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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차별데이데이] ‘천 년의 땅 위에 무지개가 뜬다’ – 제1회 전주퀴어문화축제
    • 작성일
    • 2018.05.09
  • ‘천 년의 땅 위에 무지개가 뜬다’
    제1회 전주퀴어문화축제



    글 | 천랑성 (전주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소수자의 자긍심이 가득한 축제
    지방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혐오세력이 강하다는 이유로, 커뮤니티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전북지역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하며, 자신의 정체성이 부끄럽지 않은, 자긍심의 날은 꼭 필요하다. 타 지역에서만 개최되었기에 퀴어문화축제 및 기타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지역의 성소수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차별과 혐오에 저항할 힘을 얻는 축제를 꾸려나가고 싶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전주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면서 지역사회 내 시민단체와의 연대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그래서 축제를 구성해 나갈 때부터 지역사회 내 민주주의의 발전과 평등을 위하여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 단체 및 정당 등 다양한 단체와 함께 조직위를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향후 전주퀴어문화축제의 지속적인 개최, 차별과 혐오 선동을 넘어 평등한 지역사회 만들기,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위해 지속 가능한 연대를 해 나가고자 하였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에서 가장 퀴어적인 축제를 꿈꾸다
    전주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고, 교통이 편리한 장소가 한정적이다. 그리고 지난 2017년 부산과 제주에서 제1회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는 등 전국 여러 곳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기 시작했기에, 전주만의 특색이 있는 장소에서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싶었다. 개최 장소 후보로는 여러 곳이 나왔지만, 한옥마을과 인접한 풍남문 광장이 최종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장소가 협소하여 무대와 부스를 설치할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기획단원이 비가 쏟아지는 날에 비를 맞으며 실측을 했고, 좁은 공간에 무대를 설치하기 위해 광장에 있는 조형물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행히도 행사 당일에 무대와 부스를 설치할 때 실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무사히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대 관객을 위한 공간이 협소하여 공연을 관람하는 참가자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다음 행사 때는 기획 과정부터 충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문화’가 있는 축제로
    성소수자 관련 행사들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비수도권의 성소수자는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참여하기 어렵다. 그래서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면서 지역 내 성소수자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가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자 했다. 3월 12일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진행한 전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3월 17일에는 성소수자 부모모임과 함께 한 성소수자 부모모임 토크쇼, 3월 20일에는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함께 런던프라이드 공동상영회를 진행했다. 3월 23일에는 익산여성의전화, 전교조전북지부여성위원회,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아이쿱솜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함께 전라북도 익산에서 은하선 작가를 초청하여 ‘투명망토를 쓴 성소수자’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지역의 시민단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라는 모토에 맞게 문화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이 기획과정부터 주도적으로 진행하여 행사를 원만하게 진행 할 수 있었다



    눈 온 뒤 맑음
    행사 전 날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비가 오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고, 행사 당일 새벽에는 눈보라가 몰아쳤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순탄치가 않았다. 결국 강한 바람 때문에 부스 2동이 통째로 파손이 되었다. 결국 추가 파손을 막기 위하여, 설치하기로 했던 가림막도 모두 포기해야 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대형 현수막도 걸지 못하고, 무대 현수막에도 구멍을 뚫어야만 했다. ‘하늘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사 시작 전까지 날씨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날씨 걱정은 기우였던 것일까? 행사가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눈보라가 멈췄다. 종종 강한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행사를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행사 종료 전까지 날씨는 맑았고, 행사가 끝나고 몇 시간 뒤 거짓말처럼 다시 눈이 내렸다.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나니, ‘대한민국 최초로(세계 최초일수도 있겠다) 눈 오는 날 퀴어문화축제를 한 도시는 전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존재한다. 바로 여기 전주에. 
    부스행사는 11시부터 시작되었다. 1회차이자, 광역시가 아닌 시에서 열리는 축제라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 같아 걱정했지만, 광장은 금세 사람들로 꽉 차기 시작했다. 30개의 단체에서 부스 행사에 참여하여 다양한 컨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었고, 전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무지개 물결을 만들었다. 놀라웠던 것은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성소수자 차별 선동세력이 눈에 띄게 적었다는 것이다. 아직 가시화가 크게 되지 않은 점도 작용했겠지만, 그로 인해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더 당당하게 드러내고 축제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빛나는 행사를 더 빛나게
    전주퀴어문화축제 무대행사는 ‘봉레오’, ‘썸머’, ‘쓰리-지’, ‘전영진’, ‘차가운 새벽’, ‘아는 언니들’, ‘큐캔디(QcanD)’, ‘수수’ 님이 참여해 축제를 빛내주었다. 관객들의 열기도 뜨거웠고 공연 팀들도 하나하나 특색이 있었다. 타 지역에서 온 팀들도 있었지만 전라북도에 거주하는 팀들도 참여해 더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한옥마을을 무지갯빛으로
    전주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는 레인보우 플래그를 선두로 방송차량 3대와 함께 진행되었다. 퍼레이드 경로는 풍남문 광장을 시작으로 충경로사거리, 전주시청, 전북지방병무청, 한옥마을, 풍남문 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였다. 퍼레이드 방송차량은 컨셉이 달랐는데, 1호차는 “90‘00’(부제: 특이점이 오기 시작한 퀴퍼)”, 2호차는 “싱어송퍼레이더(부제:누가 얘한테 트럭 한 대만 줘라)”, 3호차는 “착즙:퀴어아이돌”이었다. 퍼레이드의 마지막 코스인 한옥마을에서는 참가자들 모두 감동에 찬 모습이었다. 한옥과 무지개가 어우러지고, 한옥마을 관광객들도 이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에 놀란 모습이었다. 퍼레이드 도중 한옥마을을 지나는 외국인 관광객은 손 키스를 보내기도 하고, 행렬에 참여하기도 했다. 퍼레이드 행렬은 한옥마을 주 도로를 가득 매웠고 총 2,00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전국 모든 곳에서 무지개가 뜨는 날까지
    전주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의제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기 어려운 지역사회에서 준비하는 축제이기에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전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인권재단 사람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의 지원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를 얻고, 지역 퀴어문화축제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다.
    퍼레이드를 마치고, 풍남문 광장에 모여 다 함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불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퍼레이드 깃발들이 한데 모여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전주퀴어문화축제는 지역의 성소수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차별과 혐오에 저항할 힘을 얻는 날이 오길 꿈꾸며 준비했다. 이 자리에 꼭 오고 싶었지만 커뮤니티가 좁고 아웃팅이 두려워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전주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곳에 무지개가 뜨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사라져 성소수자 모두가 축제에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사진: 김민수 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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