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재단사람

모바일메뉴바 후원하기
지원활동 지원활동 생생후기
  • [일단, 쉬고] 무념무상, 돌봄의 시간
    • 작성일
    • 2017.09.18
  • 무념무상, 돌봄의 시간



    채민(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2010년에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활동가로서 삶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6개월간의 안식월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도 휴가나 휴식을 가지긴 했지만 인권운동과 관련된 활동을 모두 멈추고 길게 쉬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네요.


    이전까지는 쉼이라는 것에 대해 별 고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쉼이 절실했구나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활동을 꾸려가고 사람들을 만나 어떤 변화를 만나면서 즐겁고 기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 내 안의 울림이 만들어낸 활동이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자신을 무겁게 누르던 상황도 참 많았습니다. 안식월을 보내면서 그랬던 몸과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네요.


    그래서 올해의 봄과 여름은 그렇게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돌보는데 충실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촛불 이후 뭔가 해야는 거 아니야?’라며 치닫고 달려가려는 내 자신에게 잠깐 멈춰보면 어때라고 토닥였던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 가보고,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초원과 사막에도 있어보고, 하루 종일 TV만 보면서. 하지 않았던 혹은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 정말 무념무상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의 쉼의 끝자락에 인권재단 사람에서 인권활동가들의 마음돌봄과 쉼을 위한 무념무상 프로그램 소식을 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념무상이란 말에 끌려서 그렇게 823일부터 26일까지 오랜만에 남원시 산내면을 찾았습니다. 산자락에 위치한 흙집에서 참가한 분들과 첫 인사를 할 때만 해도 예전에 종종 가던 여러 워크숍과 똑같은 거 아닐까란 생각도 했습니다. 그 뒤 3일을 있으면서, 새로운 경험이자 쉼이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건 살래화폐였습니다. 살폐화폐를 이용해서 산내면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을 이용할 수 있었죠. 프로그램 준비에 함께 해주셨던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 이음> 덕분에 재밌게 쉬는 경험을 했습니다. 근처의 둘레길을 걸으며 땀 흘린 뒤에 마지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에서 시원하게 음료도 마시고 책도 읽을 때 요긴하게 살래화폐를 사용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숙소이자 프로그램 공간이기도 했던 흙집에서 제공해주신 음식들도 어찌나 맛있었던지 과식하지 않아야겠다며 혼자 그어놨던 선을 몇 번이나 넘을 뻔 했네요.^^


    아 이렇게 얘기하니 먹는 것만 계속 생각이 나는데 실은 몸을 먹이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힘이 되는 시간도 됐습니다. 길목협동조합의심리상담선생님과 얘기하며 용기와 위로를 얻기도 했고, 어렵지 않게 실생활에서 굽은 몸을 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신 몸펴기운동도 좋았습니다. 또 집단 타로 상담을 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용기를 찾기도 했던 것 역시 힘이 되는 시간이었네요. 저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숲명상과 수채화 그리기도 시간이 됐다면 함께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무엇보다 꼭 프로그램을 하지 않더라도 산과 하늘 그리고 동물들을 보거나, 만화책이나 보드게임 등을 하면서 다양하게 쉬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게 편안함을 줬습니다. 처음 만나거나 오랜만에 인사하는 활동가들과 얘기도 나누며 저녁에 술 한잔했던 시간도 참 좋았네요.


    프로그램이 열린 산내면은 활동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찾아갔었지만 이런 좋은 계기가 되는 공간이 될 거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넉넉한 시간 속에서 몸과 마음을 잘 먹였던 시간이었습니다. 안식월을 마치고 9월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쉼 프로그램도 한 몫을 했던 것 같아요.


    마음돌봄과 쉼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주신 인권재단사람 활동가들에게 감사드려요. 재단의 활동가들도 바쁘시겠지만 마음돌봄과 쉼을 가지셨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