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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활동119] 촛불 1년, 우리는 멈출 수 없다
    • 작성일
    • 2017.12.04
  • 촛불 1년, 우리는 멈출 수 없다


    글 |  진경(장애여성공감)

    이번 궐기대회의 제목을 보고 살짝 웃거나 놀란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 같다. "인간답게 살아보자"라고? 2017년에 이런 집회 제목을 마주하다니. 2017년 10월 28일, 보신각에서는 '촛불 1주년, 인권 궐기대회'가 열렸다. 



    박근혜 퇴진과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시작된 촛불 집회 1주년을 맞이하여 이 날 곳곳에서 사전집회가 진행되었다. 인권단체들은 촛불 이후 정권이 바뀌었지만 여전하거나 오히려 후퇴된 인권 현실에 분노하고, 혐오 세력들이 강해질수록 평등한 사회를 위한 서로간의 연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인권 궐기대회를 마련했다. 4시에 맞춰 궐기대회에 참석하니 제목의 콘셉트에 맞추어 "인간답게 살아보자", "불평등을 멈추어라" 머리띠도 준비되어 있었다. 결의를 다지는 마음으로 집회 시작!

    첫 발언은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김수환 활동가가 맡았다. "성소수자들에게 지난 1년의 시간이 축하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돌아보며 올해 육군참모총장이 군대 내 동성애자를 색출했던 사건, 최근 국정감사에서 HIV/AIDS 감염인과 동성애자에 대한 심각한 혐오선동 등을 언급하며 촛불 집회의 염원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홈리스 행동, 무지개행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청소년 인권연대 추진단의 활동가들이 각자의 운동 현장과 일상에서 촛불 1년을 맞이하는 심정과 이 자리에서 되새기는 '인권'의 의미를 담은 발언들을 이어나갔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김상희 활동가는 지난 1년의 기억을 되짚어보며 1842일 동안 이어졌던 광화문 농성장의 투쟁을 언급했다. "어느 정부에서도 복지제도는 알아서 만들어진 적이 없다. 농성장을 마무리하며 정부로부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목표로 하는 계획을 세운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아니라 몸을 사리지 않고 싸워왔던 동지들의 투쟁 덕분"이며 촛불을 더 강한 불씨로 비춰나갈 것을 주장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몸짓패가 보여준 '불나비' 공연은 궐기대회의 콘셉트에 가장 잘 맞아서 모두를 신나게 했고 집회 마지막, 아는 언니들의 합창 공연은 저녁이 다 되어 쌀쌀해진 상황에서 좀 더 힘을 내어 행진할 수 있는 기운을 주었다. 행진을 앞두고, 물러설 수 없는 단호한 마음을 담은 선언문을 참여자 모두 함께 읽었을 때는 울컥하는 심정이었다. 

    집회에 함께한 사람들의 수가 아주 많은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행진할 때 행렬의 기운은 즐겁고 기운차게 느껴졌다. 보신각에서 광화문 광장까지의 행진이었기 때문에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천천히 움직이며 주말에 거리를 가득 채운 시민들에게 피켓과 구호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전했다.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수용시설 폐지하라! 
    사드가고 평화오라!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세월호 진실 규명하라! 


    집회 행진을 하며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외칠 때의 감각은 뭔가 좀 달랐다. 모두가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선언도 있겠지만, 촛불 1주년을 맞아 집회에 참석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거리의 시민들에게 '낙태죄를 폐지하라'는 구호,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명확한 요구를 담은 선언이면서 동시에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구호들이 우리에겐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르 메이에르 빌딩을 지날 때는 그곳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신 고 백남기님을 떠올리며 국가폭력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행진의 막바지, 광화문 광장에 접어들었을 때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미류 활동가는 "촛불은 2014년 4월 16일, 그 날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럴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것은 각자의 현장에서 촛불의 심지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힘이 지난겨울 촛불 집회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촛불의 시작은 4월 16일로 기억될 것이다. 또 누군가는 서울시 인권헌장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한 것에 분노하며 서울시청을 점거했던 날로 기억할 것이고, 누군가는 종일 경찰과 대치하며 힘겹게 광화문 역사 안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농성장을 시작하며 천막을 쳤던 그 날로 기억할 것이다. 

    촛불 1주년을 맞이해, 그날 광장에는 다양한 움직임과 목소리가 공존했다. 공영방송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 이명박 구속을 외치며 큰 원을 돌던 사람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도 시민들에게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알리고 서명을 받기 위해 광장에 자리를 마련했다. 단순히 '1년을 기념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무엇을 향한 촛불이고, 누구의 촛불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 거대한 '악'을 제거하기 위한 바람은 하나일 수 있지만, 그 추동을 바탕으로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상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너무 오래되었으나 가장 근본적인 선언들을 다시금 던져야 할 시기라는 것을 실감한다. 우리는 촛불을 드는 것을 멈추지 않겠지만, 계속 촛불만을 들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와 정부의 역할과 책무를 끊임없이 묻겠지만 그들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움직이고, 싸우고, 우리를 차별하며 거부하는 공간을 찾아가서 항의하고, 잘못된 제도를 바꾸기 위해 농성하고,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우리에게 필요한 법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조직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