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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쉬고] 야근메이트 말고 여행메이트
    • 작성일
    • 2019.11.29
  • 야근메이트 말고 여행메이트



    글 | 조민지, 김조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인간의 존엄과 공공성을 지키는 일을 하는 활동가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일이지요. 저희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로 세상을 좀 더 밝게 비추어 보겠다는 포부를 가진 단체에서 일을 하는 조민지, 김조은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2008년 한글날 창립해, 2018년 10년을 맞이한 조직입니다. 5명의 활동가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우리의 미션이 조금씩 더 널리 가닿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해가 거듭할수록 할 일은 많고, 여유는 없어지더라고요. 2018년 단체 10주년을 맞았던 그 해는 특히 혹독했습니다. 상근자 5명이 아등바등 활동해도 여유를 챙길 새가 없었는데 단체 창립 10주년이라고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만 갔습니다. 이 와중에, 한명은 안식년. 한명은 퇴사. 한명은 양육. 한명은 새로 함께한 신입활동가, 그리고 남은 우리 둘.. 우리의 낯빛은 흑화 되었고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던 커피와 수다 타임은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2018년이 지나면 꼭 ‘쉬자’고 다짐했지요. 

    인권재단 ‘사람’의 활동가 재충전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야근메이트 말고 여행메이트’가 되어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우리의 여행 목적은 ‘잘 쉬고 잘 놀자!’는 것이었죠. 

    우리의 첫 번째 체류지는 바로 독일이었는데용, 왜 독일이냐면, 첫 번째로 독일로 들어가는 항공권이 굉장히 저렴했기 때문이에요ㅎㅎ 독일은 유럽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비행기 취항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그리고 유럽 각지의 예술가와 부랑자가 모인다는 베를린에 꼭 가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요. 

    일단 프랑크푸르트로 구라파 대륙에 입성! 프랑크푸르트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어요. 바로 기차를 타고 독일의 소도시 뉘른베르크로 향했죠. 베를린으로 가는 중간 길목에 있는 독일의 소도시를 한번 가보자 했는데, 중세시대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긴 성벽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고즈넉한 곳이었습니다.  

     

    뮌헨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옛 활동가 친구와도 뉘른베르트에서 오랜만에 상봉!ㅠㅠ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사는 것, 우리가 느낀 이곳 사람들과 분위기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눴는데, 흥미로웠던 건 처음에 함께 공부하는 독일 여자 친구들이 너는 왜 의견을 제대로 표명하지 않냐, 왜 사람들에게 겉치레로 웃어 주냐며 자기를 엄청 이상해했다는 얘기였어요. 동양 여성으로서는 미덕으로 여겨왔던 습관성 호의가 여기서는 별로 미덕이 아닌 상황인 것이죠. 굳이 과도하게 친절할 필요도 없고 그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문화에서 성 고정관념이 덜하고, 활동이 더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뉘른베르크를 거쳐 베를린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어요. 독일 기차는 도이치반으로 불리는데요, 넓고 식당칸이 있는 KTX느낌이에요. 모바일 티켓으로 검표를 받을 수도 있고, 그림과 설명도 직관적이라 타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기차를 꽤 긴 시간 타게 되는데요, 그 때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풍경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 5월의 낮이 이렇게 길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을 했어요. 저녁 8시30분에 은은한 노을빛이 깔리는데, 이 풍경이 너무 생경하면서 그렇게 행복하더라고요. 탁 트인 하늘에 노을을 본 게 너무 오랜만인 것 같고ㅠㅠ 노곤한 몸으로 둘이서 한참 노을을 바라보았습니다. 


    베를린에는 참새가 한국의 비둘기만큼 많아요. 아주 똑똑하게 음식을 가져가죠.. 베를린에서 맛있는 음식을 정말 많이 먹었는데, 특히 요즘엔 베트남 요리집이 대인기더라고요. 유럽 대도시에는 이미 아시아요리가 굉장히 보편적인 메뉴인데, 현지화된 맛을 비교해 보는것도 소소한 재미였습니다. 




    베를린에서도 옛 동지를 만났어요. 베를린의 집값 체계와 독일의 정치, 교육 이런 고루하지만 또 새로운 이야기들을 나눴지요. 독일은 자전거와 생존수영을 초등학교 교과과목에서 필수로 배운다고 하는데, 자전거를 못타는 1인은 부러워 할 뿐... 


    베를린에는 질서유지를 위한 표지판이라거나, 세세한 규칙들의 안내를 찾기가 정말 어려워요. 지하철, 트램, 버스 대중교통 모두 요금도 알아서 내는 시스템이고 진입을 막아놓거나 하지 않아요. (우리도 본의는 아니었지만 무임승차도 몇 번 했음) 독일은 전반적으로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두텁고, 정치적인 의견을 모으는 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실제 이주민의 평가(?)였어요. 통일을 이루고, 사회적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독일은 각 지역마다 특색도 있고, 상당히 균형적으로 발전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된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정치체계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숙소 바로 앞에 스쾃(사용하지 않는 건물을 점거하는 것) 건물이 있어서, 방문했어요. 평등과 평화, 소수자의 존엄을 위한 다양한 기호들을 볼 수 있었어요. 독일어라서 정확하게 해석이 안 되긴 했지만 이런 보편적인 연대감! 베를린에서는 정말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숙소에 가다 들른 동네 방앗간 같은 바에서는 노르웨이에서 온 상담의사, 베를린사람과 결혼해서 이주한 학원 강사 등등과 스몰토크를 나누기도 했어요. (시나브로 맥주를 마시다 보니 취해서 대화내용은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베를린에서 사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있는 그대로 자기를 받아주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던가)


    저희는 이제 대도시를 떠나 햇빛이 좀 더 따뜻한 남부이탈리아와 시칠리아 섬으로 가게 되는데요, 여기서부터는 매우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 시골이면서도 관광지인 쪽빛 바닷가에서 휴양을 하게 됩니다. 이탈리아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별로 위험하지 않았고요, 길 찾기나 대중교통 체계가 조금 어려웠지만 둘이 함께 온갖 정보와 제스쳐를 동원해서 항상 바른 길로 갈 수 있었어요ㅎㅎ 이탈리아는 도시 도시마다의 색이 확실하다고 해요. 도시국가로 일컬어 질 만큼 분권화가 되어있다고 하는데요. 일단 저희가 갔던 아말피 해변과 시칠리아 시라쿠사는 확실한 공동점이 있었답니다. 어딜 가나 레몬 나무들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음식이 너무 맛있다는 것. 


    뭘 하는지도 가끔 까먹을 정도로 쉬지 않고 일 하고 있었던 그 때, 지치는 줄도 모르다 멍해져가던 우리에게 일단 쉬라고 말해준 인권재단 사람에 깊게 고맙습니다. 다녀와서 보고서 쓸 새도 없이 또 바쁘다는 건 약간의 함정이지만, 이때 우리의 충만한 시간이 꽤 오랫동안 버팀목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고, 우리가 믿는 가치를 위해 싸우다가 어느새 번아웃의 목전에 있는 활동가 동료 여러분이 있다면(매우 많겠죠ㅠㅠ), 저희가 받았던 것처럼 말하고 싶어요. 우리 지속적이고 건강한 활동을 위해, 일단 쉽시다!






    <일단, 쉬고>는 쉼과 재충전을 위해 활동가 스스로 기획한 여행, 취미활동 등 인권활동가 개인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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