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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쉬고] 바다 속 깊이 휴식을 찾아 다녀왔어요!
    • 작성일
    • 2017.10.10

  • 바다 속 깊이 휴식을 찾아 다녀왔어요!


    글 |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소원에 날개를 달아준 <일단, 쉬고>

    프리다이빙. 단어부터 생소한 이것을 배우겠다고 작년부터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작년 여름, 여름휴가를 처음으로 해외로 가보았고, 그곳에서 해본 스노클링은 나를 저 바다 깊은 곳으로 조금 더 들어가고 싶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사람이 물속에서 아무 장비 없이, 마치 인어처럼 산호 사이를 누비는 동영상을 보았다. 한 번의 호흡으로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만큼 물속에서 오래 버티고, 물속으로 깊게 들어가는 스포츠라니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영화 <그랑블루>(1988)까지 보고나니 매일매일 프리다이빙을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찼다.

    국내에서 유명한 프리다이버가 태국의 코따오 라는 곳에서 강습을 하고 있다는 말에 무작정 태국행 티켓부터 끊었다. 항공료와 섬으로 들어가는 비용, 교육비, 체류비를 합해도 국내에서 교육을 받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다. 그렇지만, 그렇다곤 해도 내 한 달 활동비는 훨씬 넘어서는 비용. 남은 기간 열심히 굶으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에 인권재단 사람의 활동가 휴식 지원 프로젝트 <일단, 쉬고>를 알게 됐다. 지원사업 공모 마감이 며칠 안남은 상태에서 부랴부랴 휴가 계획서와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두근거리며 기다렸다. 그리고 공모결과 발표가 나던 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꿈꾸던 일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레벨2 프리다이버가 되다!


    9월 3일 막상 코따오에 위치한 다이빙샵에 도착했을 때는 살짝 겁도 났다. SSI에서 발급하는 프리다이빙 레벨 1은 수심 10m, 레벨 2는 수심 20m와 숨 참기 2분 30초 등의 통과 조건이 있는데, 돌아갈 때 빈 손으로 돌아가면 어쩌지? 하는 조바심이 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1월에 메일로 확인했을 때만 해도 있었던 한국인 강사가, 나를 태국 이 섬까지 오도록 한 강사가 이집트로 옮겨갔기 때문에 외국인 강사에게 영어로 배워야 한다는 것도 한몫했다. 몸에 이상이 오거나 안전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의 상황을 영어로 표현할 자신이 없어서 두려웠다. 

    하지만 강습을 시작하면서 많은 두려움이 사라졌다. 일단 영어문제는.. 수심 깊은 곳에서도 몸(깊이 들어갈수록 수심이 높아지기 때문에 귀나 부비동에 통증이 생긴다)에 이상이 특별히 없는 편이어서, 상태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별로 없었다.(천만 다행!!!!) 한편 레벨 획득에 대한 조바심은 그냥 마음을 놓기로 했다. 배우면서 느꼈는데 프리다이빙은 바둑만큼이나 사람 성격을 차분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 해저에 대한 공포, 기록에 대한 욕심, 호흡충동으로 인한 패닉 등 물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런 순간순간마다 평정심을 지녀야만 안전은 물론 좋은 기록을 얻을 수 있다. 

    나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해 레벨2 통과를 아슬아슬하게 했다. 수심 20m를 ‘평온하게’ 내려갔다가 ‘평온하게’ 올라와야하는데, 계속 수면에 다 와서 호흡충동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섬에서 나오기 하루 전 날, 마지막으로 나간 해양 트레이닝에서 20m를 드디어 ‘평온하게’ 찍고 올라왔고 레벨2 프리다이버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강사님은 나에게 앞으로 더 많은 트레이닝을 통해 평정심을 유지하는 연습을 꼭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뭐... 어쨌든... 일단 통과했으니까!!




    앞으로 활동에 큰 활력이 될 달콤했던 시간

    나름 사회운동 시작한지 햇수로 5년. 이번 2주간의 휴가는 처음으로 가진 긴 휴식이었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언제나 아름다운 코따오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몇 미터를 내려갈 수 있을까?’만 생각하며 지낸 2주는 정말정말 달콤한 시간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내가 휴가를 갔다 온 사이 5년간 지켜온 광화문역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이 정리되어 마무리하는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이다. 어쨌든, 이 점만 빼면 정말 완벽한 휴식이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 시간이었다. 나에게 이런 긴 휴가를 허락한 사무국 동지들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휴식과 새로운 능력개발(?)을 지원해준 ‘인권재단 사람’에게도 무한한 감사인사를 보낸다♥♥♥



    ‘활동가’라는 이름을 갖고 사는 이들은 알게 모르게 스스로를 소진시키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때론 의욕·의지가 넘쳐서, 때론 눈감고 지나갈 수 없어서, 때론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적당히 쉬어가야 할, 쉼표를 찍을 타이밍을 놓쳐버린다.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서로서로 쉼표를 찍고 갈 수 있도록 휴식 품앗이가 필요하다. <일단, 쉬고>가 더 많은 활동가들에게 쉼표 찍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