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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쉬고] 우리도 남미 한 번 가봤다!
    • 작성일
    • 2019.09.18
  • 우리도 남미 한 번 가봤다!



    글 | 김은미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한국에서 쿠바까지 23시간, 꼬박 하루, 직항은 없다

    한국에서 멕시코까지 14시간 30분, 멕시코 공항에서 5시간 대기, 그리고 다시 3시간의 비행, 총 23시간 을 달려 쿠바에 도착했습니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이미 밤 11시, 숙소에 도착하니 12시가 훌쩍 넘어있었지요. 우리의 첫 숙소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 시의 ‘올드 아바나’ 지역이었는데 좁은 골목과 옛날 도로, 수십 년의 나이를 먹었음직한 건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과 시차가 정반대(한국보다 –14시간) 여서 도착한 시간은 한밤중이었지만 잠이 오지 않아 숙소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한밤중임에도 한 눈에 보이는 올드카들과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춤추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쿠바에 왔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길이 ‘진짜 집’처럼 편한 고양이들과 그림 같은 노을을 만나는 것은 쿠바에서는, 일상이다

    쿠바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더듬으며, 발이 가는대로 여행을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활동가로 사는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목적지와 만날 사람에 따라 돌아다니는 일상으로 채우는데, 발이 닿는 대로 기분이 이끄는 대로 걷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서울의 고양이나 강아지들과는 다르게, 사람에 대한 경계나 두려움 없이 반갑게 인사해주고 거리가 안방인 것처럼 편하게 눕고 앉아있는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어요. 그리고 저녁에는 말레꼰 광장의 석양을 바라보며 모든 시간이 멈춘 듯, 평온한 저녁을 만끽했습니다.

    쿠바, 하면 역시 혁명을 빼놓을 수 없죠! 우리는 국립박물관을 거쳐 쿠바 혁명의 역사를 품고 있는 혁명 광장(Plaza de la Revolución)으로 향했습니다. 109미터에 이르는 호세마르티 기념비가 있는 시민 광장, 이곳에서 수많은 투쟁과 혁명을 외치는 시위가 열렸었지요. 호세마르티 기념비를 뒤로 하고 광장을 바라보니 체게바라의 얼굴과 그의 표어 ‘Hasta Ia Victoria Siemore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가 한 눈에 보였습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다르지만, 체게바라의 뜨거운 삶과 그가 기억되고 있는 현재를 느낄 수 있었어요. 문득, 스스로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뜨거운 삶을 원하는가. 내가 걷는 삶의 궤적들이, 미래의 현재에 어떻게 기억되길 원할까. 

    올드 아바나에서의 잊을 수 없는 즐거운 기억은 ‘살사’를 만난 것입니다. 살사의 나라 쿠바답게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에 살사를 배울 수 있는 클럽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한 클럽을 방문해 2시간 동안 살사를 배웠는데, 신기하게도 2시간이 지나니 살사를 추고 있더군요. 콜롬비아에서 열린 국제 평화 컨퍼런스의 마지막 날, 여러 나라에서 온 활동가들과 클럽에서 춤추는 시간을 보냈는데 2시간 배운 살사였지만 덕분에 콜롬비아 활동가들의 현란한 살사 춤사위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2시간 흠뻑 땀 흘리면, 살사를 추고 있게 된다

    아바나에서 이틀을 보내고 우리는 플라야 히론(Playa Giron)으로 이동했습니다. 활동가로서만 온 여행이었다면 아마도 체 게바라의 혁명 명소들을 살펴보는 여정을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놀고 즐기고 휴식하러” 온 본분을 다하기 위하여 플라야 히론을 선택했습니다. 히론은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보다 마차가 더 많이 다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에요. 빨래한 옷을 널어놓고 마실 다녀오면 행여 비가 와 젖을까봐 곱게 개어 침대에 놓아주시던, 정이 가득한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민박집에서 편한 시간을 보내며 바다를 가득 만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다와 하나가 되는 일상을 보낸 플라야 히론

    이틀 중 하루는 칼레타 부에나(Caleta Buena)라는 곳에서 하루를 보냈어요. 10시에 입장해서 오후 4시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무제한 식사와 칵테일, 그리고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그곳은 말 그대로 지상 천국이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햇빛을 쬐는 시간도, 바다로 풍덩 몸을 던져 물고기들을 만나는 시간도, 눈을 감고 바닷바람을 느끼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모두 행복하고 평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도시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 트리니다드였습니다. 트리니다드는 1500년대 초에 건설되어 길과 건물 대부분 그때 모습 그대로 간직되어오고 있는 쿠바에서 3번째로 오래된 도시입니다. 울퉁불퉁한 길 때문인지 이곳은 자동차보다 마차가 많았어요. 또 하나,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맑은 하늘과 풀내음이 온몸 가득 퍼지는 것처럼 기분 좋아지는 기차 여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천천히 달리는 기차 맨 뒷 칸에 앉아 선로를 타고 흐르는 산과 들, 하늘의 풍경을 보니 다시 한 번 시간이 멈춘 듯 평온함이 가득 밀려왔습니다. 

    쿠바에서 1주일을 보내고 콜롬비아 보고타로 건너갔습니다. 보고타에서는 “Antimilitarsm in Movement”라는 반군사주의 컨퍼런스가 열렸는데요. 유럽과 남미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의 활동가들과 만나고 교류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로의 평화활동을 나누는 자리를 함께하면서, 우리가 걷고 있는 평화 활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서로의 활동에 대한 위로와 지지의 시간은 앞으로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있어 더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Antimilitarsm in Movement 컨퍼런스

    컨퍼런스 마지막 날에는 보고타 중심가에서 거리 예술 평화 퍼포먼스를 함께했습니다. 해외였기 때문일까요. 한국과는 다른 설렘과 뜨거움이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 볼리바르 광장을 방문했는데요. 거리 곳곳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예술 작품을 사람들과 나누는 수많은 예술인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또 보고타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벽화와 그림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주로 사회적 이슈나 문화 등을 표현한 그림이 많았는데, 콜롬비아에서는 그래피티가 불법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예술을 대하는 이곳의 문화가 (물론 모든 사회 체계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한국처럼 건물주, 즉 자본을 가진 자 중심으로 흐르고 있지는 않구나 하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쿠바와 보고타에서 보낸 2주의 시간을 돌아보니 쉼표의 하루들을 잘 채우고 돌아왔음을 느낍니다. 생경한 공기와 풍경,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 이 쉼표 여행이 우리에게 선물한 여유와 힘을 잘 간직하며 활동해나가고 싶습니다. 




    <일단, 쉬고>는 쉼과 재충전을 위해 활동가 스스로 기획한 여행, 취미활동 등 인권활동가 개인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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