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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프로젝트-온] 나는 왜 시설 밖으로 나왔는가?
    • 작성일
    • 2017.09.05
  • 탈시설 장애인 구술기록 제작발표회

    "나는 왜 시설 밖으로 나왔는가?"



    글 | 조아라(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전에 조사 갔을 때, 내가 만났던 분이 막 우시는 거야. 내가 당황해서 왜 우시냐고 여쭈니까 본인 이름을 누가 불러준 게 처음이라고..."


    10년여년전 장애인수용시설에 인권실태조사를 다녀온 동료활동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강산이 변했을 시간이건만 이름으로 불리어지지 않는 누군가의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대구시립희망원에서 309명이 사망했다는 기사로 세상이 들썩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309명이라는 잔인한 숫자로만 그들을 불렀을 뿐입니다. 현재에도 전국의 32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시설에 갇혀 개인의 서사는 철저히 가려진 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시설이 그들을 위한다고 침묵할 뿐입니다.

     

    한편, 그 침묵을 깨고 나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 이상 감옥같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여러 사람과 살을 부비며 존엄한 존재로 살고 싶다고 탈시설한 사람들이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그 이름들을 말하고, ‘시설에서의 삶을 통해 수용의 역사를 고발하고, 나아가 그들이 한 사람으로써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 사회에 마땅히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언제나, 그들을 만날 때마다.

     



    그러나 언제나 일에 치이는 활동가의 삶에서 한 사람과 긴 시간을 진득하게 만나고, 그 삶을 또 꼼꼼히 기록하기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하루하루가 아까워 발을 동동 구르던 중 때마침 우리 손에 잡힌 사람, 서중원 구술기록노동자였습니다. 서중원 구술기록노동자는 형제복지원 사건 구술기록 숫자가 된 사람들을 함께 했고, 다행히 그녀는 활동가들의 마음을 백배 공감하며 흔쾌히 구술기록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11명의 사람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설에선 같이 못 있어요. 시설에서 나와서 제일 좋은 점은 와이프랑 같이 사는 게 제일 좋습니다.” - 인터뷰이 유00

     

    안 해본 거 계속 하고 있고 처음 하는 것도 모르면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돼요. 그래서 여기 처음 오는 길인데도, 물어보고 왔어요” - 인터뷰이 남00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야학에도 다니고, 운전면허도 딸거고, 컴퓨터도 배우고, 보장구 수리센터도 나중에 차리고” - 인터뷰이 김00

     

    저는 최 영 은, 사람답게 살고 싶은 인간일 뿐입니다.” - 인터뷰이 최00

     

    내 남자친구가 뭐라는 줄 알어? 나더러 귀엽대. 나더러 귀엽대. 내가 귀엽긴 뭐가 귀여워? 근데 귀엽대. 나더러 아기라고 한다? 나더러 아기래, 아기... 하하하... ” - 인터뷰이 김00

     

    우리가 만난 사람들의 삶이란 너무나 다양했습니다. 이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만나 세상을 알록달록 물들이고 있구나. 알면서도 잊게 되는 것, 아주 평범한 일상이란 게 사실은 손에 꼽기에도 많은 색들이 한데 어루어져 만들어진다는 것




    그 안에만 장애인이 있는 줄 알았고 밖엔 장애인이 하나도 없는 줄 알았어. 그래서 바깥에 나올 생각은 꿈에도 못했고. 28년동안. (중략) 자립했더니, 진짜 이런 천국이 없더라구요. 나는 그 안에만 천국인줄 알았어요. 나는 바깥에서 장애인들 못 사는 줄 알았어요.” - 인터뷰이 김00

     

    아직도 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 사람들이 나와서 함께 살면 좋겠다. 그걸 내가 하겠다.” - 인터뷰이 신00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습니다. 시설은 감옥, 바깥 세상을 꿈꿀 수 없던 곳이었다고. 그리고 이제 나같이 다른 사람들도 시설에서 나와 살았으면 좋겠다고. 




    왜 시설 밖으로 나왔는가에 대한 당사자들의 응답은 너무나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이 울림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로 전달될 수 있을까? 이 알록달록한 삶을 마주한 우리는 어디를 볼 것인가?

     

    시설에서 만나면 도대체 저희가 여기는 어디고 이 사람들은 누구고 나는 누구지? 라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전혀 낯선 공간에서 시간도 멈춰버린 공간에서 이 사람들의 말 하나 하나 표정, 음성 하나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메시지이고 우리사회에 저항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는지 그런 생각을 해서 기록은 정말 중요하다, 당사자의 이야기는 서사가 되어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전해주어야 한다.” - 2부 토크 중, 여준민(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기록하는 방법에는 글, 사진, 영상 등이 많은데 글이 가진 의미는 무엇보다는 성찰적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면에선 글이 탁월한 것 같다.” - 2부 토크 중, 이영남

     

    우리나라 최대 장애인수용시설 꽃동네의 슬로건은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신의 은총이라는 말 입니다. 마치 장애가 있거나 가난한 사람들은 그저 배만 부르면 될 뿐 사람간의 소통이나 관계, 꿈에 대한 열망은 없는 존재로 여기는 듯한 저 말은 몹시 모욕입니다.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삶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장애인 복지의 최선으로 여겨지는 장애인수용시설의 의미가 당사자의 목소리로 다시 규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우리는 어떤 원칙을 세워갈 것인가.를 사회에 힘차게 던지기 위해 우리는 출판을 향해 다시끔 달려가고 있습니다.

     

    드라마틱이라는 서사로만 소비하기보다 한 개인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 왔구나.‘ 자기 극복의 미담으로 이 책이 읽히기보다 왜 이 분들이 이런 삶을 살아와야 했는가? 왜 현실 속에서 이런 제약을 받아야 하는가? 던지게 하는 텍스트로 이 인터뷰 작업이 읽혀지길 바란다.” - 2부 토크 중, 서중원(구술기록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