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재단사람

모바일메뉴바 후원하기
지원활동 지원활동 생생후기
  • [반차별데이데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를! 홈리스의 권리보장을 위하여!
    • 작성일
    • 2019.02.01
  •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를! 홈리스의 권리보장을 위하여!
    - 2018 홈리스 기억의 날 후기

    글 | 안형진(홈리스행동 활동가)


    일 년 중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짓날을 하루 앞둔 지난 12월 21일, 서울역 광장에서 ‘2018홈리스추모제’가 열렸습니다. 2001년에 시작되어 어느덧 열여덟 번째를 맞이한 홈리스추모제는, 추모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가난으로 인해 거리와 시설, 쪽방, 고시원 등 열악한 거처에서 삶을 마감해야만 했던 홈리스를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동시에 홈리스추모제는 인권의 영점 상태에 다름 아닌 ‘홈리스 상태’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고발함으로써 홈리스 대중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요구와 결의를 모으는 장(場)이기도 합니다. 부적절한 거처에서 맞게 되는 ‘때 이른 죽음’의 기저에는, 근본적으로 반(反)인권적인 홈리스 상태를 장기간 유지토록 만드는 열악한 복지체계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매년 홈리스추모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며 또한 실행에 옮기고 있는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당해 연도에 사망한 서울지역 홈리스를 추모·애도하기 위한 자리를 준비하는 한편, 추모제를 기점으로 하여 홈리스 상태와 유관한 여러 현안들에 적극 개입하고자 준상설적인 의제사업팀을 꾸려 집중적인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2018년의 경우, 세 팀(추모팀, 주거팀, 여성팀)의 의제사업팀이 추모주간 동안 현안 대응활동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2018홈리스추모제 추모주간 동안 의제사업팀이 전개했던 여러 대응활동들, 그리고 추모제 당일(´18. 12. 21)에 펼쳐진 현장 활동의 내용들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가 가장 안전한 주거다!”
    2018홈리스추모제 주거팀 활동

    홈리스추모제 주거팀은 극단적인 주거빈곤 상태에 놓인 홈리스 대중의 처참한 현실에 개입하고자, 지난 2017년 구성된 이래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이번 추모제에선,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와 더불어 작년 11월 발생한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관련 대응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주지하듯 종로 국일고시원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화재’입니다. 그러나 해당 고시원에서 거주한 이들 대부분이 40~70대의 일용노동자와 기초생활수급자였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가난한 이들이 최소한의 주거기준과 안전기준조차 없는 열악하고 위험한 거처에서 장기간 머물러야만 하는 작금의 현실이야말로 참사의 근본 원인이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열악한 거처, 이른바 ‘비주택’(주택법상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 거처. 비주택에 해당하는 거처들은 국가가 정해놓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조건’이라 할 ‘최저주거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님)이라 부르는 거처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오늘날 무려 37만여 가구에 이른다는 점입니다. 비주택 거주자에게 임대주택을 지원하는 제도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현재 시행되고 있으나, 연평균(2015~2017) 1,000호 남짓한 물량만이 공급되고 있는 현실에서 37만여 가구에 달하는 이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로 빠르게 옮겨가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에 그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한계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왔던 홈리스추모제 주거팀은, 작년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를 기점으로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도입’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구체 활동으로, 고시원과 쪽방 등의 거주민들 150명을 대상으로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추모제 기간 동안 해당 조사의 결과와 그 의미를 기자회견과 인포그래픽 자료, 각종 선전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지난 12월 27일, 주거팀은 유가족 및 피해생존자들과 함께 국일고시원 참사 49재를 여는 것으로 추모주간 활동을 마무리하였습니다. 하지만, 고시원 등 비주택에 대한 별도 최저주거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기에, 올해 역시 주거팀의 활동은 연중 지속될 예정입니다.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 보장하라!”
    2018홈리스추모제 추모팀 활동

    홈리스추모제 추모팀 역시, 주거팀과 마찬가지로 지난 2017년 구성되어 상설적인 활동을 전개해왔던 의제사업팀입니다. 2018년부터는 ‘무연고사망자의 사후 자기결정권 보장’, ‘차별없는 공영장례조례의 시행’이라는 두 가지 요구를 내걸고 활동을 펼쳐 나갔습니다. 다만, 이번 추모제에선 의제 중심의 활동보다는 올 한 해 동안 부적절한 거처(거리, 시설, 쪽방, 고시원 등)에서 사망한 홈리스를 애도, 기억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일에 진력했습니다.



    추모팀은 국일고시원 화재 희생자 7명을 포함, 모두 290여 명에 이르는 2018년 서울지역 사망 홈리스의 기록을 모으고, 동료 시민들과 함께 이들의 죽음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갔습니다. 추모주간 내내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된 Re’member 캠페인, 홈리스 기억의 계단 등의 기획 활동이 바로 여기에 속합니다. 앞으로도 추모팀은 홈리스가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여성홈리스 지원대책 마련하라”
    2018홈리스추모제 여성팀 활동

    지난 몇 년간, 지금껏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과, 여성을 향한 억업과 폭력의 문제가 적극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여성들은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고 연대하며,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성홈리스에게 있어 이런 이야기는 여전히 먼 얘기일 뿐입니다. 이에 이번 2018홈리스추모제에서 (다소 늦었지만) 처음으로 ‘여성홈리스’ 의제를 별도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홈리스 상태’라는 삶의 조건은 같더라도 여성 홈리스의 경우 홈리스 상태에 처하게 된 원인은 물론, 홈리스 상태에서 겪는 어려움, 필요한 서비스가 남성의 그것과는 상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 여성홈리스를 위한 지원체계는 현재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입니다. 전국적으로 여성홈리스 전용 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을 포함 6개 광역 지자체 뿐으로, 이외의 지역은 어떤 여성홈리스 지원체계도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또한 여성 거리홈리스를 위한 일시보호시설(거리홈리스에게 일시보호 및 복지서비스 연계 등을 제공하는 시설로, 하루 단위로 이용할 수 있으며 주로 야간에 잠자리로 이용되곤 함)의 경우,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에 설치되어 있으나 그마저도 홈리스 밀집지역에서 먼 곳에 있어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2018년 홈리스추모제 여성팀은 여성홈리스가 처한 상황과 조건을 드러내고 여성홈리스 당사자의 목소리와 필요를 사회에 전하기 위해, 여성홈리스 영화특별전, 여성홈리스 문제를 다룬 기사 작성, 선전전 등의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여성홈리스 영화 특별전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그녀들이 있다’는 거리, 쪽방, 시설 등에 거주하는 여성홈리스 12명을 인터뷰하며, ‘보이지 않지만’ 이 사회에 존재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다만,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 여성홈리스 당사자를 비롯한 여러 이들의 비판에 직면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추모제 당일 전시된 선전물에는 가정폭력, 미혼모 시설에서의 출산, 무료급식소·쪽방 이용기, 앞으로의 바람 등 여성홈리스의 삶의 궤적을 담았습니다.

     

    여성팀은 2018 홈리스추모제를 통해 현행 홈리스 정책의 성인지적 관점 부족, 여성홈리스를 위한 지원체계 미비를 지적하고 여성홈리스 종합지원센터의 설치, 탈시설·주거지원 강화와 함께 여성홈리스의 인권 보장을 위해 기존과는 다른 정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스스로를 보호해달라고 외치기조차 버거운 여성홈리스들의 존재와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 또한 그럼으로써 그들의 박탈당한 권리를 복원하기 위해 앞으로 여성홈리스 이슈를 둘러싼 활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홈리스 권리보장 실현하라!”
    2018홈리스추모제 당일의 활동들

    2018홈리스추모제 당일이던 지난 12월 21일 서울역 광장, 추모제 공동기획단은 야간에 있을 추모문화제 및 추모행진에 앞서 사전 마당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마당사업은 각 의제사업팀들의 전시물 배치, 홈리스사진관 운영, 법률상담, 당사자를 위한 휴게공간인 홈리스거리사랑방, 소원트리, 홈리스 이슈를 접목한 놀이사업, 동지팥죽 나눔 등의 활동으로 구성됐습니다.

    이어진 추모문화제와 추모행진에서, 모든 참여자들은 올해 사망한 홈리스들의 ‘때 이른 죽음’, ‘예견된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다시는 이 같은 죽음이 용인되지 않도록, 말하건대 다시는 그 누구도 권리 박탈의 상태에 놓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앞서 말한 바 있듯, 홈리스추모제는 매년 동짓날을 즈음하여 열립니다. 한 해 중 가장 밤이 길고 추운 날인 동짓날만큼이나 열악한 거처에서 삶을 이어가고 또 마무리하는 홈리스 대중의 처지와 닮아있는 날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동짓날은 다시금 밤이 짧아지는 기준점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동짓날의 이런 측면이야말로, 홈리스추모제의 의의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홈리스 대중이 마주하고 있는 오늘날의 세상을 지양하는 것. 박탈당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복원하는 것. 그럼으로써 마침내 동짓날이 더는 홈리스 대중의 처지를 상징하는 날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2018홈리스추모제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입니다. 

    <반차별데이데이>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인권의 날을 기념하는 인권재단사람의 지원사업입니다. 인권의 날을 더 많이 알리려면? 365기금에 후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