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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프로젝트-온] 「홈리스 인권지킴이 매뉴얼」 ― 당사자와 활동가가 함께 키우는 인권 만들기 안내서를 발행하며
    • 작성일
    • 2020.01.31
  • 「홈리스 인권지킴이 매뉴얼」
    당사자와 활동가가 함께 키우는 인권 만들기 안내서를 발행하며




    글 |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저희는 앞으로 금요일 저녁, 차 한 잔과 소식지를 들고 여러분들을 만나려하는 ‘홈리스 인권지킴이’입니다. 홈리스생활자들의 인권을 지킨다는 명칭을 걸고 활동을 시작하는 건 우리의 힘에 비해 무겁고, 조금은 당돌한 게 사실입니다. (...) 우리는 부족한 역량이지만 거리 홈리스 분들의 삶터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세심한 눈으로 살피고자 합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시 털어놓고,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아직은 서먹한 사이겠지만, 앞으로 길고 끈끈하게 만남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 8월 13일, ‘홈리스 인권지킴이’(이하, 지킴이) 첫 활동을 나가며 만든 거리 홈리스 대상 소식지에 실린 글귀다. 열 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연차는 아홉 해나 쌓였고, 활동가도 두 배로 늘었다. 지킴이 활동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아랫마을에서 모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참여자는 대학생, 직장인, 홈리스 당사자, 연대 단체 활동가로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인권지킴이 활동은 정기 세미나를 시작으로 준비모임 순으로 진행된다. 모두 의욕으로 가득차 지킴이 활동을 준비한다. 하지만 앞선 의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홈리스에 대한 기초 지식, 익숙하지 않은 거리 문화, 복잡한 지원 체계 숙지의 어려움 등 체계적인 교육이 부재한 상태가 활동의 지속적인 결합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올해 홈리스 인권지킴이 활동 시작은 걸림돌을 뽑아내는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그 시작은 (자원)활동가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결과물로 3권 분량, 약 280여 페이지의 ‘홈리스 인권지킴이 매뉴얼(이하 지킴이 매뉴얼)’를 만들게 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의 시간의 결과물이자 앞으로 이어질 인권지킴이 (자원)활동가들의 안내서가 될 것이다. 

    지킴이 매뉴얼을 기획하면서 세운 목적은 아래와 같다. 

    첫째, 인권지킴이 활동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훈련구조를 마련하여 활동의 저변을 넓히고, 홈리스 당사자 조직화를 강화한다. 
    둘째, 인권지킴이 활동에 맞는 매뉴얼을 작성하여 홈리스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전달하고, 현장 활동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로서 지속가능한 활동을 뒷받침하고, 활동가를 재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홈리스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알고, 권리 찾기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넷째, 더 나아가 성평등한 거리 문화 개선을 위한 논의의 초석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본 사업에 참여하는 홈리스행동의 (자원)활동가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고,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거리 홈리스 특히 여성 홈리스에 대한 새로운 의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목적을 하나씩 짚어보면 
    첫 번째는 인권지킴이 활동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훈련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진행되는 정기세미나는 인권지킴이 활동에 필요한 관점, 실무 활동력을 키울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이 되었다. 현재 활동 중이고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활동가에 맞춰진 구성이다 보니 신입활동가에게는 현장 활동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신입활동가 세미나 계획은 있지만 실행이 쉽지 않았다. 진행을 했을 때도 교육 자료를 때때마다 만들고 출력물을 제공하는 선이었다. 자료를 수합해서 제공하지 못했다. 이번에 만든 지킴이 매뉴얼이 교육의 빈틈을 메웠다. 그리고 매번 자료를 준비하는 수고를 덜었고, 신입활동가도 필요한 정보를 언제나 찾아 볼 수 있어 지킴이 활동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본다. 

    두 번째는 홈리스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전달과 현장 활동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권지킴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 노숙인에 대한 이해로 시작된다. 이에 지킴이 매뉴얼 1권은 ‘홈리스에 대한 이해’를 다루고 있다. 홈리스의 개념과 발생 원인, 규모 및 특성에 대해 다루었다. 그리고 10명의 홈리스를 대상으로 진행된 심층면접조사는 최초 노숙 유입 경로, 일상생활, 건강 및 경제적 상태 등을 짚어 홈리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관련해 홈리스 관련 주요 정책 및 문제점을 짚어 홈리스 정책의 현실과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2권에서 ‘성평등한 인권지킴이 활동을 위한 매뉴얼’을 주제로 지킴이 활동의 목적은 무었인지, 대화와 관계유지 방법, 성평등한 인권지킴이 활동을 만들기 위한 활동가의 역할과 자세를 다루었다. 


    “오늘 차 통 갖다놓고 서있는데 어떤 당사자가 오더니 내 몸을 계속 쳐다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는데 뭐라 뭐라 하면서 내 앞에 계속 서있었다. 무시하고 안 듣고 있었는데 ‘뭐라 뭐라 허리 잘 돌리겠네.’아, 결국 들었다.”
    - 5년간 인권지킴이 활동을 했던 여성 활동가의 활동 일지 中. 2권 수록

    “남자들은 여자를 잡아먹으려고 한다. 밥을 먹고 나서 약을 타려고 줄을 서고 있는데, 옆에서 민망한 욕을 해댄다. 자기들이 화나고 상처 입은 것들을 만만한 우리에게 퍼붓는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이 나쁘다. 아이 참, 정말로 별 소리를 다 들었다. 비닐 보따리 들고 다니니까, 아, 여기서 자니까, 함부로 막 말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서울역 희망지원센터나 응급 구호방에 입구를 두 개 만들어 주세요.
    남자 입구와 여자 출입구를 분리해 주세요.”
    -당연한 얘기(로즈마리) 중 발췌. 2권 수록

    위 두 글은 인권지킴이 활동 중에 여성 활동가들이 겪는 상황과 여성 홈리스가 거리 생활에서 겪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글이다. 인권지킴이 활동 중 현장에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거리 노숙인이 술에 취해서 활동을 방해하거나, 폭력적인 상황을 연출하거나, 여성 당사자 혹은 활동가에게 성희롱적 발언 등을 하는 상황을 마주치기도 한다. 현장에서 활동하다보면 더 많은 문제들에 부딪힌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적절하게 해소되지 못하고 개인이 참고 넘어가거나 활동을 그만두는 결과로 나타났다. 여성 노숙인에게 여성 활동가는 더욱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자원이다. 거리에서 여성 노숙인들은 남성 활동가가 다가가면 놀라서 피하거나 대화를 거부한다. 그렇지만 여성 활동가는 남성 활동가보다 거부감이 적어 상담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성 활동가의 참여와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체계적인 활동 매뉴얼이 부재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고, 많은 활동가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당황하고, 대처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오래 된 활동가라 하더라도 모든 상황에 ‘스스로 적절하게 잘 대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킴이 활동의 문제점은 비공식적으로만 이야기되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엄밀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 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홈리스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알고, 권리를 찾는 것이 목적이다. 3권은 ‘홈리스 권리 수첩’으로 만들었다. 거리 노숙인에게 배포할 정보 책자이자 수첩이다. 홈리스 지원체계 등에 대한 정보를 실었고, 복지 정보를 실었다. 실제로 거리 노숙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모르거나, 주변에서 습득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권리 행사를 포기하기도 한다. 일례로 형제가 있으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이 안 된다던지, 모든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려면 천 만원 이상을 모아야 한다던가, 거리 노숙인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의료, 주거, 고용, 급식 등 당사자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관련 제도를 작성했고, 연관 사회복지제도/활용가능한 지원제도를 통해 자신이 어떤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활동이 뒷받침 되었을 때 궁극적으로 인권지킴이 활동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남는 과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목적은 성평등한 거리 문화 개선과 거리 홈리스 특히 여성 홈리스에 대한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활동가들의 성장과도 관련이 있다. 제쳬적인 교육과 현장 활동의 경험이 축적이 되면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활동을 하면서 풀어가야할 ‘호칭’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글을 읽지 못하는 활동가에게 어떻게 정보를 전달할 것인가. 활동 중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과 문제들에 대해 엄밀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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