2년 이상(7명)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장기구금이라고 여겨지는 90일 이상이 31명으로 79%나 되었습니다. 가장 오래 구금 되었던 사람은 무려 4년8개월을 보호소에서 구금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만나지는 않았으나 5년 넘게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있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장기구금이 되는 사유는 난민신청이 가장 많았습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의하면 외국인보호소에서 난민신청을 한 사람은 난민으로 인정받거나 거부가 확정될 때까지 외국인보호소에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난민심사를 위한 인력도 경험도 부족한 까닭에 법무부 심사단계에서만 거의 일년 가까이 걸리기 일쑤고 그럼에도 인정률은 2% 정도밖에 안됩니다. 1년 가까이 보호소에서 기다린 보호외국인들은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고 다시 1~2년이 훌쩍 지나가 버리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항공권을 구하지 못하였거나 자국 대사관에서 여권을 발급받지 못하여 오랜 기간 구금되어 있는 경우 등도 발견되었습니다. 




    보호외국인 지원활동

    보호외국인과의 면담은 단순히 안부를 묻는 정도의 대화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보호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우리의 원칙은 보호외국인의 구금해제를 위한 도움이나 재정적지원은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외부의 단체 들이나 개인들을 연결하여 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합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은 너무나 열악한 외국인보호소 환경으로 인해 번번히 도전받았습니다. 특히 의료와 관련하여 보호소 내에서 치료가 불가능하여 외부진료가 필요함에도 경제적 능력이 안되어 치료나 검사를 못받는 경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외국인보호소에서는 외부진료는 자기부담이 원칙이라며 질병이 발전하여 거의 응급한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인권재단 사람>과 <한국이주민건강협회>의 지원을 통해 일부 보호외국인들의 외부진료를 지원하였습니다. 이렇게 외부진료를 통해 질병이 발견되어 보호일시해제가 받아들여진 경우도 3건 있었습니다. 

    난민소송이나 보호일시해제청구와 같은 법률적인 지원은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섭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보호외국인들 중 난민신청자 들은 이미 난민들을 지원하는 단체나 공익변호사들 또는 사설변호사들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보호외국인들의 의사와 요구사항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면회 때 대화내용을 기록하거나 자료를 건네받아 전달하는 정도의 일이었습니다. 반대로 단체나 변호인의 의견이나 자료를 보호외국인들에게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체나 변호인들이 보호외국인을 자주 방문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에 대부분 전화통화로 보호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정확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면회를 통해 확인한 의사나 자료를 전달하는 것은 보호외국인에게 매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4년 넘게 구금되어 있던 O씨의 경우에는 보호일시해제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탄원서를 조직하여 변호인을 통해 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보호소 내 처우 등과 관련해서는 담당공무원을 직접 만나 의사를 전달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개별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어 지난 4월에는 경기이주공대위를 통해 화성보호소측과의 간담회를 갖기도 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보호외국인들의 다양한 고충사항을 전달하고  해결을 건의하기도 하였으나 큰 소득은 없었습니다. 

    방문 시 월 1회 간격으로 국제전화카드를 구매하여 전달하였습니다. 외국인보호소 내에서 공중전화를 사용할 수 있지만 보호소에서 판매하는 국제전화카드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사용시간이 훨씬 짧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장기구금된 보호외국인들의 경우 전화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돈이 없는 경우가 많아 오랫동안 고향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통화를 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난민신청자들의 경우 본국과의 지속적인 연락이 중요한데 이런 경우 국제전화카드에 대한 요구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4월 방문 때부터 <인권재단 사람>의 후원을 받아 면회 후 국제전화카드를 1인당 1장 씩 전달하였습니다. 

    그 밖에 개별적으로 외국도서나 영자신문을 요청하는 경우에도 지원하였습니다. 특히 불어권도서를 후원해준 시민들이 있어 불어권에서 온 보호외국인들에게 성경이나 소설 등을 넣어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등에서 겨울 내의나 양말 등을 후원해주어서 필요한 보호외국인들에게 지원하였습니다. 


    우리는 떠나는 사람들을 마중하러 갑니다

    지금까지 써 놓은 모든 활동들은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활동에 참여한 자원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은 격주 수요일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진행되었습니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처음에 어색하기만 하던 보호외국인들과 신뢰가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방문활동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2~6명이 었고 평균 4명 정도가 참여하였습니다. 

    활동가들은 스스로 방문모임의 이름을 '마중'으로 지었습니다. '마중'이란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한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마중'활동가들은 격주 마다 보호소 방문활동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각 보호외국인과의 면회기록을 그때마다 작성하여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나는 보호외국인들을 위해 보호소 담당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개선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질병으로 보호일시해제된 보호외국인을 위해서는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을 물색하여 직접 입원수속까지 돕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분기별로 워크샵을 통해 서로 다른 보호외국인을 만나면서 느낀 점등을 공유하고 개선해야할 점 등을 논의하였습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쌓여서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1년간 외국인보호소방문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인권재단 사람>이 없었다면 지속적인 방문활동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한번 <인권재단 사람>에 감사드립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마중활동가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